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공학섭 목사의 생태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공학섭 생태칼럼] 호박이 가을을 꾸며준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10/21 [14:41]

10월은 꽃의 계절이다. 꽃은 아름다움과 향기를 지니고 있기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호박은 큰 꽃을 피워도 내광쓰광 대한다. 호박은 홀대받으면서도 슬퍼하거나 화내지 않고 묵묵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한여름엔 덥다 보니 열매가 도중에 떨어지는 수난을 겪었다. 이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니 여기저기에서 열매가 부얼부얼 자라나고 있다. 호박은 대부분 땅 위에서 자라지만 나무 위에 올라가서 대롱거리는 열매들도 있다. 지붕에까지 올라가서 똬리를 틀고 앉아 있기도 한다. 

▲ 나무에 달린 호박이 가을을 풍성하게 장식해 준다.  © 공학섭


시골의 가을풍경을 연출해 내는 것들 중 빨간 고추를 말리는 모습이 일등이라면 나무 위나 지붕 위에 있는 호박은 이등쯤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늙은 호박은 가을을 장식해 주는 멋진 소품이 되어 준다.

 

깎은 서방처럼 잘생긴 호박은 집안을 장식하는 용도로 쓰인다. 얼마 후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따끈따끈한 음식을 먹고 싶을 때 호박죽을 쑤어 먹으면 임금님이 부럽지 않다. 큰 호박 한 개면 이웃들과 소소한 잔치를 벌일 수 있다. 생각만 해도 거위침이 나온다. 

▲ 지붕 위에 호박이 시골의 가을 정취를 물씬 풍겨낸다.   © 공학섭


사람은 젊을 때 아무리 아름다웠어도 늙으면 볼품이 없어지고 만다. 그러나 호박은 늙을수록 예쁘다. 수확할 때쯤이면 아름다움이 최절정에 이른다. 호박은 마지막 순간이 가장 내실이 있고 아름답다.

 

노인 교우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늙을수록 믿음을 잘 가꾸라고 말이다. 늙고 죽을 때쯤 되면 믿음을 다 까먹고 턱걸이하듯이 천국에 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절정에 이른 믿음의 상태에서 주님 앞에 설 수 있도록 하시라고.... 

▲ 나무에 달린 풋호박이 가을을 단장해 주는 소품이 된다.   © 공학섭


호박 구덩이 곁에 향기를 토해내고 있는 금목서가 서 있다. 향기가 진한 탓에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비록 호박은 금목서처럼 주목 받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시쁘게 여길 것이 아니다. 실속이 안다미로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3/10/21 [14:41]   ⓒ newspower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 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