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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7.18 [00:02]
“고맙습니다” (14회)아포리즘적 대결과 스펙트럼의 배열의 감동의 조화
 
안형식


 “고맙습니다” (14회)아포리즘적 대결과 스펙트럼의 배열의 감동의 조화







14회에서 아포리즘의 해학은 프리즘을 통과한 일곱색깔 무지개와 같은 빛으로 뿌려졌다. 영신을 놓고 대결하는 기서와 석현의 짧은 대화에서 뿜어 나오는 색깔은 빨강. 파랑. 노랑의 3원색이다. 사랑의 열정(빨강)이 있고 청아한 기쁨(파랑)이 있고 미래의 그림(노랑)이 있다. 여기에 석현은 보라를 가지고 있다. 10년 세월을 두고 갈등하며 몸부림친 내공의 흔적은 석현의 가슴을 보라색으로 멍들어 있다.




약은 사람의 눈에는 어리버리하고 대충 총명하지 못하고 가방끈도 짧아 매력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영신. 그래도 푸른도의 최고의 미녀이다. 몹쓸 놈의 병이 든 너무나 총명한 딸, 아무짝에도 쓸데없이 쵸코파이에 목숨을 걸고는 시도 때도 없이 아코디언을 목에 걸고 내뺄 궁리만 하고 있는 미스타리. 이들을 가지고는 장래의 그림이 매케하기만 하다. 그래서 럭셔리 강의 목숨을 건 반대는 현실적으로 설득력을 갖는다. 대신 석현의 가슴은 보라색으로 멍이 들었다.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날 밤. 푸른도와 뭍에 무지개가 걸렸다. 영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동안, 두 사내는 영신의 존재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 있는지 비로소 눈이 떠진다. 석현은 기서에게 말한다. 10년 세월의 내공으로도 뛰어 넘지 못한 벽,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 벽을 넘을 수 없다고 말한다.




보라는 말했다. 빨강과 파랑이 결합해야만 나를 가질 수 있다고 말이다. 봄이. 빨강과 파랑 사이의 스펙트럼인 보라를 가지고 있는 석현이 아버지의 권리를 우회적으로 주장한 말이다. 




기서와 석현의 아포리즘적 대결은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치열하게 대결해 왔다. 기서는 봄이를 데려올 때 석현에게 일갈했다. “봄이가 네게 누구냐? 너는 봄이에게 어떤 존재냐? 그 답을 주면 봄이를 내려 놓고 가겠다” 했다. 석현은 이에 대한 답으로 보라색을 말했다.




영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기서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버지의 조언으로 영신의 목숨을 구하게 된 기서는 조용히 피를 토하듯 말했다. “고맙습니다.” 해 놓고 보니 이미 기서는 영신에게 전염이 되어 있었다. “고맙습니다” 기서의 이 말 한 마디에 아버지는 무너지고 아들에게 다시 “고맙다”고 했다. 부자의 오랜 갈등이 해소되면서 다시금 영신의 비중이 기서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육지의 병원으로 이송하고 난 뒤에 기서는 영신의 손을 꼭 잡고 “이제는 당신의 남자가 되고 싶다”고 가슴에 둔 고백을 했다. 영신은 기서의 말에 화들짝 놀라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동공에 비애를 담고 뒤로 물러난다. 다시, 기서는 수술을 앞두고 머리를 감고 있다는 소리에 놀라 뛰어간다. 그리고 영신의 몸짓으로 말하는 답이 자신을 위한 답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간호사를 슬며시 내 보내고는 자신이 영신의 머리를 감겨 준다. 이 드라마가 지금 언어의 유희도 모자라 몸짓의 유희까지 불러들이며 눈물을 뺄 궁리를 단단히 한 모양이다. 이 고백이 나오기까지 기서의 영혼에 있는 용광로에서는 불이 붙었다. 봄이의 에이즈가 녹았다. 미스터리의 치매도 녹았다. 어리버리하고 멍청하고 바보같은 영신의 계륵과 같은 처신도 녹았다.




초록. 용광로에서 나온 보석은 초록색 빛을 띠며 초록색 그림을 그려낸다. ‘내 영혼의 용광로에서 녹은 것은 네 약점이 녹은 것이 아니야, 내 눈과 내 약점과 내 가치관이 녹은거야. 이제야 네가 보여. 봄이도 보이고 미스타리도 보여.’ 이제야 새롭게 보인다. 내 눈에 보이는 영신은 보석이고 천사이구나. 천사의 가족이구나.




돌덩어리와 같이 함부로 보였던 영신의 무가치한 환경은 다 녹아져 없어졌다. 영신이 뿜어내고 있는 스펙트럼은 초록이다. “고맙습니다”는 초록이다. 기서에게는 아버지와 아들의 끊어진 연결고리를 잇는 “고맙습니다”로, 석현에게는 아버지와 딸을 잇는 연결고리로 영신이 가지고 있는 스펙은 초록색 에머럴드로 화했다.




럭셔리 강과 봄이가 함께 목욕을 한다. 욕조에 장미꽃잎을 띄웠다. 봄이는 테레비에서 본 환상적인 공주로 화했고 럭셔리 강은 황후로 화했다. “옘병할 놈의 몹쓸 병이 너를 훔쳐가지 못하도록 할미가 막아주마. 너를 쉽게 보내지 않으마. 내 재산 전부를 팔아서라도 너를 지켜주고 말게” 이를 앙다물고 봄이를 끌어안은 채로 눈물로 말하는 럭셔리 강의 눈에서는 에이즈라는 적을 향해 새파란 독기를 뿜어내고 있다. 역시 초록색이다. 오랜 동안 갈등에 몸부림치면서 혈육에 대한 모진 양심과 현실과의 괴리에서 소화해내지 못한 10년 세월의 아픔이 거두어졌다. 항상 빨강색으로 나타났던 럭셔리 강의 스펙트럼에서 초록색이 흘러나왔다.




“고맙습니다”라는 한 마디에 압축되어 있던 아포리즘적인 대결은, “고맙습니다”라는 단어가 던져 주는 충격에 저마다의 고유한 색깔로 응답했다. 주인공들의 고유한 색깔은 일곱색깔의 고유한 색깔로 뿜어내면서 갈등과 충격, 고민과 소통,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고 대비되면서 고유한 색깔은 융화되기 시작하면서 스팩트럼의 배열은 초록색 에메랄드로 승화되었다. 그것은 가족애였다.




덧붙여, 각박하고 매말라 버린 현실에서, 맛있고 멋있는 이상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푸른도를 찾아 떠난 기서의 긴 여정은 빛의 여행이며 철새의 긴 노정이었다. 잠시 기착한 푸른도에서 기서는 생명을 보았다. 가치를 보았다. 탬포가 빠른 기서가 다소 느슨한 영신의 집에 마침내 둥지를 틀고 안식하려고 결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기서의 방황은 잃어버린 사랑과 놓쳐버린 행복을 다시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떠나간 이의 스펙은 잔영으로 남아 있을 뿐 더 이상의 생기는 없다.




기서와 같이 남아 있는 이는 생기를 찾아 따뜻한 남쪽으로 회귀하는 철새와 같이 긴 여행을 떠난다. 마침내 찾은 생기의 정체는 소통이었다. 잃어버린 대화를 찾아 감각할 수 있는 생기의 소통을 찾아 떠나야만 하는 남겨진 자의 비애는 색깔로 처리된다. 그대로 남아 있는 슬픈 사람의 잿빛 하늘에서는 일곱색깔 무지개가 걸리지 않는다. 찾아 떠날 때, 부딪히고 몸부림쳐지는 가치를 만날 때, 일곱색깔 무지개가 하나 둘 색채를 띠고 발해지기 시작한다.




푸른도의 언덕에 봄이 왔다. 온통 초록색이다. 이제 숨 막히는 현실에서 질식하지 않으려면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야 할 때이다. 비록 치매에 걸려 쓸모없는 부모라고 해도, 몸쓸 병이 걸린 자식이라고 해도, 다소 어눌하고 멍청해 보이는 영신이라고 해도 영신의 눈에는 초록색 에메랄드가 박혀 있는 보석이 아니더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잃어버린 단어를 찾아 입에 올릴 때, 세상은 초록색으로 변한다. 이제 이야기 하자. 긴긴 겨울을 이겨낸 속 깊은 이야기들을 “고맙습니다”로 촉촉하게 말해 보자. 








목사, 작가, 한국기독교목회자협회 대표, 한국학술재단 학술연구자, 정책비평가, 뉴스타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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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04 [14:14]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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