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6년과 1529년, 신성로마제국 황제는 슈파이어(Speyer)로 의회를 소집하였다. 라인강 유역의 한 작은 도시에 지나지 않은 이곳은 가톨릭이 우세한 도시였다. 그러하기에 개신교 신앙의 또 하나의 근원지가 될 수 있는 조건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이 도시가 종교개혁 사상을 유럽 각지로 분출하는 샘터가 될 수 있었는가.

의회 참석을 목적으로 유럽 전역에서 제후를 비롯한 귀족들이 모여들었다. 그 가운데 황제가 반가워하지 않은 손님들이 끼여 있었다. 가톨릭 신앙이 지배적인 황제의 영토에서 배반자처럼 보이는 이들이었다. 6명의 제후와 14개 도시 대표단이 그들이었다. 이들은 놀랍게도 루터의 개혁신앙을 수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황제에게 더 이상 새로운 신앙을 억압하지 말고, 이를 인정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들은 로마서 1장 16-17절 말씀이 그 시대에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고 신념에 가득찼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쉬파이어에서 개진된 이 사건은 황제측으로부터 반항(Protestation)이라 불렸다. 반항 사건은 곧 사회적 이슈가 되어 사람들 사이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소문에 소문을 따라 퍼져가는 개혁사상은 의회 참여자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를 제공했다. 많은 사절단들이 가십거리처럼 루터의 개혁 사상을 알게 되었지만, 곧 복음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되었다. 폐회가 된 후 이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그들의 귀향이 바로 선교행렬이 된 것이다. 제국의회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모였지만, 이를 통해 종교개혁이 보다 넓은 지역으로 더 빨리 전파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때 사용된 반항이라는 단어에서 종교개혁을 통해 등장하게된 새로운 신앙 스타일인 “프로테스탄트”가 나왔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