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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09.27 [07:19]
“우크라이나 전쟁, 한국인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성찰 불가피하게 만들어”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 “우크라이나 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 분석
 
김철영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겸 서울대 명예교수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인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성찰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며 국제 정세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영관 박사(전 외교부장관, 서울대 명예교수)     ©뉴스파워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동창회보에 기고한 글을 자신의 SNS28일 공유한 윤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은 2차대전 이후 유지되어온 이같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할 것이냐, 아니면 러시아의 승리로 제국주의적 약육강식의 논리가 전면에 재등장하게 방치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한 우리 사회 일부에서 나토의 동진이 러시아를 자극해 문제가 발생했으며 그래서 러시아의 행동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면서 권력정치의 시각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이른바 현실주의(Realism) 입장에서는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런데 이러한 현실주의 시각은 철저히 강대국 관점이라며 문제는 우리는 미, , 러와 같은 이른바 강대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라는 점이다. 국제정치학은 수학이나 물리학과 달리 연구자의 시공간적 입지에 크게 영향을 받는 학문이다. 그 같은 문제의식이 없으면 남의 다리를 긁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격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인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한국으로 하여금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과 민주국가의 달성, 세계 수준의 반도체, 밧데리, 자동차 산업의 육성, 김연아, BTS, 오징어게임 등 K-컬쳐의 융성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크게 도전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의 정파적 이데올로기나 선제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금 바깥세상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이고, 우리는 누구이며,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 냉철하게 그리고 깊이 성찰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글 전문.

 

우크라이나 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소련의 붕괴는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20054월 국정연설에서 그렇게 말했다. 되돌아보건대 이 한마디는 그의 역사관과 향후 국제무대에서의 행보를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게 해준 것이었다. 2007년에는 뮌헨 안보회의에서 나토의 동진이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조지아를, 2014년에는 크림반도를, 그리고 올해 224일에는 우크라이나를 전면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의 초기 계획은 신속하게 수도 키우를 점령해서 젤렌스키 정부를 해체하고 친러 위성 정부를 세운 뒤 철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젤렌스키 정부와 서방측의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저항에 부딪친 후, 계획을 바꾸어 지금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터키의 군사전문가인 캔 카사포글루(Can Kasapoğlu)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점령한 뒤 오데사 항을 포함한 남부 흑해 연안을 점령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게 해서 우크라이나의 흑해 진출을 막고, 아예 우크라이나를 실질적인 내륙국가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그 후 드네프르강 동쪽은 러시아가 장악하고 서쪽은 쪼그라들고 피폐한 우크라이나가 명맥을 유지하게 남겨놓은 다음, 몰도바부터 시작해서 폴랜드와 발트 3국을 압박할 것이다. 결국 흑해를 러시아의 내해로 만들고 동부 유럽에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함으로써 러시아제국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장기적 소모전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격렬히 저항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역대 최강의 경제제재를 러시아에 가하고 있다. 나토 국가들도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합해서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승리하면 그다음 타겟은 자국이 될 것이라는 강한 두려움을 갖고 있고, 중립국 핀랜드와 스웨덴마저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이러한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국제정치에서 자국의 세력권을 확장하기 위해 타국을 침략하는 행위는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흔히 있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는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종료되었다. 2차 대전 종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가장 중요한 규범은 유엔헌장에 명시된 것처럼 타국 영토의 주권을 존중하고 국민들이 스스로 정치체제의 성격이나 외교 노선을 결정할 수 있는 자결권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은 2차대전 이후 유지되어온 이같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할 것이냐, 아니면 러시아의 승리로 제국주의적 약육강식의 논리가 전면에 재등장하게 방치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러시아의 국제규범 위반에 대한 준열한 비판은 과거 제국주의의 희생양이었던 아프리카 대륙 출신인 어느 외교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주유엔 케냐대사인 마틴 키마니(Martin Kiman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 전 유엔안보리 연설에서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다수 국가는 평화를 위해 서구식민지 기준으로 쪼개진 현재 영토를 받아들이고 있다... 만일 러시아와 같은 방식으로 민족, 인종, 종교적 동질성으로 국가를 수립하려 했다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은 현재의 국경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평화라는 더 위대한 것을 원해서...” 러시아처럼 행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 일부에도 나토의 동진이 러시아를 자극해 문제가 발생했으며 그래서 러시아의 행동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권력정치의 시각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이른바 현실주의(Realism) 입장에서는 나올법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주의 시각은 철저히 강대국 관점이다. 문제는 우리는 미, , 러와 같은 이른바 강대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라는 점이다. 국제정치학은 수학이나 물리학과 달리 연구자의 시공간적 입지에 크게 영향을 받는 학문이다. 그 같은 문제의식이 없으면 남의 다리를 긁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동정론은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인들이 가지게 된 안보 불안감은 무시한다. 나토 동진의 본질은 동구권 국가의 국민들이 러시아식 권위주의 독재보다 민주주의를 간절히 원해서 내린 정치적 결정들의 연속이라는 점도 철저히 무시한다. 모든 것을 강대국의 권력정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이들 약소국은 장기판의 졸로 치부될 뿐이다.

 

한국은 과거 강대국 제국주의 정치의 희생양이었다. 일본은 자국의 세력권을 확대하기 위해 청과(1984) 러시아(1904)와의 전쟁에 승리한 뒤 조선의 주권을 침탈했다. 그리고 35년간 엄청난 고통을 가했다.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일본의 보수정치지도자들을 향해 그러한 과거의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다고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제국주의 시대 일본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행동을 하는 러시아를 옹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러시아의 승리는 특히, 앞으로 국제정치가 한국처럼 강대국에 둘러싸인 상대적 소국들에게 더욱 험한 세상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격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인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으로 하여금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과 민주국가의 달성, 세계 수준의 반도체, 밧데리, 자동차 산업의 육성, 김연아, BTS, 오징어게임 등 K-컬쳐의 융성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크게 도전받고 있다. 국내의 정파적 이데올로기나 선제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금 바깥세상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이고, 우리는 누구이며,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 냉철하게 그리고 깊이 성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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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6/28 [22:57]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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