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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06.27 [17:20]
무적의 제왕-화이트홀이 다가온다(39)
박상준SF무협소설-무적의 제왕
 
박상준

정수리를 매만지며 라이언이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부스의 칭얼거리는 불만은 라이언 국장의 부연 설명에 그만 맥을 잃고 말았다. 대통령은 순간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부스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아! 국민들이...국민들이...나를 무능한 놈이라고 욕하겠지. 어쩌면 불쌍한 놈이라고 동정이나 해줄까! 차기 정권 창출은 물 건너 간 건가! 빌어먹을. 다 죽고 나면 뭔 필요가 있겠냐.)

 

몇 사람이 그에게 달려들어 일으켜 주었으나 그들 또한 부스와 매한가지 심정이었다. 단지 대통령보다 책임감이 덜할 뿐이지 공포나 두려움의 크기는 그곳에 모인 누구라도 어느 누구보다 적지 않았다. 대통령은 정신을 가다듬고 게일을 쳐다보려고 했으나 왠지 내키지 않았다.

 

“혹시. 더 할 말이 있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여리고라는 사람의 논문에서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자전속도가 빨라지면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멀어질 거라고 하더군요.”

 

“뭐. 그런 잡놈이 있나! 아예 겨자에다 고춧가루를 뿌리는구만!”

 

따가운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불만을 엉뚱한 이에게 쏟아냈다.

 

“그 잡놈의 말이 설마 근거가 있는 주장은 아니겠지?”

 

부스는 게일의 눈을 피하며 주둥이로만 게일을 응시했다. 게일의 말이 또박또박 들렸다.

 

“그 주장이 근거가 있으니까 논문에 실렸겠죠. 그런데 그 주장이 이젠 주장이 아니라 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뭐여. 그 잡놈이 무지 좋아하겠구만. 지 주장이 맞아 떨어졌다고.”

 

“대통령. 체통을 지키시오. 체통을...”

 

보다 못한 국방장관이 부스를 나무랐다. 뭇사람들이 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부스를 바라봤다. 부스가 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씨발. 나 대통령 안 해.”

 

힘차게 불끈 쥔 오른쪽 주먹을 긴 탁자를 향해 내리쳤다. 정통으로 모서리에 맞은 그의 주먹에선 피가 흘러내렸고 찢어질 듯한 비명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아악”

 

“헉.”

 

“뭐여.”

 

다시 한 번 뭇사람들이 경악을 했다. 농담을 했는데 뭇사람들의 반응은 웃음이 아니라 경악이었다. 숨 막힐 정도로 답답한 기분도 전환시킬 겸 경직된 분위기를 이완시켜보겠다는 의도로 취한 제스처에 각료들이 뜻밖의 반응을 보이자 부스는 괜히 생쑈를 한 번 했구나! 라고 후회막급이었다.

 

사람의 인품은 위기상황에서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부스는 영 대통령감이 아니었다. 그들 속에 파묻혀 게일이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놈을 믿고 한 표를 찍었으니...참나,  부스는 민주주의의 구멍 같은 놈이야.)

 

그때 아무 역할도 못하고 멍청하게 서 있는 자신의 꼴이 무척이나 초라하게 여겨진 라이언이 게일의 설명 중에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부분에 대하여 넌지시 물었다.

 

“게일. 그런데 과연 오로라가 저위도 지방에서 그것도 낮에 발견될 수 있는 건가? 원래 오로라는 열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가? 또한 고위도 지방의 오로라 대에서도 구름이 없는 날씨가 좋은 밤에나 관측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해서 열권에서 발생하는 오로라가 대류권의 구름층을 뚫고 낮에 관측될 수 있단 말인가?”

 

.....”

 

게일이 무척 당황했다. 주변 사람들은 라이언의 지적에 게일이 무척 당황해하자, 역시 직급이 높은 국장의 말이 더욱 신빙성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대화에 끼지 못해 크게 위축되었던 라이언은 자신의 체면이 몇 마디 말에 회복되는 걸 깨닫고 만족해했다. 그러나 게일의 표정은 똥 씹은 사람마냥 무척 찌그러져 있었다.

 

“라이언 실장님. 그렇다면 혹시 태양에서 오는 방사성물질이 아니라, 지구에서 발생한 방사성물질에 의해 대류권에서 생기는 오로라 현상이 아닐까요?”

 

뭇사람들이 그의 말에 또 한번 수긍을 하는 표정을 지으며 라이언의 입을 주목했다. 그러자 라이언은 또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음. 그렇다면 외계생명체가 지구에다 막대한 에너지를 쏘아 부었고 그 에너지가 일부 반사되거나 흘러나와 생겼다는 것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관측장비와 실험장비 등 모든 전자장비들이 복구되고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그들의 대화에 부스가 끼어들어 결정적인 말을 했다.

 

“이봐. nasa의 친구들. 그건 그렇고 이 위기를 모면할 마땅한 타개책을 제시할 수 있겠나?”

 

......”

 

라이언과 게일은 당연히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달을 폭파시켜야 하는데 부스 대통령이 말한 대로 역시 달에다 핵무기를 퍼부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과연 지구 질량의 80분의 1에 달하는 달을 폭파시킬 만한 핵공격을 달에다 10일 이내에 퍼부을 수 있을까! 또한 폭파된 달의 잔해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수없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의논했으나 뾰족한 수가 생각날 리가 없었다. 모든 고난과 대책마련을 전 세계 국민과 함께 하고자 결단을 내린 부스의 한마디가 장중하니 흘러나왔다.

 

“소련이나 일본 등 에서도 분명 무슨 조치를 취할 것이라 보오. 아무래도 초국가 차원에서 그들과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 같소. 전 세계인들을 향해 나, 부스가 성명을 발표하겠소.”

 

뭇사람들은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보좌관은 벌써 언론 및 방송 사에 이 사실을 통보할 조치를 취하려 했다.

 

나이트클럽의 스트립 걸의 하얀 손이 커튼 사이로 비집고 나오면서 드디어 불쑥 튀어 나와 오색찬란한 스포트라이트의 눈부신 빛 속에 들어섰다. 굽 높은 싸구려 하이힐을 신고 마치 연체동물처럼 히프를 흔들며 남자들의 눈요기를 집중시키고 있었다.

 

스트립 걸은 무대를 뒤뚱뒤뚱 몸을 흔들어대며 몇 바퀴 돌고 나서야 반짝반짝 윤나는 놋쇠 기둥을 움켜잡고 거기에 몸을 비비대며 사내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려 듯 관능적인 포즈를 연신 취했다.

 

그녀가 몸에 걸치고 있던 투명 케이프를 벗어 내던지고 또 한 차례 발끝으로 빙그르 돌려고 할 때, 무대 위가 들썩이며 흔들려 그녀는 바닥에 넘어졌다. 다리가 쫘악, 벌려진 틈 사이를 쳐다보며 술꾼들이 연신 소리를 쳐댔다.

 

“어이, 훨씬 나아 보이는데. 차라리 그런 자세로 춰”

 

그 때 무대의 커튼 사이로 사내아이와 여자아이가 뛰쳐나왔다.

 

“엄마. 무서워요.”

 

“제기랄, 술만 다 떨어지네. 야, 이 기집애야. 너 땜시 술맛 배렸으니, 다 벗고 화끈하게 한 번 춰봐”

 

그때 또 한명의 사내가 무대 위로 다가가 넘어져 있는 스트립 걸의 허벅지를 잡고 늘어지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 정도는 서비스를 해야지.”

 

스트립 걸이 아이들을 감싸고 사내의 손을 가볍게 한번 쳐대자, 그 사내는 순순히 물러나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양복을 걸치곤 있지만 직업이 경찰인 사람이다. 적어도 동네 양아치처럼 쉽게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취할 사내가 아닌지라 술김에 한번 망가져보려는 시도를 포기했다.

또 다시 무대 앞에 있던 사내가 소리쳤다.

 

“야. 이 기집애야. 술맛 떨어지게 웬 요조숙녀 행세를 하고 지랄이야.”

 

자신의 엄마에게 소리를 질러대는 사내의 모습이 악마처럼 느껴져 사내아이는 더 크게 울었고 여자아이는 용감스럽게 사내를 향해 주머니에 쥐고 있던 장난감을 던져 댔다.

 

“이 망할 놈의 애새끼가 왜 사람을 치고 난리야. 창녀면 창녀답게 놀 것이지. 얘까지 줄줄 낳고 할 것 다하네.”

 

사내가 술병을 스트립걸을 향해 내던졌다. 그는 자신이 앉아 있는 테이블이 꿈틀거리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 그 사내의 발밑이 자꾸 들썩거리고 있었다. 엄마가 사내에게 폭행을 당하자 아이는 눈을 부릅뜨더니 엄마의 팔을 잡고 자꾸 무대 아래로 끌어내렸다. 아이의 두 눈은 술 취한 사람의 다리 밑에 고정되어 움직일 줄 몰랐다.

 

“엄마. 커다란 바퀴벌레가 사람을 먹어요.”

 

스트립 걸은 난처해서 아이들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가서 누나들과 함께 있을래. 그래야 착한 얘들이지.”

 

뭔가가 땅 속에서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나와 사내의 다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사내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다리를 뜯어 먹고 있는 커다란 바퀴벌레 비스무레한 것을 보자, 오줌을 줄줄 흘렸다. 이미 그의 두 다리는 거대한 바퀴벌레들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뒤늦게 사내가 비명을 질러 댔다.

 

“악”

 

몸과 마음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기에 사내는 절망에 빠져 외쳐댔다. 그러나 혀가 꼬부라진 그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가 별로 없었다.

 

“누가...제발...도와줘.”

 

사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공포에 휩싸여 들어갔다. 사내의 행동이 이상하자 주변 사람들이 멍하니 그 사내를 살피다가 어둠 속에서 뭔가 꿈틀되는 걸 보았다.

 

“불 켜. 뭐가 있어.”

 

때마침 서빙을 하던 웨이터가 손님의 요청을 듣고 스위치를 눌렀다. 불이 켜지자 클럽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이미 문 앞에 몇 마리의 바퀴벌레처럼 생긴 거대한 생물체가 빠꼼빠꼼 기어 나오고 있었다.

 

스트립걸과 아이들만이 무대 위에서 두 눈과 귀를 막고 하느님을 부르며 엎드려 있었다. 마치 운명을 받아들이듯이.

 

박살이 난 제과점에서 가득 주워 온 빵을 먹어대며 연신 밤통과 의손이 엄지를 치켜들고 있었다.

 

“최고야. 최고. 정말 이렇게 맛있는 빵은 처음 먹어보는군.”

 

“형제의 말은 정말 지당한 말씀이야. 나도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옆에서 앙꼬 대신 호박이 들어 있는 빵을 먹고 있던 백국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정말로 최고였다.

 

“정말 특이한 세상이야. 하늘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어. 그리고 저렇게 높은 탑을 세우다니 정말 믿을 수 없어.”

 

갓 상경한 촌사람처럼 설린과 미네사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숨이 막힐 정도로 혼탁한 미세 먼지가 와류에 휘날리며 폐허가 된 도시를 한번 휩쓸고 지나갔다. 무너지지 않고 간신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마저도 언제 무너질지 모를 것 같은 불안한 형세였다.

 

시체 썩는 냄새가 바람에 묻혀 전해오고 있었으나 미네사 일행은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보물찾기를 하는 아이의 눈빛처럼 반짝반짝 빛날 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시체에는 관심도 없는 표정이었다. 철골 잔해를 뒤적이다 신음을 내고 있는 사내를 발견하고 백매가 사부를 불렀다.

 

“냅둬. 이미 죽은 목숨이야.”

 

“알았어요. 근데 정말로 무시무시한 지진이었어요. 지금도 땅이 흔들리고 있잖아요.”

 

고개를 들어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마천루를 보던 백국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꼭 대기가 층층 물결을 이룬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누구 하나 대꾸를 하지 않고 모두들 갑작스럽게 호들갑을 떨면서 인도인지 차도인지 구별하기조차 힘들어진 도로를 건너는 냉음적을 따라 화려한 간판이 번쩍거리는 곳으로 향했다.

 

“여기야. 여기. 바로 이런 곳에 들어가면 계집들이 옷을 홀라당 벗고 난리를 쳐대지.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시켜 줄 테니 따라 들어와.”

여자들이 난색을 했다.

 

“이봐요. 냉전주. 우린 당신의 말을 이제 믿으니 구지 확인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 다른 곳으로 가요.”

 

“나중에 딴소리하지 말고 아무튼 들어 가자구. 이 곳은 이런 곳이 우후죽순처럼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알게 될 수밖에 없으니 이왕 알게 될 거 무얼 그리 어려워하나! 아무튼 들어가 보자고. 여기에서도 술과 먹을 것들이 있으니...”

 

그의 말에 백국과 백매 그리고 설린과 미네사마저 호기심을 보였다. 먹을 거. 그녀들에겐 이 곳의 먹거리가 참으로 맛있었다. 지리산에서 대한민국 수도까지 올라오는 이틀 동안 그녀들이 쑤셔 된 건물들이 셀 수가 없었다. 비렁뱅이 거지도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공력이 심후한 그녀들은 뭔가 냄새만 나면 잔해 더미를 파헤쳐 봉지에 싸여진 과자나 빵 등을 여지없이 찾아냈다. 그들의 몰골을 살펴보면 등에 울러 멘 가방 안에는 한가득 주워 담은 먹을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가방도 학생용가방이 아니라 매머드급 등산용가방이었다.

 

물론 이 가방도 다 주운 것이다. 밤통의 꼴은 더욱 가관이었다. 그는 양 어깨와 등에 초특급매머드급 등산용가방을 울러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설린이 맛있다고 품평을 내린 과자와 빵, 라면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미네사 일행들이 그 곳에 들어섰다. 막는 사람이 없기에 들어왔더니 이건 커다란 벌레들 천국이었다. 그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오는 동안 비슷한 광경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에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

 

음침한 곳을 찾아 바퀴벌레같은 생명체가 사람들을 뜯어 먹고 있었고 동작이 재빠른 이들 몇몇이 요리조리 피하며 겁에 질려 있었다. 거의 떼 몰살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백국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결코 먼저 뛰어들지 않고 사부의 동태만을 바라봤다.

 

“사부. 뭐해요?”

 

.....”

 

“바퀴벌레 퇴치 안 할 거예요?”

 

“사람들이 거의 다 죽었는데 때늦게 퇴치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니.”

 

“저기. 한 사람 살아 있잖아요.”

 

미네사가 설린을 쳐다보았다.

 

“설린 언니. 저거들 다 태워버려요.”

 

“알았어.”

 

바퀴벌레의 퇴치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깨끗하게 태워서 소멸시켜버리는 것임을 경험을 통해 그들은 알게 되었다. 괜히 검을 휘둘러봤자 바퀴벌레의 체액을 뒤집어쓸 뿐 아니라 쉽게 죽지도 않았다.

 

불끈 쥔 주먹의 주변의 대기가 흔들리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점점 설린의 주먹은 붉은 기운으로 뒤덮여 갔다. 약 30센티 정도 크기로 자라난 붉은 기운 덩어리에 뒤덮인 설린의 두 주먹이 바퀴벌레를 향해 쭈욱 뻗자, 붉게 타오르는 지옥의 염화(炎火)같은 권력이 바퀴벌레를 휩쓸어갔다.

 

수십 차례 설린은 그녀가 자랑하는 무적진동권(無敵振動券)을 펼쳤다. 무적이 들어가는 무공은 화궁조사가 창안한 독문무공 중 위력의 끝이 한계가 없는 무공이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자질에 따라 그 위력에 차이를 보이는데 설린은 아직 붉은 화염 덩어리를 뿜어내는 데 만족할 수 밖에 없는 단계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있을 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타는 냄새가 자욱하게 나며 연기가 피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설린이 푸르스름한 광막이 줄기줄기 피어 오르는 검을 휘두르며 뛰어 들어가 구석에 쳐 박혀 공포에 질려 있는 사내에게 접근했다. 바퀴벌레는 입을 매섭게 벌리고 그녀를 위협했지만 오히려 과녁만 만들어줄 뿐이었다. 타지 않고 꿈틀거리던 바퀴벌레는 냉혹한 그녀의 검 앞에 깨끗하게 몸통이 반 토막이 나고 있었다.

 

183센티에 85킬로그램의 몸무게를 지닌 우람한 체격의 사내는 가냘픈 흑인여성이 거대한 바퀴벌레를 간단히 처지하는 걸 보고 그만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가 자신의 곁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괴물처럼 여겨졌던 바퀴벌레는 바닥에 널브러져 한 가닥 숨을 지탱하며 마지막 생명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사내는 감사의 말을 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입만 벙긋거릴 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놀라 말이 막힌 것이다.

 

여인의 손에 이끌려 나이트클럽의 실내에서 빠져 나와서야 정신을 가눌 수 있었다. 사내는 여인을 향해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이며 극도로 감사함을 표현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미네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화궁어를 조금 익히긴 익혔으나 독해와 달리 리스닝(듣기)같은 회화는 아무것도 알아들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설린 또한 마찬가지였다.

 

단지 냉음적만이 능숙능란하게 화궁어를 읽고 들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회화를 했다. 이 한가지만으로도 충분히 냉음적은 무리의 리더로써 역할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용건만 간단히 사내에게 물었다.

 

“이봐. 자네는 여리고라는 분을 알고 있나?”

 

“네?”

 

“아나? 모르나?”

 

사내는 너무나 엉뚱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박상준:: 전 경문전문학교 교수 임용.. 전 정보통신기업 비와삼시스템 대표. 한양대학교 전자공학 박사 수료.(국내외논문 20여편.특허1 등), 전 한양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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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4/01 [21:46]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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