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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07.04 [16:28]
[NCCK 사건과 신학] 떠나는 영웅
김명희(서강대학교 종교연구소 학술연구교수)
 
김명희

  

 빠르다늘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 생각이 무색할 만큼 정말 빠르다요즈음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 말이다.

 

어쩌다 보니 지난 7월부터 계속해서 청년과 관련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지난 7월의 ‘2021년 대한민국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일과 8월의 청년과 불안’, 그리고 9월에도 또 청년이다. 9월 사건과 신학 주제를 논의하면서 우리가 눈여겨보았던 것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올림픽 이후 스포츠 스타들에 열광하는 그들의 모습미디어에 등장하는 다크 히어로에게 보내는 그들의 관심폭력적인 미디어 컨텐츠의 주인공들에게 보내는 그들의 찬사 등등.

 

그런데 그사이 벌써 대중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드라마 ‘D.P’의 흥행도 잠시 어느새 오징어 게임이 모든 대중의 관심을 다 흡수하는 듯하다어쩌면 미디어의 파도에 우리가 휩쓸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과 함께 이 맹렬한 조류를 감당할 수 없음에 현타(현실적 자각)가 몰려온다.

 

논의의 과정에서 청년들은 영웅’, ‘히로이즘’, ‘메시아니즘’ 등의 이야기를 했고그들의 선배들은 이 시대의 정치경제문화 엘리트들이 만들어 놓은 질서에 대한 청년들의 저항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했다그래서 이번 호의 제목이 좀 길다.

 

이 시대 영웅에 대한 이야기정치경제문화 엘리트들이 만들어 놓은 질서에 대한 청년들의 저항의 형태에 대한 보고

 

이번 사건과 신학이 긴 제목에서 느껴지는대로의 야심찬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조심스러운 마음이다잘못이 있다면 글쓴이들이 아니라 편집진의 문제일 것이다다만 우리는 이제까지 엘리트들이 만들어놓은 이 사회의 질서를 이제는 우리 청년들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랄뿐이다.

 

<사건과 신학 편집팀>

▲ [NCCK 사건과 신학] 떠나는 영웅     © 뉴스파워



1. 배금주의 영웅

 

가끔 TV를 보면 명사들이 출연해 그들의 영웅담을 들려준다. 대체로 그들은 한국의 명문대출신이거나 미국의 명문대에서 박사가 된 사람들이다. 온갖 고생 끝에 지금은 한국 혹은 미국에서 꽤 유명한 사람으로 성공했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시청자들은 TV 앞에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내 아이는 저렇게 키워야겠다.”라며 다짐도 한다.

 

한국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SKY대를 꿈꾸며 사교육 현장에 내몰린다. 그렇게 힘들여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합격의 기쁨도 잠시, 또다시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치열한 경쟁에 편승한다. 대학교는 더이상 학문의 전당이 아닌, 취업준비생들의 학원이 되었다.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학점관리에 들어간다. 4학년 취준생들은 100통의 이력서를 날려 보지만, 정작 손에 쥐는 것은 불합격 통지서다.

 

대학의 취업률이 우수학교의 기준이다 보니 대학에서 인문학은 찬밥신세다. 이미 많은 대학교에서 철학과를 비롯한 인문학과와 예술학과들이 사라졌다. 인문학은 캠퍼스 밖 문화센터나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이 되었다. 인문학을 전공하거나 ‘IN SEOUL’ 대학을 다니지 않는 대학생들과 고등학교 졸업 후 산업현장에 뛰어든 청년들은 성공이라는 단어와는 무관한 사람이 되었다. 인구절벽으로 대학정원이 미달 사태라고 하지만, 취업률을 올리는 이공계 학과들은 여전히 신설되고 있다.

 

교회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하나님의 축복은 물질적 세속적 축복을 의미하게 되었다. 교회의 건물 크기와 교인 수가 좋은 교회를 가름하는 기준이 되었고, 헌금의 액수와 교인의 사회적 지위가 좋은 교인의 잣대가 되었다. 주일 설교 강단에서는 번영신학의 메시지가 거침없이 선포된다. 청년들은 배금주의의 온상이 된 교회를 보며 하나 둘 떠난다. 이제 남은 자는 배금주의 영웅배금주의 영웅이 되고자 하는 사람뿐이다.

  

2. 평범한 영웅

 

나는 TV에 자기 직업에 만족하며 사는 평범한 영웅을 소개하는 날이 속히 왔으면 한다. 명문대 유명학자가 아니어도 대기업 CEO가 아니어도 소소한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는 행복한 영웅이 우리 청년들이었으면 좋겠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루시퍼 이펙트(1971)에서 악의 일상성으로부터 영웅의 일상성을 도출한다. 그는 문제 있는 개개인, 썩은 사과가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시스템, 썩은 상자가 문제임을 지적한다. 잘못된 구조(시스템)가 선량한 시민을 악인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의 미군 병사가 보여준 잔혹한 태도가 그 대표적 예다. 짐바르도 교수는 잘못된 시스템을 고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영웅이라고 하면서 영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한다.

 

잘못된 시스템이란 세계 평화학자 요한 갈퉁이 말하는 구조적 폭력일 수 있다. 사회구조가 잘못되었을 때 사회구성원은 폭력에 노출된다. 한국의 청년들 역시 교육과 경제, 사회, 정치의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다. 그들 중 많은 수는 구조적 폭력에 행동하지 않는 방관자로 살아간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잘못된 시스템을 고발하며 저항하는 소수의 청년이 있다. 그들이 구조적 폭력 사회의 평범한 영웅들이다.

  

3. 떠나는 영웅

 

자본주의 사회가 양산한 배금주의 영웅은 더이상 우리 사회의 영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영웅은 작은 것에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다. ‘비움을 통해 행복한 사람이 영웅이어야 한다. 예수는 머리 둘 곳조차 없는 작은 자였다. 그러나 그는 십자가의 희생’(kenosis)을 통해 부활의 소망을 보여준 인류의 영웅이었다. 예수는 당시 유대 사회의 잘못된 율법주의 시스템에 저항한 영웅이었다.

 

짐바르도는 잘못된 시스템에 저항하는 소수의 사람을 평범한 영웅이라고 부른다.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의 포로 학대 사건을 외부에 공개한 조 다비, 2차 세계대전 당시 대학살의 위기에서 유대인들을 구출한 여러 유럽인 이웃들, 이들이 맹목적 복종을 거부하고 영웅적 행위를 수행한 평범한 영웅들이라고 한다.

 

오늘날 을 성공의 척도로 삼는 잘못된 시스템을 고발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이 평범한 영웅들이다. 이들은 잘못된 교육과 사회, 종교 시스템을 고발해 보지만, 곧 절망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마침내 그들은 썩은 상자’, 잘못된 사회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나는 교회 청년부에서 아베체데라는 독일어 초급과정의 동아리를 오랫동안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청년들이 호기심으로 독일어를 배우겠다고 찾아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잘못된 교육과 사회구조에 좌절한 청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독일어를 열심히 배웠고, 나의 안내를 통해 독일로 갔다. 이번 여름에도 두 명이 독일에 갔다. 한국의 잘못된 시스템에 적응할 수 없어서였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청년들의 이주행렬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한국에서 국외로, 교회에서 세상으로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이제 한국은 영웅이 필요한 사회가 아니라, ‘영웅이 떠나는 사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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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0/10 [10:45]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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