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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또 다른 세상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09/12 [14:37]

벌레와 새들은 과일 고르는 능력이 탁월하다. 과일나무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골라 먹는 놈들은 새와 벌레다. 새들이 입을 대거나 벌레가 갉아 먹은 것은 극상품이 확실하다.

▲ 구멍 난 나뭇잎 사이로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  © 공학섭


유난히 벌레들이 좋아하는 나무가 있다. 바로 벚나무가 그렇다. 벚나무는 벌레들의 세계에서 맛있는 먹이로 알려져 있나 보다. 숲 속에서 유독 벚나무 잎사귀만 구멍이 숭숭 뚫려있으니 말이다.

 

어둑한 숲을 걷다가 갑자기 나뭇잎 사이로 비추이는 햇살이 눈부시다. 구멍 난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차라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의 작품이라고 하면 어떨까? 나는 구멍 난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또 다른 세계에 마음이 팔렸다. 벌레에게 공격당한 나무의 불편한 진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릴 정도로.

▲ 나뭇잎 사이로 찬란한 햇살이 비추인다  © 공학섭


가릴 것 없는 뻥 뚫린 하늘을 보는 데 익숙해진 나에게 구멍 난 나뭇잎 사이로 보는 하늘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틈이 생긴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린 듯하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니 나뭇잎 사이로 삐져나온 햇살이 서치라이트처럼 산책길을 비춰준다. 늦은 오후였더라면 나뭇잎 사이로 붉게 물든 서쪽 하늘을 바라볼 수도 있었겠다.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가을 햇살을 머금은 듯한/그녀 얼굴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 매끈한 나뭇잎으로는 하늘을 볼 수 없다. 상처난 잎사귀로만 햇빛이 보인다.  © 공학섭


상처 없는 매끈한 나뭇잎으로는 태양을 볼 수 없다. 구멍 난 나뭇잎이 아니고서는 햇빛이 통과할 수 없고 열린 하늘도 볼 수도 없다. 인생도 그렇다. 아픈 상처로 인해 마음에 구멍 난 자들만이 남들이 보지 못한 딴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상처 난 구멍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한다.

 

하나님은 일찍이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희생 제물로 요구하실 때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드리는 아픔을 미리 경험하셨다.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옆구리에 창이 찔렸을 때 하나님의 가슴에 구멍 뚫린 아픔을 겪으신 것이다. 

▲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빛이 길위에 내린다  © 공학섭


하나님은 뚫린 구멍을 통해서 인류를 향한 놀라운 사랑을 흘려보내 주셨다. 온 인류는 그리스도께서 손과 발에 뚫린 못 자국과 창으로 찔린 구멍 난 가슴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고 죄 사함과 구원의 은총을 선물로 받았다. 마치 구멍 난 잎사귀를 통해 햇살이 비추는 것처럼 말이다.

 

우린 일부러 마음에 구멍을 내고 상처를 입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가 원치 않는 고난을 주시기도 한다. 고난은 재앙도 아니고, 우리의 적도 아니다. 고난의 틈을 통해서 은총을 내려 주시려는 것이다. 상처를 가진 자만이 하나님의 싸매시는 은혜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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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12 [14:37]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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