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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18 [03:02]
<영화평>'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감상
“나는 용서할 수 없지만 예수님 때문에 너를 용서하마”
 
정원철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우행시’란 준말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솔직히 필자는 소설을 잃어보지 못했고 공지영의 유명세만 알 뿐이다-제목만큼이나 나에게, 아님 우리들에게 잠시의 행복한 시간을 맛보게 해 주었다.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하여 그중 괜찮다 싶은 영화를 예매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선택이 되었다. 처음엔 강동원, 이나영이란 청춘스타가 주인공이란 점,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그다지 작품성을 담보한 거 같지는 않았다. 더더구나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기준은 장르와 관객연령제한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 윤수와 유정은 형무소 면회실에서 첫 만남을 가지게 되고 서로의 상처를 발견해 나가면서 매주 목요일마다 짧은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뜻밖의 행운을 만난 듯 오랜만에 눈시울을 적신 채 영화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실 지난번 ‘각설탕’을 관람하다 도중에 극장을 나와야 했던 해프닝이 떠올라 이번에는 충분히 감동을 보상으로 받아가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러면서 영화를 통해 사람이 내면이 얼마나 겹겹으로 쌓여 있으며, 그곳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인내심과 진실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닮은 꼴 두 사람

윤수(강동원 분)와 유정(이나영 분)은 형무소라는 공간을 통해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고 솔직함이 서서히 진실함으로 변화됨을 맛보게 된다. 사람들 저마다의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상처와 비밀들을 조금씩 열어보임으로써 그들은 서로가 정말로 닮아 있음을 투명한 유리벽을 마주한 사람들처럼 깨달아 간다.

“남들 보기엔 먼지만한 가시 같아도, 그게 내 상처일 때는 우주보다 더 아픈 거”라고 고백하는 유정. 그녀의 말처럼 윤수와 유정 둘은 깊은 상처로 인해 가슴아파 하며 자신의 생명마저 내 던지려 했던 영혼들이었다. 하지만 상처가 또 다른 상처를 덮을 수 있음일까? 아님 같은 상처를 보며 이제 더 이상 상처가 상처로 느껴지지 않아서였을까? 둘은 기나긴 터널과도 같았던 지난 시절들을 회상하며 그 속에 웅크려 있었던 어린 자신들과 대면하게 되고 그 속에서 실낱 같게 느껴졌던 사랑과 믿음이란 것을 회복하게 된다. ‘용서’와 ‘죄 고백’을 통한 선한 영혼의 회복을 통해서.

윤수는 고아로 자라온 어두웠던 과거와 사랑에 대한 배신감으로 얼룩진 상처를 간직하고 있었고, 유정은 사춘기 성폭행을 당했던 수치스런 기억과 그를 사랑으로 품어주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분노심, 아니 사랑에 거절받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었다. 둘 다 사랑에 거절당하고 이 세상에 더 이상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믿어왔지만 닮은 꼴인 서로를 바라보며 자기 안에 상처받은 또 다른 자기를 보듬어주게 된다.

미움은 미움을,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지만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을 수 있다는 너무나도 단순한 사실을 또 한번 깨닫게 해준 윤수와 유정은 방범봉으로 부숴 버리고 말았던 자신의 마음을, 닝겔병처럼 내던지고 말았던 자신의 마음들이 점점 더 이상 깨뜨릴 대상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회복되어져야함을 깨달으며 ‘죽음’이란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상처의 자리 대신 사랑을 선물하게 된다.

   
▲ 윤수는 자기가 진정으로 용서받음으로 인해 비로소 자신의 잘못과 자신에 상처주었던 과거들을 용서하게 된다.
진정한 용서는 사랑을 낳고


영화를 보기 전 한국판 ‘그린마일’이라는 소식을 잠시 접했는데-사실 필자는 그린마일조차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용은 대충 안다-영화가 엔딩으로 치달을 수록 그 의미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솔직히 먼저 강동원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외모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연기력은 검증받지 못했던 그가 이른 나이(?)에 연기력에 눈을 뜬 것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과장되지 않고 절제된 사형수의 표정과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경상도 사투리는 그가 이미 그동안 깊은 연기내공을 쌓아왔음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 류승범, 조승우와 함께 20대의 연기 파워를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나영 또한 그 연기력을 칭찬하고 싶다. 솔직히 몇해전인가?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만 해도 거기에 제동을 거는 안티들이 많이 존재했던 걸로 안다. 나 또한 의외였고 그녀의 연기력에 그다지 점수를 주고 있진 않았다. 오히려 관심 외였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거 같다.

하지만 들은 소식으로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연기자 이나영을 재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 머릿 속에 굳어져 있던 그녀의 이미지는 조순하고, 유약하면서, 갸늘프기만 한 일종의 내숭녀였는데 ‘네 멋대로 해라’와 이번 ‘우행시’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과히 중성적이면서도 개성있는 당찬 여성상을 잘 보여 주었다.

다시 중심으로 돌아가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진정한 의미는 진정한 ‘용서’를 통해 한 영혼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그에게 숨겨진 진정한 ‘사랑’을 되찾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인거 같다. 이것은 참으로 기독교의 복음의 메시지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인류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의 죄를 대신 담당하심으로 그분의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윤수는 자기가 우발적으로 죽이고 만 여인의 어머니의 눈물을 담은 진정한 용서를 통해 자신의 죄를 고백하게 된다. “나는 용서할 수 없지만 예수님 때문에 너를 용서하마”라고 절규하며 말하는 할머니의 대사는 모든 이의 뇌리에 오랫동안 감동으로 남을 듯하다. 이를 통해 윤수는 자신 안에 잠재돼 있던 분노를 버리고 삶에 대한 의지와 사랑이란 가치를 발견해 나간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유정 또한 윤수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가며 자신의 상처를 다시금 들여다 보게 되고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다.

   
▲ 윤수는 진정한 용서와 사랑을 통해 죽음 앞에서도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윤수와 유정의 서로의 너무나도 닮아 있는 모습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치유해 나가고 결국엔 용서에 이르고 서로에게 사랑이란 절대 가치를 나누게 된다. 죽음 앞에 한없이 나약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 인간이지만 사랑이란 영원한 가치를 얻었을 때, 그리고 자신이 정말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달았을 때의 윤수의 마지막 모습은 진정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다.

윤수와 유정의 모습을 통해 어린 시절의 상처가 한 사람의 일평생을 지배할 수도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운명마저도 바뀌어 질 수 있음을 다시금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처는 반드시 치유되어야 할 부분이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맛보았을 때 우리의 영혼이 진정한 평안을 누릴 수 있음을 되새겨 본다.

정말 한 영혼을 가치를 온 천하와도 바꾸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오늘도 이웃을, 그리고 결국엔 자신을 용서하는 하루가 되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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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9/29 [09:33]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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