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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12.04 [07:56]
"소용돌이 한국정치, 소용돌이 한국언론 "
NCCK 언론위원회, '9월의 주목하는 시선 2020 ' 선정
 
김현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언론위원회(위원장: 권혁률)9월의 주목하는 시선 2020으로 <소용돌이 한국정치, 소용돌이 한국언론 - 분열과 갈등 부추긴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보도를 보며>를 선정해 발표했다.

 

   

언론위원회의 ‘(주목하는) 시선에는 김당 UPI뉴스 대기자, 김덕재 전 KBS PD, 김주언 열린미디어연구소 상임이사,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길화 아주대 겸임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달의 필자는 정길화 교수이다.

 

 

      

다음은 선정 취지 전문.

 

5년 단임제 대통령제 하에서 상시가 선거 국면이고 항시가 정치의 계절이다. 한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음 선거가 다가오고 때때로 보궐선거까지 정치일정에 등장한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여야공방이 공수를 바꿔가며 중단 없이 계속된다. 정부여당의 선정(善政)은 권토중래를 도모하는 야당에게 악재요, 집권세력의 악수(惡手)는 반사이익을 노리는 야당의 호재다. 당연히 남 잘 되는 꼴을 못 본다. 필요하면 자해공갈도 서슴지 않는다. 혹세무민의 참주선동도 빠지지 않는다. 때로는 국정훼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런 상황을 일찍이 그레고리 헨더슨은 소용돌이의 한국이라고 명명했다. 그의 문제작 <소용돌이의 한국정치>(1968)에서 헨더슨은 한국에서 집단을 만드는 것은 주로 구성원들을 권력에 접근시키기 위한 기회주의적 수단이었으며..... 한국의 분파 조직들은 서로 적대시하면서 단 하나의 극점을 향한 큰 흐름 속에 몸을 내맡겼다..... 모든 가치는 중앙권력에 속했다..... 권력을 향한 경쟁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했다. 이 사회는 높이 솟은 원추형 소용돌이라는 특유의 형태를 만들어냈다고 설파했다.

 

헨더슨이 한국사회에는 엘리트와 대중 간에 매개그룹이 없다고 했을 때, 그는 장차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정당, 지자체, 그리고 시민사회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이 매트릭스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매개그룹의 한 부분이거나 적어도 엘리트와 대중 간을 소통하는 역할을 맡을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은 대중은 물론이고 매개그룹에도 서지 않으려 한다. 기득권 근처에서 유사권력을 누리거나 호시탐탐 권력의 자장(磁場)에 진입하려 한다. 그들 자신이 기득권이라고 자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준만 교수는 한발 더 나가 소용돌이 저널리즘을 말한다. 강교수에 따르면 소용돌이 저널리즘은 엘리트와 대중의 매개 조직이 없거나 약한 1극 집중 구조에서, 이를 반영하는 상사(相似)적인 언론 구조가 공적 소통의 직거래 문화1극 집중 구조로 증폭시키는 저널리즘이라는 것이다. 이는 언론이 소용돌이 정치의 극복을 위해 소통을 강화하는 등 매개력을 제고하기보다는 같은 논리, 같은 방식으로 이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야말로 소용돌이 정치소용돌이 언론이다. 진영주의 언론의 연원이 여기에 있다.

 

지난 98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겨레신문이 개최한 신뢰받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공동세미나에서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 언론의 가장 심각한 문제나 특징적 현상은 정파성의 양극화라며 한국 사회의 정파성과 언론의 경영위기가 겹치며 정파성의 상업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는 정파성의 양극화로 이어졌다고 발제했다. 1960년대 G. 헨더슨이 지적한 소용돌이현상이 만연해져 이제 구조화, 고착화되었음을 말하는 것일까. 다만 언론의 경영위기를 정파성 양극화의 원인으로 삼는 것에는 심정적으로 공감하기 어렵다. 장사가 어려워졌다고 불량품을 파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올해 연초에 발표된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언론인 조사결과에서는 언론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광고주(68.4%)’, ‘편집·보도국 간부(52.7%)’, ‘사주·사장(46.4%)’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필경 중복 응답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든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렇게 해서 남재일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 사회의 정파성과 언론의 경영위기가 겹치며 정파성의 상업화가 찾아온 것일까. 이와 관련 918일자 머니투데이에 실린 ‘[단독]추미애[속보]추미애미디어 지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칼럼은 진솔한 토로를 통해 작금 언론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사계의 주목을 받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언론이 댓글과 클릭수에 연연하며 포털 비즈니스에 매몰되면서 본질에 천착하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추미애 장관 아들의 휴가 문제만 해도 그렇다. 8월말 이후 한 달 내내 거의 모든 언론을 도배한 이 뉴스는 부대장교 녹취 공개, 당직사병 인터뷰, 프로축구단 인턴 논란, 추장관 거짓말 시비 등으로 계속 이어졌다. 91일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만 봐도 9개 중앙일간지 지면에서 500여 개 기사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피로감이 들 정도로 쏟아졌던 보도량에 비하여 실체적 진실은 모호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는 진상규명보다는 의혹 확산과 분노 유발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여야의 대립을 중계하면서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즐기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이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룬 KBS920<저널리즘 토크쇼J> 방송분은 저간의 흐름을 낱낱이 알려주고 있다. 이번 보도에서 일부 언론이 보인 행태는 최영묵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로 압축이 된다. “결국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선동하잖아요. 분노하라고. 이건 언론 영역을 넘어서 사실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건데 실질적으로 이건 감시자나 비판자가 아니잖아요. 그냥 선수예요. 선수로 뛰는 거죠.”

 

언론들은 이 이슈를 군대에서의 공정성 문제로 의제화했다고 할 수 있다. 아젠다를 견인하고 지탱하는 팩트나 논리가 충실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초점은 여기에 맞춘 것이다(그래야 공분을 유도할 수 있으니까). 이들의 의도를 가장 선의로 해석할 경우, 기본적으로 군대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이른바 부모찬스가 사라지고 공정성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별의 별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다 나왔지만 본질적인 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휴가에서의 공정성 문제만 따지고, 병역 제도와 관련된 근본적인 의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왕 군대에서의 공정성을 얘기하기로 했다면 차제에 군내 인권 문제, 의료권과 월급 등 사병의 처우, 60만 병력의 적절성과 같은 병력 규모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이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다. 6.25 때도 20만 병력으로 전쟁을 치렀는데 현대화된 지금, 그리고 매일매일이 교전이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왜 60만 대군을 유지해야하는가도 필요한 질문이다. 이것이 발전하면 감군(減軍)과 모병제까지 담론이 제기될 수 있다. 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두고 그것이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가만을 따진 것이다. 병역제도를 근원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일개 사병의 휴가증을 놓고 온 나라가 소란을 떤 꼴이다.

 

나아가 오랫동안 우리사회를 뒤흔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 ‘여자도 군대 가라’, 군 가산점 논쟁 등 병역제도로 인해 상당한 불이익을 받아온 남성들의 왜곡된 심리도 짚어볼 수 있었다. 한국의 남성들은 대체로 병역 의무에 순응하고 군대 제대 이후에는 군대 자체의 개혁을 꿈꾸지 않고 똑같이 불이익 받기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언론은 이번 사태에서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고 이슈를 선도하는 대신 추잡한 문제제기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언론사 사주 자제들의 엄청난 병역면제율을 생각하면 참으로 위선적이다.

 

언론은 여야 대립에 편승하면서 그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고 나중에는 이를 즐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정쟁이며, 그로 인해 파생되는 어뷰징이 목적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뉴스 신뢰도 순위를 보면, 한국은 2016년 주요국 26개국 중 23위로 시작해, 201736개국 중 36, 201837개국 중 37, 201938개국 중 38, 202040개국 중 40위다. 한마디로 한국언론의 신뢰도는 밑바닥을 기고 있다.

 

반면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보면, 올해 한국의 순위는 180개국 중 42위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180개국 중 70위까지 추락했다가 노무현 정부 때의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한국 언론이 자유에 걸맞는 책임과 신뢰도를 보여주고 있는지 그 여부는 굳이 말하고 않아도 될 것 같다. “보통 이럴 때 언론인들은 심층취재로 국민들에게 사실과 진실을 보도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의 행동요령을 알리고 그 중요성을 설파하지 않나” SNS에서 회자되는 한 소셜 칼럼니스트의 글이다. 환경감시, 상관조정 등 고전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묘사되는 나오는 미디어의 기능이 낯설다. 한국의 언론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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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1 [13:42]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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