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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11.14 [03:02]
그들의 ‘겨울 마음’에 ‘봄’이 올 때까지
교회2.0목회자운동이 운영 중인 '세월호 천막카페 방문기'
 
성상현
지난 7일 오후 점심시간의 광화문. 노란색으로 뒤덮인 ‘세월호 단식농성장’에서는 200일을 넘긴 세월호의 아픔이 117일째 ‘잊지 않겠다’고 외치는 이들과 함께 기억되고 있었다. 농성장 입구에선 자원봉사자들이 서명 받느라 분주했고, 일렬로 늘어선 부스에선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의 종교인들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 개신교 단식농성장에서 단식릴레이에 동참한 장창원 목사.     ©뉴스파워 성상현
 
개신교 단식농성장 천막 안에는 장창원 목사(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 이사장)가 홀로 자리를 지키며 단식릴레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천막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여기는 시간이 멈춰 있어요. 바깥은 시간이 가고 있지요. 우리는 멈춰 있는데, 저쪽은 가니 두려워요. 세상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가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가도 한 사람이 그들의 생명을 위해 기도한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우리가 그 십자가를 진다 생각하면 맘이 편해집니다.”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는 농성장에 은은한 커피 향기가 솔솔 풍긴다. 그 향기의 근원지는 한켠에 있는 천막카페였다. 기자는 천막카페에 다짜고짜 들어갔다. 공짜 커피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고선 일을 돕겠다고 자청했다.
 
“우리는 목사입니다”

한 명의 중년 남성이 진지하게 커피를 내리고, 다른 한 남성은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공짜커피를 마시던 손님이 두 남성에게 유가족이냐고 묻자 그들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목사입니다.” 점심도 거른 채 꿋꿋이 카페를 지키는 두 남성은 양민철 목사(희망찬교회)와 박형근 목사(다꿈교회)다.  

▲ 교회2.0 천막카페 풍경.     ©성상현
 
두 목사가 소속돼 있는 교회2.0 목회자운동(이하 교회2.0)은 건강한 작은교회를 지향하는 목회자들의 모임이다. 교회2.0이 주관하는 ‘교회2.0 천막카페’는 지난 여름에 이어 지난 4일 열렸다. 천막카페 책임자인 양 목사는 “지난 광화문 국민휴가 때 천막카페로 섬겼다. 여름엔 봉사자가 많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많이 없다. 그래서 적은 인원이 교대로 카페를 지키고 있다. 특별히 광화문TV 방송시간(4시-9시)에 맞춰 카페를 운영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우리는 좀 더 일찍 준비해서 오후 2시에 오픈한다.”
 
‘왜 개신교 목사들은 움직이지 않나?’

양 목사는 세월호 사건 이후 사람들이 ‘왜 개신교 목사들은 움직이지 않나?’라고 한국교회에 질문한다면서 “복음주의 신학권은 광장신앙이 약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양 목사는 “천막카페는 복음주의권도 사회참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하려는 거다. 천막카페는 우리 교회2.0의 공식 기구이고, 앞으로 고난받는 현장을 직접 찾아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 문제는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될 때까지 광화문에서 천막카페를 계속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교회2.0 천막카페는 겨울이 끝날때까지 계속 운영될 예정이다.     ©성상현
 
 선교란 일상에서 복음을 나누는 것

천막카페 손님은 나이, 종교, 직업을 불문하고 다양하다. “스님도 찾아와요”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양 목사는 “미셔너리(missionary·선교사)란 일상에서 복음을 나누는 사람이에요. 이런 방식으로 나누는 게 선교”라면서 그래서 굳이 교회 목사를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양 목사는 “우리가 천막카페를 통해 꾸준히 돕고 싶은 분들은 유가족들과 장기봉사자들입니다. 이분들이 안락하게 쉴 수 있고, 뜨거운 물이라도 마실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천막카페는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여러 가지 모양으로 활용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세월호 실상을 알리는 교육의 공간이 된다. 지난 8일 카페에 방문한 학생들은 세월호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의 설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 양민철 목사(희망찬교회) 11월 8일 페북글.     © 양민철 목사

전문적인 상담의 장이 되기도 한다. 상담전공자인 교회2.0 회원은 유가족들을 상담을 통해 돌보는 일을 하고 있으며, 변호사들도 찾아와 법률 상담를 하기도 한다. 양 목사는 “무엇보다 감사한 건 여기가 유가족들과 장기봉사자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는 거에요. 여기 모여 중요한 회의도 하고, 편하게 쉬었다 가지요.”  

천막카페, Before&After

천막카페를 전후로 구분짓는 가장 큰 변화에 대해 양 목사는 “복음주의권이 광장에 나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복음주의권이라 불리는 교회들은 주로 예배만 드렸고, 기도만 해선 안 되는 상황에서 기도만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천막카페를 만들고 나니, 복음주의권 사람들이 천막카페에 쉽게 찾아와요. 보수적인 교회에서도 많이 방문해요.”
 
양 목사는 복음주의권이 광장으로 나오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며 ‘천막카페’ 예찬론을 펼쳤다. “그동안의 복음주의권에서는 광장으로 나오는 일은 과격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여겼어요. 하지만 천막카페는 비정파적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마음을 끌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입구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서명을 받고 있다.     ©성상현
 
“봉사하기 참 쉬워요”

지난 여름 천막카페는 8일간 열렸고, 짧은 기간에 무려 8000잔의 커피가 나갔다고 양 목사는 전했다. 당시에는 연휴기간이라 봉사자가 한번에 많이 필요했지만, 이번에는 장기간 이어갈 전망이라 1-2명의 최소인원만 필요하다. 양 목사는 “봉사하기가 참 쉬워요. 간단한 서빙이나 카페 지킴이만 하면 됩니다”라며 자원봉사자 참여가 꾸준하게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을 표했다. ‘교회2.0목회자운동’ 페이스북 페이지 글에 댓글달기로 봉사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일은 어렵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기자도 한 시간 반가량 카페 일을 도왔다.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직접 커피를 대접했다.  커피를 서툴게 내리는 기자의 모습을 본 박 목사는 “처음엔 방울의 형태로 매우 조금씩 물을 붓고, 그 다음은 50초 정도 뜸을 들여야 해요. 처음부터 물을 많이 부으면 잡내가 많이 나요”고 지도했다. 비록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따뜻한(?) 미소로 커피를 대접하는 일은 성공한 듯 보인다. 한 번 찾아 온 손님이 또다시 찾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삶으로 보여주는 목사가 되고 싶어요”

한 시간 넘는 시간동안 카페 봉사를 함께한 서동진 전도사는 “여기에 자주 찾는 단골손님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장기 봉사자들”이라고 말했다. 서 전도사의 말과 동시에 한 여성 단골손님이 카페로 들어와 본인 것 말고도 다른 할머니의 음료도 서둘러 챙겼다.

▲ 교회2.0 천막카페 운영시간은 매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다.     ©성상현
 
지난 여름에도 봉사에 참여했다는 서 전도사의 커피 내리는 솜씨는 능숙했다. 고양에 있는 한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서 전도사는 금요예배를 준비하기 전에 서울까지 달려와 봉사를 돕고 있다. 그를 광장으로 부른 터닝포인트를 대학교 3학년 당시 큰 이슈가 됐던 ‘옷로비 청문회’였다고 고백했다. “옷로비 청문회에 권사님 세 분이 나왔고, 그들은 자신의 말엔 거짓이 없다고 하나님께 맹세한다고 말했어요. 그때 장로님인 한 의원이 나와서 당신이 믿는 하나님과 내가 믿는 하나님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 말이 제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저는 그때 삶으로 보여주는 목회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다시, 양 목사에게 세월호를 대하는 한국교회에 대해 물었다. 카페 안에서 가진 양 목사와의 인터뷰 내내 ‘세월호 집회장 철거’를 외치는 어느 목사들의 확성기 소리가 천막을 뚫고 들어왔다. 이에 양 목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성도들은 잘못 없어요.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몇몇 목회자들은 현장은 한 번도 나오지 않으면서 언론의 이야기만 듣고 강단에서 얘기해요. 그러면 안 되지요. 성경에도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나와요. 목회자들은 교인들에게 현장성 있는 가르침을 줘야 해요.” 

▲ 손님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양민철 목사(희망찬교회).     ©성상현
 
한편, 양 목사는 “젊은 목사들, 신대원생들이 고난 받는 현장을 찾아가고 있고, SNS로 퍼 나르는 일에 열심”이라며 그나마 다행인 점을 꼽으면서, “광화문에도 겨울이 오고 있어 유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점점 추워지고 있어요. 함께하는 분들이 많아야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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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1/10 [22:43]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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