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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나무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공학섭   기사입력  2023/07/22 [17:05]

 

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다. 나무야말로 8할이 바람 때문에 자란다. 교회 마당에 서 있는 팽나무를 보더라도 바람이 나무를 키운다는 말이 틀림없다. 우리 마을에서 가장 큰 나무가 될 수 있음은 높은 언덕에서 많은 바람을 맞으며 흔들렸기 때문이다.

 

나무는 사람과 닮은꼴이다. 사람은 언제 성장하던가? 부모의 품에서 고요하게 자라면 어른이 되기 어렵다.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있으며 여러 가지 어려움을 홀로 헤쳐가면서 쑥쑥 자란다. 인생은 확실히 아프면서 크고 흔들리면서 자란다.

▲ 교회 언덕에 서 있는 500년 된 팽나무  © 공학섭

 

나무는 바람이 불 때 힘을 완전히 빼고 바람에 맡겨버린다. 바람이 세게 불면 센 대로, 작은 바람이 불면 작게 흔들린다. 나무는 백번 바람이 불면 백번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저항하는 나무는 없다. 나무는 바람에 많이 흔들릴수록 큰 나무가 된다.

 

불의에 맞서는 것은 용감한 일이다. 그러나 인생의 바람과 맞서는 것은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바람이란 임의대로 불기 때문에 누구도 멈추거나 방향을 돌릴 수 없다. 인생의 바람을 이겨낼 듯이 덤비면 꺾이고 만다.

▲ 교회정원에 있는 100년 된 아왜나무  © 공학섭

 

 

바람에 내 인생을 맡긴다는 것은 무책임이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일들은 신의 영역에 맡겨야 한다. 억지로 힘을 쓰다 보면 인생이 더욱 고달파진다. 바람에 맡긴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의미다.

 

바람은 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 나를 강하게 키워주기 위해서다. 바람이 불거든 바람결을 따라 흔들리도록 하라. 바람 없이 성장한 나무가 없듯이 흔들리지 않고 자라는 사람은 없다.

▲ 정자와 팽나무의 멋진 조합  © 공학섭

 

죽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 없는 나무도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뽑힐 뿐이다. 흔들린다는 것은 약한 것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에 겪는 일이다.

 

비바람이 부는 아침이다. 나무가 흔들리고 있다. 내 눈엔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결을 따라 부드럽게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인생의 풍파에 부딪히는 일이 아픔일 수 있지만 피할 수 없다면 바람결에 맞추어 춤추듯이 고난을 즐겨보면 어떨까? , 배부른 소릴 하고 있는 거라고 핀잔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 팽나무와 회화나무 형제처럼 사이좋게 공존함  © 공학섭


시편 저자는 큰 어려움을 만났을 때 그 어려움을 피하거나 물리쳐 달라고 부탁하지 않고 밤에 주의 이름을 기억하게 해주시고, 밤에도 주의 법을 지킬 수 있기를 기도했고, 밤중에 일어나 주께 감사하게 해달라고 노래했다. 그리고 주는 선하사 선을 행하셨다고 고난을 달게 받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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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7/22 [17:05]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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