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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소원의 항구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07/30 [17:30]

 

순천만 대대포구에 가면 언제든 몇 척의 작은 어선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곳은 짠물과 강물이 섞이는 기수지역이어서 고기들이 많이 살던 곳이었다. 예전 일이 되었지만 어선들이 항해를 하면 숭어 떼들이 배위로 튀어 오르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대대포구는 어선들만 드나드는 항구가 아니라, 농민들에게서 수탈한 곡물들을 일본으로 실어가던 슬픈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가난을 모면하기 위해 몰래 타국으로 나가는 밀항의 통로이기도 했다.

▲ 대대포구  © 공학섭

 

한때 밀수품을 반입해 오던 밀무역의 무대이기도 했다.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밀수품을 실어온 사람, 판매한 사람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어도 큰 허물로 삼지 않는다. 배고픔을 해소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뿐 아니라, 북한에서 파송한 간첩들이 침투하는 통로이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간첩 접근을 감시하는 초소가 있었다. 언젠가 간첩이 침투하다가 갯벌에 빠져 생포당한 일도 벌어졌다. 마치 중이 회 값을 무는 것과 같은 어이없는 일이었다.

▲ 대대포구  © 공학섭

 

탈북 하사관 출신과 순천만을 거닐며 그 얘길 전해주었더니 배꼽이 빠질 듯이 웃었다. 갯벌도 모래 갯벌은 차가 다녀도 끄떡없지만 진흙 갯벌은 빠지면 지지할 도구가 없이는 스스로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대대포구는 고양이 낯짝처럼 작아도 얽힌 이야기는 끝이 없다. 교량이 없던 시절에는 매일 수시로 농선을 운항했었다. 강 건너편에 땅을 가진 분들을 위해 배를 움직여 주는 뱃사공도 있었고, 강변엔 이용객들의 대기 장소인 움막도 있었다.

▲ 대대포구  © 공학섭


세월이 지난 오늘의 대대포구는 생태탐사선의 입출항지로 역할이 바뀌었다. 말이 생태탐사이지 실제는 바다를 즐기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어쨌거나 오늘의 대대포구 본토박이 어부들은 개 보름 쇠듯 하고 여흥을 즐기는 사람들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조금 우울해질 것 같아 소망적인 이야기로 글을 맺으려고 한다. 몇 해 전 대대포구에서 예수전도단 로런 컨닝햄 목사님의 통역자로 일하던 자매와 시편107:30에 나오는 <소원의 항구>라는 주제로 얘길 나눈 추억이 있다.

 

그녀는 소원의 항구로 인구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했으나 감당하기 어려운 폭풍우를 만났다. 하지만 시련과 폭풍이 자신을 소원의 항구로 더 빠르게 올 수 있게 해주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 순천만습지 생태탐사선  © 공학섭

 

우리는 각자 소원의 항구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소원의 항구에 이를 때까지 바람, 폭풍, 번개 등을 겪어야 하고 때론 항해를 멈추기도 하고, 먼 곳으로 우회도 해야 하고, 파선의 위험까지도 겪는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우리가 바라는 항구에 이르는 것이다.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소원의 항구에 안착하도록 인도해 주신 까닭이다. 어떻게 겪어 보지 않은 미래를 자신할 수 있는가? “이 풍랑에 배 저어 항해하는 이 작은 배 사공은 주님이라. 나 두렴 없네. 두렴 없도다. 이 흉흉한 바다를 다 지나면 저 소망의 나라에 이르리라.”는 찬송으로 답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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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7/30 [17:30]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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