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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중에 갇힌 민간인
조동준(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조동준   기사입력  2023/10/25 [08:26]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내 무장단체 하마스가 시작한 전투는 전장에서 민간인이 겪는 고통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10월 21일까지 하마스-이스라엘 간 전투와 관련하여 이스라엘 측에서 1,405명이 사망했는데, 군인이 307명, 경찰이 57명 포함되어 있다. 명백으로 전투원으로 구별될 수 있는 전사자의 비율이 25.9%이다. 반면, 민간인으로 구별될 수 있는 전사자의 비율이 74.1%이다. 국가와 국가 간 전투, 국가와 무장단체 간 전투 중 민간인 사망자의 비율이 역대 최고이다.

  교전 당일 인질과 포로로 잡힌 인원은 대략 250명인데, 그중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은 20~30명이다. 무장단체 하마스가 무장한 “수십 명”을 최대로 잡아 40명으로 가정하면, 전쟁포로로 간주할 수 있는 인원은 16%, 민간인 인질이 무려 84%이다. 인질로 잡힌 민간인 중에는 19세 이하 아동과 청소년 30명, 60세 이상 민간인 20명이 포함되어 있다. 단순 통계로만 보면, 이날 무장단체 하마스는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않고 인간사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 측에서도 민간인 피해가 막대하다. 10월 21일 기준 가자 지구에서만 총 4,385명이 전투와 관련하여 사망했다. 무장단체 하마스와 다른 무장단체가 전사한 무장대원의 숫자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인데, 17세 이하 아동 1,756명, 여성 967명, 언론인 11명이 전투로 인하여 사망했다. 서안 지구에서는 80명이 사망했는데, 17세 이하 아동과 청소년이 30명, 성인 여성이 1명이다. 팔레스타인측 남성 피해자를 모두 전투원 또는 잠정 전투원으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전투원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피해자가 62.3%에 달한다.

  10월 13일 아이작 헤르소그(Isaac Herzog) 이스라엘 대통령은 “무고한 민간인”의 피해를 본다는 주장을 아래와 같이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민족 전체에게 책임이 있다. (가자 지구내) 민간인이 (무장단체 하마스를) 몰랐다 또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절대 사실이 아니다. 그들은 봉기할 수 있었다.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악한 정권(=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항해 싸울 수 있었다.

 

  즉, 가자 지구 내 사람들이 무장단체 하마스의 집권을 허용했기 때문에, 무장단체 하마스가 벌인 사건에 대하여 가자 지구 내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인하여 민간인이 사망해도, 하마스의 집권을 용인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100% 잘못이 없는 “무고한 민간인”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을 논박했다.

 

전략폭격과 민간인 보호 사이에서

  19세기 이전까지 최소한 서양 문명권에서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의도적 적대행위가 금기시되었다. 통치지와 피치자가 분리된 상태에서 전투는 왕, 고위 관리, 용병 등이 벌이는 폭력행위였지, 왕의 통치를 받는 민간인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부분 민간인은 세금을 줄이고 요역을 줄이고 안정을 제공하고 사회간접자본을 제공하는 통치자를 출신 국적에 무관하게 수용하였다. 이런 환경에서는 상대 국가의 민간인이 영위하는 경제활동이 잠재적 자산이기 때문에, 통치자끼리의 전쟁에서 민간인과 민간 경제시설을 파괴시킬 이유가 없었다. 민간인은 비전투원으로 간주되었고, 비전투원인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투행위를 금지하는 규범이 발전되었다.

  전장에 같힌 민간인이 전투 중 의도하지 않은 전투행위로 인하여 입게 되는 피해는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로 피치 못하게 용인되었다. 19세기 이전까지 서양권에서 대부분 전투는 교전국의 용병이 넓은 들판에 모여 승패를 겨루는 1회성 회전으로 진행되었기에, 전투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작았다. 또한 전투와 직접 관련되지 않지만 개별 전투원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범죄와 비윤리적 행위, 심지어 소규모 부대 단위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민간인 대상 범죄도 20세기 이후 민간민의 피해에 비해서는 적었다. 전투 중 발생하는 비의도적 민간인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반면, 근대 서양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민간인이 비전투원이라는 가정이 깨졌다. 시민혁명 중 확립된 주권재민의 원칙에 따라 피치자인 신민이 통치자인 시민으로 변화하면서, 민간인과 전투원 간 구별이 약해졌다. 예를 들어, 필자가 10대 중반에는 고등학생으로 학업에 집중하는 비전투원이었지만 동시에 교련 수업에서는 소총의 분해결합을 배우는 잠재적 전투원이었고, 20대 초반에는 한국 육군의 일원으로 전투원이었고, 30대 중반까지 유사시 전장에 투입될 예비군이었고, 30대 후반부터는 유사시 전투에 자원할 수 있는 잠재적 전투원이다.

  민주주의는 민족주의로 이어졌다. 시민혁명을 거쳐 민주주의를 확립한 국가에서는 시민이 서로를 평등한 동료로 생각하여 ‘우리’라는 집단소속감을 형성하지만,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남’이 되었다. 시민이 ‘우리’ 안에서 자결이 당연하다는 새로운 생각을 공유하자, 외부 통치자를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시민이 ‘남’에 군사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외부의 지배 아래에 있는 집단과 정치공동체는 외부 지배자를 적으로 간주하여, 자체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하는 상태에서, 저항 민족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민주주의와 민족주의는 전투의 양상을 현저히 바꾸었다. 민간인을 잠재적 적성 전투원으로 간주하여 전투 참가 전 살상하고 민간 경제시설을 잠재적 적성 군수공장으로 간주하여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현상이 20세기 초반 등장했고, 20세기 중후반까지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별하지 않고 폭격하는 폭력이 “전략폭격”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되었다. 더 극악하게는 조직적 전시성폭행이 교전 상대방의 전투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망상으로 인하여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었다.

  20세기 인류는 전투원과 비전투원 간 구별이 희미해져 “무고한 민간인”의 범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비전투원을 전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전투 중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는 최소 합의에서 시작하여 적극적으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보호책무’ 규범까지 다양한 국제법과 규범을 발전시켰다. 전투 중 민간인과 관련된 교전수칙이 불완전하지만 확립되었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넓게는 반인도적 범죄, 좁게는 전쟁범죄의 이름으로 처벌하는 관행을 마련했다.

 

군사화와 민간인 피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에서 민간인 피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군사화 수준을 보아야 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병역의무를 진 유대계가 약 718만 명인데, 이 가운데 현역 군인이 17만 3천여 명, 예비군이 46만여 명이다. 군복무를 마친 남성은 40~45세까지, 여성은 34세까지 예비군으로 복무한다. 유대계 인구 중 8.8%가 적극적 전투원이다. 군생활을 의무적으로 경험하는 고등학생, 예비역 해제 후 전투 가능한 사람 등까지 포함하면, 10대 중반 이하의 아동과 노약자를 제외한 모든 유대계 국민이 빠른 시일 안에 전투에 참가할 수 있다. 10대 중반 이하 아동도 성장하여 군복무를 하기 때문에, 하마스의 눈에서는 거의 모든 유대계 국민이 잠재적 전투원이다. 이스라엘에서 전투와 무관한 민간인, 전투원, 비전투원 간 차이가 크지 않다.

  가자 지구도 군사화되어 있다. 가자 지구내 유력 무장단체인 ‘이슬람 성전’과 하마스의 무장 조직원을 최소 2만명, 최대 4만 8천명이라고 추산하면, 전체 인구 중 최소 0.8%, 최대 2.0%가 현역 전투원이다. 가자 지구에서 대형 새총으로 이스라엘 경비병을 가격하는 청소년은 쉽게 무장대원이 될 수 있다. 2006년 11월 25일 57세 하마스 여성 조직원이 자살 공격을 감행한 사례까지 고려한다면, 심지어 성인 여성도 잠재적 전투원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측 입장에서는 가자 지구에서 전투와 무관한 민간인, 전투원, 비전투원 간 차이가 크지 않다.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의 군사화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집단 차원에서 형성된 높은 적의로 인하여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옥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 이미 하마스는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전투 대상으로 삼았고, 이스라엘은 전투 중 민간인 피해의 최소화보다는 하마스에 대한 보복에 초점을 맞추어 전투를 진행하는 듯하다. 더 나아가, 가지 지구에서 시간이 벌어지면, 전장에 투입될 전투원은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별하려는 윤리적 책무보다는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눈 앞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적대 전투원으로 간주하게 될 위험 앞에 놓이게 된다.

 

발길을 돌려야 한다!

  이스라엘의 귀환이 시작된 20세기 초 지옥으로 향하는 길이 이미 만들어졌다고 비유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땅을 두고 양립하기 어려운 입장을 가지고 대치하고 있다. 양측은 물론 주변국은 팔레스타인 땅을 둘러싼 난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려고 했었다. 몇 차례 국제전, 헤아릴 수 없는 테러 공격과 보복이 좁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일어났다. 지옥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양측은 100년간 혈투를 벌이고 있다.

  국제법, 규범, 인류의 양심은 양측이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문과 같았다. 양측이 난제 앞에 있다 하더라도, 무력을 통하여 난제를 풀려는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또한 무력 충돌이 있다 하더라도 민간인을 보호하여 피해를 줄이도록 양측을 제어했다. 생존의 위험에 노출된 전투원에게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별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는 지옥으로 향하는 방향으로 발을 내디뎠다. 전투와 거리가 멀고 먼 민간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역대 무력충돌 중 민간인의 피해 비율이 최악에 도달했다. 이후 이스라엘의 대응은 지옥으로 향하는 방향으로 조금 더 나갔다. 식수 단절, 정전, 필수 의약품마저 차단하는 봉쇄가 진행되었다. 가자 지구에는 “무고한 민간인”이 없다는 입장이 이스라엘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양측은 지옥의 문턱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무차별 보복 공습을 자제하고 있다. 가자 지구로의 진입 앞에서 신중함을 보인다. 하마스도 인질을 처형하지 않고 일부를 석방하여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관련 국가와 단체를 압박하여 최소한의 의약품이 가자 지구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관련 행위자들이 분노, 공포, 격정, 우려 등 다양한 감정 아래 신중을 유지하려 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의 향방은 이 전쟁과 직간접 관련된 행위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하마스가 인질을 처형하지 말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로 진입을 최대한 늦추면서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한다면, 양측은 암묵적으로 불편한 타협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 간접적으로 관련된 행위자가 필수 의약품과 생필품이 가자 지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기여한다면, 전장에 발이 묶인 민간인의 피해가 줄어들게 된다. 인류의 구성원이 개인 차원에서 일방적 주장과 거짓 선전에 넘어가지 않고 각국 정부로 하여금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면, 비전투원에 대한 폭력을 자제하는 관행이 회복될 수도 있다.

 

*한반도평화연구원에 실린 글을 재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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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25 [08:26]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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