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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순천만의 밤은 없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10/21 [13:50]

해가 많이 짧아졌다. 전망대에서 낙조를 보고 내려오니 그사이에 쏜살같이 어두움이 몰려온다. 발걸음을 더디게 했더니 어둑해져 버렸다. 오후 7시까지는 퇴장을 해야 한다. 그러니 순천만의 야경을 담은 사진은 흔하지 않다.

 

순천만의 밤은 없다. 순천만은 밤이 되어도 불을 켜지 않는다. 9시가 되면 방문자 센터나 주차장까지 소등한다. 순천만의 밤은 최대한 어둡고 적막해야 한다. 순천만은 유흥지가 아니라, 다양한 희귀 동식물들의 서식지로써 특별하게 보존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순천만 습지 밤 풍경  © 공학섭


순천만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이 되어 있고, 제주도처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2018년에는 금강산과 더불어 순천시 전역을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순천은 국가를 넘어 세계인들의 공동 재산으로 심대한 가치를 지녔다.

 

반면 이웃 도시 여수는 <밤바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순천만은 밤 문화가 성립되지 않는다. 밤이면 주민들까지도 통행 제한을 받는다. 불순한 즐거움을 원하는 사람들은 순천만이 용납하지 않는다. 순천만은 깨끗한 자연환경과 밤의 문화가 없는 청정지역이다. 

▲ 환타스틱한 순천만의 야간 풍경  © 공학섭


대신 천문대가 있다. 다른 천문대와는 별을 관측하는 용도만 아니라, 낮에는 새들을 관찰하는 다목적으로 사용한다. 천문대가 있음은 하늘이 맑다는 뜻이다. 아쉬운 것은 주변 상가들의 조명으로 빛이 바랜 감이 있음이다.

 

순천만은 오염된 밤 문화를 피하여 고요한 밤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다. 대신 숙소를 택한 땐 상업화된 업소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는 소박한 민박집을 권한다. 착한 여행은 방문지의 주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남겨줄 수 있어야 한다. 

▲ 순천만습지에 어두움이 내려오고 있다  © 공학섭


일부 방문자 중에 조용한 마을의 분위기를 깨뜨리는 이들이 있다. 주말이면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 청정 마을을 오염시키는 무례한 People들이 있다. 생물권 보존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할 텐데....

 

순천만은 낮에도 침묵해야 갈대가 흔들리는 소리,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밤에는 동식물들에게 쉼과 수면을 위해 불을 꺼야한다. 이는 불편한 일이 아니라, 요란한 문명의 공해를 벗어나 자연을 흠뻑 즐기는 일로 여기면 된다. 

▲ 붉게 물들어가는 순천만 해룡천 수문  © 공학섭


사실 사람들도 날이 어두워지면 잠을 자는 게 정상이다. 낮엔 열심히 일하고 밤이면 잠을 자고 쉼을 얻음이 창조의 질서다. 친절하신 하나님은 밤에 불을 켜지 않고도 무섭지 않도록 달과 별들을 하늘에 달아 두셨다. 하나님은 고단한 인생들에 쉼을 주시려고 해를 감추셨다. 밤을 통한 쉼은 장차 그리스도 안에서 주실 영원한 안식의 표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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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21 [13:50]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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