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는 동천과 맑은 옥천이 도심을 흐른다. 순천만 포구에 가까이 이르면 이사천과 아우라지를 이룬다. 강폭이 넓어지고 물 흐름도 느려진다. 제법 강줄기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강변 좌우에 자전거도로와 운치 있는 도보 길이 있다.
오늘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걷기로 했다. 도심 가까운 곳엔 근접성이 좋으니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어우렁더우렁 함께 걷는 것도 좋으나 너나없이 분주하게 걷는 사람들을 보면 덩달아서 발걸음이 빨라지고 마음이 한가롭지가 않다.
▲ 순천만 국가정원 서쪽과 동쪽을 잇는 꿈의 다리 부근에서 멋진 풍경을 담았다. © 공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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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적이 드문 곳에 오니 마음이 느긋해진다. 때 묻지 않은 순수 자연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좋고, 수많은 생물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개구리, 나비, 잠자리, 쐐기, 백로, 억새, 용설란, 좀작살나무, 버드나무, 나팔꽃, 붓꽃, 개구리밥, 어여머리를 하고 있는 부들 등 좀체 헤아릴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유유히 흐르는 동천에 하얀 구름이 잠겨 있는 모습이 백미였다. 강물의 흐름이 느리고 파장이 없다 보니 하늘의 떠 있는 구름이 흩어짐 없이 반사가 잘되어 마치 데칼코마니와 같다.
▲ 강 건너편에서 네덜란드 정원의 풍경을 보는 묘미도 양보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 공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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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을 걸었더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장면이다. 내가 걷는 쪽에서 강물에 잠긴 구름을 본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마저 물속의 풍경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이 데면데면 지나치고 만다.
어찌 이 멋진 장면을 남의 일처럼 지나칠 수 있을까? 나는 마치 구름의 주인이라도 된 양 행세를 했다. 마음으로 느끼고 사진으로 담고 의미를 부여하며 알거냥했다. 술에 취하듯 나는 자연에 한껏 취했다.
▲ 동천에 잠긴 구름의 모습이 환타스틱하다. © 공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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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머금은 동천을 바라보며 빛이 되신 그리스도를 마음에 모셔드린 신자의 마음을 떠올려 보았다. 물이 깨끗할수록 구름을 머금은 모습이 선명하듯이 우리의 마음이 청결할 때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 더욱 선명하게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닿게 되었다.
▲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강물에 비추이니 한 점의 데칼코마니와 같아보인다 © 공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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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놀라운 발견이라며 무릎을 쳤다. 낮엔 구름이 강물에 잠기고, 며칠 후 밤엔 보름달이 잠기게 될 것이다. 신자는 발광체는 아니지만, 그리스도의 빛을 반사하는 자다. 아름답고 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우리의 삶에서 또렷하게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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