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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6.18 [17:03]
삼성, 폭언문화 바꿀 수 있을까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13)
 
신평식

삼성이 하면 다를까? 아니 삼성이 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초일류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삼성이 직장 내 언어생활, 정확히 말하면 직장 내 언어폭력의 문제점을 인식한 모양이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인격을 모독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직원에 대해 인사 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적시한 내용은 대개 이런 것이다.

“뭐 한 게 있다고 밥을 먹어, 밥이 넘어가니?”

“머리는 생각하라고 있는 거야. 허전해서 달고 다니는 게 아니라고.”

삼성그룹은 이러한 ‘언어폭력은 해사(害社)행위’로 규정하고, 계열사별로 폭언(暴言)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일의 성공을 위해 각종 사내 교육과정에 ‘언어폭력 예방교육’을 필수코스로 넣었다고 한다.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언어폭력 근절을 내세운 것은 그것이 ‘임직원의 일체감을 낮추고 두뇌의 창의적 기능을 가로막아 결국 회사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언어폭력이 성희롱과 같은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다. 삼성의 결정이 우리나라 회사 내 폭언문화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직장 내 폭언은 기업적 손실이다

직장에서의 언어폭력은 구성원들의 생존(?)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직장은 공존하는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대부분 상하관계다. 이로 인해 어떤 상급자들은 자신이 항상 직원들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며, 이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그래서 직원들을 대할 때 과도하게 그들의 실수를 들춰내며 인격까지 모독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하고, 때로는 면박을 주는 것으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이런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항거하지 못한 채 무기력에 빠져 희망을 잃고, 분노하다 체념하며 인격적 혼돈에 이른다. 이것은 피해자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에 엄청난 손실이다.

전문가들은 “계속 되는 정서적 스트레스는 감정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 간의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져서 정상적으로 감정을 처리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적절한 단어구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사람은 매사에서 자신감을 잃게 되며, 창의적인 생각을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소위 ‘벅벅거리게 되는’ 현상을 일으킨다. 사실 우울증의 증상을 보면 자기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상황에 맞는 적당한 말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삼성 같은 대기업이 폭언을 금지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이다. 현재 삼성은 세계최고의 기업이다. 당연히 최고의 두뇌들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상급자들의 경우(그들도 과거에는 최고의 두뇌들이겠지만) 과거부터 해온 탄력만 갖고 직원들을 장악하며, 그들 위에 군림하면서 자신이 더 실력 있는 상사라는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그들에게서 미래를 열어갈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억압을 당하는 젊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상상력에 미래성장동력이 될만한 아이디어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들어온 두뇌들에게 폭언을 해 그들의 창의성을 제한한다면 이것은 기업적 손실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모든 기업들은 항상 미래 가치를 우선에 두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데 매진한다. 이것은 결국 그 기업에 속한 창의적인 직원들의 머리에서 나온다. 만일 창의력이 기업을 살린다고 생각한다면 창의력을 제한하는 비방과 욕설, 폭언과 하대는 기업발전의 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예수님은 형제에게 폭언하면 지옥에 간다 했다

한국사회는 학교뿐만 아니라 군대나 직장에서의 언어폭력도 일상화되었다. 어떤 조직에서는 거친 언어는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상존한다. 이들의 생각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정도의 폭언과 모욕도 못 참으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어?’라고 하는 식이다. 언어폭력에 대해 그냥 그럴 수 있다는 정도로 용인하면서 모두가 다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5:22에서 이렇게 말씀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히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이 말씀의 전제가 되는 말씀은 바로 앞 구절인데 놀랍게도 살인에 대한 율법이다. 5:21절에서 이렇게 말한다.

“옛 사람에게 말한 바 살인하지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이것은 사람을 죽인 것을 너희는 살인이라고 하고, 그 살인자는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살인이 아니라, 형제에게 분노하는 것, 형제에게 라가라 하는 것, 형제를 미련한 놈이라 하는 것이 모두 다 살인과 같은 것으로 심판을 받아 지옥 불에 들어갈 행동이라는 말이다.

여기 지목한 분노나, 라가라 하는 것, 미련한 놈이라 하는 것은 결국 언어폭력들이다. 특히 ‘라가’라 하는 것은 아람어 ‘레크’에서 유래한 말로 헬라어로는 ‘흐라카’이며, ‘어리석은 사람’, ‘머리가 텅 빈 사람’의 뜻을 가지고 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언어폭력은 곧 살인이라는 등식이다. 우리가 폭언이나, 명예훼손을 인격살인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내가 살인하지 않았으니 나는 살인으로 처벌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로 상대를 모독하고, 그를 미련한 놈이라 비난했다면 나는 이미 그를 내 마음 속에서 죽이고 있는 살인자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언어문화를 바꾸는 것, 그것은 기업의 생산성을 올리는 일은 물론 다른 사람의 창의성을 살려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어가는 시작이다. 

언어문화 바꿔야 한국사회 미래 있다

반복되는 폭언은 피해 당사자에게 주는 정신적 충격과 함께 2차 피해를 가져온다. 또래집단이라 하더라도 무력으로 억압을 당하면서 받는 언어폭력이나, 부모나 교사 혹은 상사로부터 받은 언어폭력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뇌의 활동을 위축시켜 정상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소위 ‘주눅’을 들게 하는 것이 1차적 피해다. 그러나 이것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심각한 2차 피해를 가져온다.

첫째, 피해자는 스스로 창의적인 활동을 못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나, 자신과 관계없는 다중을 향해 폭언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것은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의미다.

둘째, 동일한 언어에 대한 과잉반응으로 정상적인 관계형성을 방해한다. 폭언의 피해자는 자신이 당한 환경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자신을 괴롭힌 특정 언어나, 그와 유사한 말을 들으면 여유 있게 수용하며 넘어가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화를 내거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어적 자세를 취한다. 이로 인해 부부관계는 물론 형제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특정 언어에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일상적 관계까지 어렵게 한다. 

폭력언어에 함몰된 사회는 더욱 과격하고 자극적인 폭력언어를 양산하며, 결국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폭력이 난무하는 언어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각각의 개성에 따라 각각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존중받으며, 멸시를 당하지 않아야 발전적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지금처럼 언어폭력이 일상화된 사회와 조직은 보다 내성이 강한 폭력언어를 양산할 것이며, 더 강력한 폭력언어는 모두의 인격과 정서를 말살시켜 버릴 것이다. 결국 그 사회는 아무것도 생명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는 ‘늙은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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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7/09 [17:10]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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