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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벼와 갈대 그리고 대나무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09/15 [11:52]

 

벼와 갈대는 닮은꼴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지 않으면 벼와 갈대가 비슷해 보인다. 가을이 되어 갈대는 하얀 꽃을 피우고, 벼는 누렇게 익으면 그제야 갈대와 벼가 다름을 확연하게 구별할 수 있다.

 

갈대는 볏과에 속한다. 갈대에서 쌀을 얻을 수 없지만 그렇게 불린다. 어떻게 해서 볏과에 속하게 되었는지 알 순 없지만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 윗지방은 이미 추수를 마쳤지만 남도지방은 10월 중순 무렵에 추수를 한다.   © 공학섭


벼는 우리에게 양식을 제공해 주고 갈대는 심미적인 가치를 제공해 준다. 바닷가에서 살랑거리는 갈대를 보면 시름을 내려놓게 한다. 벼는 육의 양식을 제공하고, 갈대는 마음의 양식을 공급해 주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둘 다 영과 육의 양식을 공급해 주니 같은 벼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그러면 대나무는 뭔가? 대나무도 볏과다. 갈대가 볏과임은 간신히 이해해 주고 싶었는데 대나무도 덩달아 볏과라고 하니 엉뚱하다. 대나무는 용어부터 나무가 아니던가? 그래도 식물학계에서 대나무를 볏과라고 규정했다. 

▲ 갈대도 벼과에 속한다. 언듯 보면 벼과 비슷해 보인다.   © 공학섭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풀로 분류한다. 나무는 나이테에 따라 그 부피가 점차 커진다. 그걸 부피 성장이라 하는데,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고, 처음 굵기를 그대로 유지한다. 부피 성장이 없다. 그래서 대나무를 풀로 구분한다. 참고로 대나무꽃은 벼의 꽃과 비슷한 비주얼이다.

 

기왕 대나무 얘길 했으니, 대나무의 피톤치드의 능력에 대해서 빼놓을 수 없다. 담양 대나무 박물관에서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쓴다. 편백보다 대나무가 더 많은 피톤치드를 발생시킨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 대나무도 벼과다. 그리고 나무가 아니라 풀로 분류한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기 때문이란다.  © 공학섭


우리 교회에는 대나무 숲이 926가 있고, 이웃집 대나무 숲은 더욱 넓다. 우리 교회에서는 숨만 쉬어도 약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여름엔 시원하다. 천연 에어컨이 대나무 숲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상록이어서 피톤치드는 그칠 틈이 없다.

 

우리 교회 교인들은 매주 말씀도 먹고 피톤치드를 흠뻑 취해간다.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보약을 먹는 셈이다. 꿩 먹고 알까지 먹는다. 그래서였을까? 지난해 우리 교회를 도사 구경(九景)으로 지정했는데 그럴 만도 하다. 

▲ 10월 중순이면 갈대가 벼와 다름이 확연해질 것이다.  © 공학섭


나는 오늘도 갈대숲을 가로질러 걸으며, 볏논을 지긋이 바라다본다. 그리고 대숲에 둘러싸인 교회에서 목회도 하고 휴식도 취하고 잠도 잔다. 왕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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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15 [11:52]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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