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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6.27 [21:01]
정보공개사회의 역습 2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11)
 
신평식
우리는 지금 정보공개사회 혹은 다른 이름으로 감시사회에 살고 있다. 내가 하는 행동은 물론 상대가 하는 행동까지 모두 감시망 안에 있다. 이러한 사회는 내가 다른 사람의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누구도 내 정보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기에 감시사회는 필연적으로 상대적인 거래와 대결을 통해 진행해갈 수밖에 없다.

현재 알려지기로는 빅데이터가 수집하는 정보가 사적 정보보다는 공개된 대량의 정보를 분석하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적 정보까지 수집분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빅 데이터를 가진 자는 머지않아 내게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러 갈 때 그 사람에 대한 보고서를 내 스마트폰 창에 띄워준다.

“A씨의 최근 1주일간의 통화와 이메일 내역과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그의 카드의 사용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그의 은행잔고는 00이고 병원진료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것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의 관심사는 00이며, 그와의 거래는 00정도에서 가능하리라 분석됩니다.”

이러한 이기적 편의성 때문에 빅 데이터 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관계자들은 테러에 대한 사전 예측과 대비를 위해서는 사적영역의 정보라 하더라도 기꺼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을 더 따라가 보면, 앞으로 수집해야할 데이터는 기존의 정형화된 데이터 이외에도 SNS, 동영상, 위치 센서 데이터 등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일컫는데, 사람들이 말할 때 사용하는 단어나 표정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데이터의 수집이 가능한 것은 스마트 기기의 발달은 물론, 사용하는 모든 상품에 부착된 인식 칩이 각각의 정보를 컴퓨터에 전송하고, 자료를 수집한 컴퓨터는 실시간으로 내용을 분석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재 상용화 되고 있는 것은 포털 사이트에 어떤 특정 단어가 다량으로 검색되면 그 물건의 구매가 늘어난다거나, 그 지역의 땅값이 오르고, 또 어떤 병이 유행하기도 하는 등 당장 미래 예측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정보공개사회의 진보가 우리의 삶에 유용한 도움만을 선물할까? 아니다. 사적 정보의 대부분은 대상에 대한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대상이 드러내려 하지 않는 정보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가 정보공개사회로 가고 있는 이상 감시사회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큰 물결이다. 이것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항상 단서를 다는데, ‘만일 취급자가 주의하여 관리한다면’과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모든 취합된 정보는 어떤 사람들에 의하며 탈취당하며 그릇된 방법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면 사적 영역의 정보가 대단위로 유통되는 정보공개사회의 역습은 무엇일까?

첫째, 모든 상대를 굴복시켜야 하는 ‘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모두가 모두를 적으로 상대하는 세상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분명히 적들이 있다. 우리의 생존을 방해하고, 우리를 소멸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공존해야 할 대상들이다. 그런데 일상에서 상대의 사적 영역의 모든 정보를 아는 것은 그것을 잘못 사용할 수 있는 개연성을 갖는다. 이것은 마치 총기를 소지한 사람이 소지하지 않는 사람보다 총기로 자살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과 같다.

직장에 다니는 A씨는 얼마 전 그를 힘들게 하는 어떤 상사의 정보(물론 치명적 약점)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A씨는 순간 ‘설령 받아본다 하더라도 별 가치가 없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안자는 A씨를 진심으로 돕고자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A씨는 그 제안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맙긴 하지만 만일 내가 그것을 가지면 그것을 쓰고 싶어서 불필요한 고민을 많이 할 거 같습니다.”

제안자도 쾌히 A씨의 말에 동의해 주었다.

대화에 나서는 사람, 특히 생명을 살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상대의 사생활과 약점을 갖고 접근한다면 그것은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것이지, 상대와 정상적으로 교제하며 그를 살리려는 태도가 아니다. 성경은 이렇게 가르친다.

“허물을 덮어 주는 자는 사랑을 구하는 자요 그것을 거듭 말하는 자는 친한 벗을 이간하는 자니라”(잠언 17:9).

상대가 목숨을 걸고 싸워 물리쳐야하는 대상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치명적 약점을 다 알 필요가 없다. 만일 그의 약점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인격을 무시하고 업신여겨 나와 상관없는 분노로 그를 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생각하고 분석하면서 반성하고 발전하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을 앗아간다.

기독교는 모든 사람을 죄인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죄인이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로 변화를 받아 이 땅에서 변화의 능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복음이며, 희망이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적 정보의 공개는 현재 보여 지는 모습을 최종의 모습으로 고착 된 이미지로 가공 유통한다는 점에서 큰 위험성을 갖는다. 이는 스스로 반성하며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살해버린다.

젊은이들에게 있어 사랑은 늘 변하는 것이다. 오늘 죽을 것 같이 아파하며 목숨을 걸었다가도 세월이 지나면 서로 멀어지고 잊혀 진다. 그런데 이런 사랑이 과거 좋아했던 그대로 변하지 않고 화석이 되어 남아 있다면 이 사람에게 있어 사랑은 악몽이요, 재앙이다. 마음이 떠나 모든 일이 과거의 일로 정리가 다 되었는데 과거 어느 순간 절절하게 그리워하던 이야기가 현실처럼 다가와 그에게 그 사람과의 관계를 강제적으로 요구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힘든 일이 될까?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회심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어 끝까지 죽음으로 몰아간다. 이것을 우리가 당하게 된다면 그것은 악몽이다.

인생은 변화한다. 잘못을 반성하고 깨우치면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면서 살아간다. 세상은 회심한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만일 이것을 무시한다면 영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2002)에서처럼, 모든 사람에게서 감정을 제거하여 동일한 조건으로 살아가는 곳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육당하는 것이며, 이것을 좋은 세상으로 말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사람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마치 이와 같다.

사적인 영역의 완전공개가 가져온 감시사회는 개인으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고 반성하며, 죄와 싸우는 치열한 영적 투쟁 같은 그 인격이 움직이는 모든 행동을 무시해버린다. 오로지 자기중심으로 상대를 보며, 내가 알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인생이 살만한 것은 처음부터 완전하게 태어나지 않고,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살아가면서 반성하고 회개하면서 새로운 것을 얻어가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며,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더 나아지려고 투쟁하며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맛이다. 감시사회가 만든 고착된 이미지는 그 모든 변화를 위한 노력과 그 과정이 주는 즐거움을 허사로 만들어버린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말은 완전해 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라, 내가 죄와 허물이 많은 사람임을 알아가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사랑이 나를 덮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허물을 덮어주는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셋째, 완전한(?) 예측은 절망하게 한다.

국가가 사적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빅 데이터의 분석이 보다 좋은 세상을 가져올 거라고 믿는다. 이들은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아무리 혼돈한 현상이라도 예측가능한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어서 모든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테러와 같은 수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 정보의 수집과 취득은 인류에게 오는 재앙이다.

현재 인류가 갖고 있는 정보수집과 분석력은 인간의 생각이 무엇인지, 또 그 생각의 결과가 무엇인지 정확히 계산해 내는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 사람들의 감정과 정치적 결정까지 사전에 분석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기술의 발달은 결국 미래에 대한 단순한 예측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의 생각을 조정하려 할 권력자를 출현시킬 것이며, 그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축적된 개인의 정보를 활용하여 협박하고 회유하여 개인의 의지를 바꾸어 놓으려 할 것이다. 이는 모든 사람을 조정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변해 가는 출발이다.

만일 우리가 우리의 자유의지로 벌어지는 어떤 상황을 받아들여 이해하고 분석하며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간 존재 자체를 허물어 버리는 행위가 된다. 우리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하여 만들어갈 수 없는 세계는 그 어떤 대가를 지불해 준다 해도 인간의 종말이다. 절망이다.

우리는 상대를 완전히 아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삶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세상은 나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어서 내가 어떤 무기를 가지면, 상대는 그 무기를 이기기 위한 무기를 개발하게 된다. 이것은 필연적 악순환이다. 사적 정보를 갖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어떤 결과를 도출했다하더라도,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이가 나타나면 내가 갖고 있는 것은 휴지가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보약탈의 피해자가 된 당사자는 아무런 항거도 하지 못한 채 그 모든 공격을 스스로 떠안아 그의 모든 삶이 황폐화되는 결과를 맞는다. 이러한 경쟁은 결국 우리 모두를 절망하게 하는 것이다.

상대를 다 아는 것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설령 부부라도 상대를 믿어주며, 그의 변화와 성장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다. 오늘도 우리가 행복한 것은 아직도 얻고 싶은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며, 채우고자 하는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것도 아직 다 알지 못한 새로움이 그에게 숨겨져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미래를 다 알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는 긴장감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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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6/26 [08:20]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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