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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6.25 [01:01]
‘차별 없는 세상’ 꿈꾸는 화가 이경성
인사동마루에서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전시회 열고 있는 화가 이경성
 
김철영

 

가장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이 썩습니다.”

 

그의 말처럼 그는 무더운 한낮에도 공사판에서 등짐을 졌다. 새벽에 우유배달, 신문 배달도 했다. 안 해본 것이 없다. 그나마 벽화 그리기는 자신의 재능을 살리는 일이기에 다른 일보다는 잘 해냈고 뿌듯했다.

▲ 이경성 화백이 자신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파워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오직 그림만을 그려 작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전업 작가의 삶은 이처럼 고단하고 지난(至難)하다. 차가운 지하실 바닥에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후 석회가루를 덮어서 수없이 녹여내어 그림을 완성하는 소멸침식기법을 활용하는 작업 역시 창의적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산물이다.

 

35년 째 전업 작가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화가 이경성. 그가 지난 21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동마루 34관에서 열여덟 번 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공인전 오브제, 다다이스트] 기획전 기획초대-이경성 개인전 떨기나무-수평고르기가 공식 명칭이다. 떨기나무를 주제로 한 여섯 번 째 시리즈 작품들이다.

 

지난 24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사동 쌈지길 옆에 소재한 인사동마루를 찾아갔다. 지난 2014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1층 문화갤러리에서 연 제15회 개인전을 찾은 이후 두 번째다. 그때도 떨기나무시리즈 작품을 내걸었다.

▲ 이경성 화백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     ©뉴스파워

 

 

떨기나무테마로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초등학교 시리즈가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는 나름대로 새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열심히 해 놓고 보면 반드시 꼭 이전에 했던 누군가의 작업과 닮아 있는 것에 대해서 절망을 했습니다.

 

작가들의 가장 큰 고통은 창의적 발상이다. 누군가가 생각하지 못했던 바로 그 무엇인가를 구상하는 것이다. 발명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이경성 화백이 '떨기나무' 시리즈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파워

 

 

이경성은 창작의 극한 고통 속에 도대체 나만의 것을 어떻게 찾아야 한단 말인가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중에 1997년 한여름 어느 날,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 뒷산에 올라 팔각정에서 용인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용인 초등학교에 텅 빈 운동장이 마치 불현듯 우리 인간의 삶을 모두 압축한 공간으로 보였다. 초등학교 교문은 탄생으로 보이고, 초등학교 운동장은 뛰고 달리고 경쟁하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고 교정에 꽂힌 깃발은 죽음 이후의 세상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 이경성 화백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     ©뉴스파워

 

 

우리 인생의 시기 중 그래도 가장 순수했던 시절은 아마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살고 태어나고 죽는 모든 과정을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압축을 해서 표현하게 되었고 이것이 떨기나무 처음사랑시리즈의 시초가 되었지요.”

 

떨기나무-처음사랑은 초등학교를 전면에 배치하는 구상이었다. 그 다음 시리즈는 초등학교를 중앙에 배치해 아이콘화 했다. ‘떨기나무를 주제로 해서 구상성에서 추상적 시리즈로, 그림 시즌 상상 시리즈로, 크랙 시리즈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수평고르기를 테마로 정했다.

 

그동안 선배들은 주제 하나를 정해 작품을 완성하면 그것으로 끝내고 다른 주제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저는 떨기나무시리즈를 주제로 해서 계속 좋은 장점을 심화시켜 그림을 그려왔어요. 다 팔렸기 때문에 몇 점을 그렸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최소 1,000점은 넘은 것 같아요.”

 

유별나다고 할까, 특별하다고 할까, 예술가적 감각이라고 할까. 그보다는 영혼의 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해 자유분방한 미술학도로서의 학교생활 속에서 그를 찾아와 만나 준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을 갈구하면서 그분을 알아가는 일에 열심이었다.

▲ 이경성 화백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     ©뉴스파워

 

 

통기타를 들고 굵은 저음으로 찬양하는 시간은 하나님과 그와의 깊은 대화의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붓을 들고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가는 시간은 그가 받은 구원의 은총을 표현해내는 작업이었다.

 

떨기나무는 모세는 히브리인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갈대상자에 싸여 나일강에서 떠내려가야 했다. 어쩔 수 없는 버려짐과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이집트의 왕 바로의 딸의 눈에 띄어 건져냄을 받아 왕궁에서 자랐다. 세상의 모든 권력을 다 가진 것이나 다름없는 신분이었고, 세상의 학문도 연마했다.

 

하지만 그의 잠재된 의식에는 히브리민족이라는 동족 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히브리인을 학대하는 애굽인을 죽이게 된다. 그 사건으로 결국 미디안 광야로 피신했다. 그곳에서 양을 치면서 고독하게 지내고 있을 때 떨기나무 가운데로부터 나오는 불꽃 안에서 여호와께서 나타나셔서 모세를 만나 주셨다. 그리고 그에게 새로운 이스라엘 민족 구원의 사명을 부여하셨다.

▲ 이경성 화백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     ©뉴스파워

 

 이번 떨기나무-수평고르기는 구약성경 이사야 404절의 말씀에서 착안한 것이다.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언덕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아니한 곳이 평탄하게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이사야 40:4)

 

이번 전시는 이전 전시에서 남아있던 구상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고 내면의 영적인 묵상을 표현하려 애썼습니다. 지금은 골목길조차 수직의 골목길(엘리베이터)을 우리는 왕래하며 살고, 그 수직의 골목에는 수많은 상하의 계층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보면서 수직의 골목길이라는 착상은 함민복 시인의 시어를 차용한 것입니다.”

 

작품 표면의 요철을 상하의 구분으로 보고 이것을 평탄케 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먼저 원색의 그림을 요철 있게 그리고, 석회를 덮고 튀어나온 부분을 고르게 갈아내고 녹여내기를 수없이 반복해서 매끄러운 표면이 되게 했다. 거기에 상하가 아닌 수평의 고르기가 있다. 2센치미터의 돌출을 평평하게 만든 것이다.

 

언뜻 보이는 색들은 떨기나무(가시나무)같은 고난의 삶속에도 구원과 소망 그리고 사랑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해거름에 밤의 어둠이 깊어지면 하나 둘 켜지는 등불처럼 반짝이는 우리의 소중한 그 무엇들입니다.”

▲ 이경성 화백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     ©뉴스파워

 

 

이경성은 수평고르기를 통해 차별이 없는 세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수직적인 사회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평등을 지향하면서 남을 배려할 수는 있다. 조금씩만 낮추고 높여준다면, 그리고 조금씩만 더 나눌 수 있다면 수직 사회는 수평사회로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인간과 동물들이 함께하는 세상, 빈자와 부자가 함께하는 세상은 결국 그날 이 오면 이루어질 것이다. 그날은 수평고르기가 완성되는 날이다. 눈물도 고통도 슬픔도, 억울함도 없는 그날을 사모하며 사는 사람들 가운데 이경성도 있다.

 

그의 그림은 사무치도록 그날을 그리워하는 영혼의 울림인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살아온 그만이 착안할 수 있는 테마가떨기나무-수평고르기. 그의 영혼의 울림이 보다 더 깊어질 때 떨기나무-수평고르기다음 시리즈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그를 찾아와 만나주신 하나님을 향한 처음 사랑을 잃지 않는다면. 그의 다음 시리즈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 자신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을 설명하는 이경성 화백     ©뉴스파워

  

 

이경성 화백은 1885년 조선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전업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미술관 초대전, 마니프 초대전 등 각종 초대전 200여회와 개인전은 18회를 열었다. 현재 한국미협, 구상전, 경기도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필하모니 아트페어 초대작가, 용인국제 아트엑스포 초대작가,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초대작가, SCAF 초대작가, KASF 초대작가, 현대화제 초대작가로 선정되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을 비롯해 성남아트센터 미술관, 벗이미술관, 씨네21, 용인시축구센터, 용인시청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 이경성 화백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     ©뉴스파워

 

▲ 이경성 화백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     ©뉴스파워

 

▲ 이경성 화백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     ©뉴스파워

 

▲ 이경성 화백의 '떨기나무-수평고르기' 작품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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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마루 갤러리 신관 3402-222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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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25 [15:57]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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