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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6.18 [18:03]
<영화평>'녹색의자'가 보여준 사랑의 경계선
사랑과 제도 그 변방에 서서
 
정원철
녹색의자와의 첫 만남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였다.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미성년자와 30대 이혼녀와의 사랑’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불륜의 사랑을 소재로 다룬 점이 다소 자극적이었으며 심지호라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와 국제영화제 등으로 국내보다 국외에 더 알려졌다는 서정의 캐스팅은 그 당시 나의 호기심만을 자극한 채 기억 속에 묻혀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영화기사 또한 심지호 첫 베드신, 미성년자와의 역원조교제 등을 가십거리로 다루었기에 다소 구미에 내키지 않았다. 물론 개인적인 관심이라면 배우 심지호에 대한 관심이었다. cbs의 모 프로그램에서 dj를 보며 그의 신앙심을 익히 알아 왔기에 낯설지 않은 그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한편으론 왜 이런 파격적인 영화에 출연했을까 라는 질문과 함께...
   
▲ 현과 문희의 제도 안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 방식을 보여준 녹색의자


영화의 전반부는 두 배우의 성관계 신이 주를 이루어 단지 섹스를 위한 영화가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이러다 그렇고 그런 결말을 맺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패스트 푸드점에서 사온 콜라를 들이키며 한참을 보는데 순간순간 코믹한 장면들이 들어가면서 다소 무겁던 분위기를 가라앉혀 주었다. 심지호가 고단수 무술실력자인양 덤블링하는 모습이나, 연상의 여자 앞에서 애기마냥 귀엽게 구는 모습 등은 현(심지호 분)의 양면적 이미지를 보여 줌과 동시에 두 남녀의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무게의 정도를 들어주었다(물론 여기서 속아넘어가면 안 된다. 자칫 원조교제가 합리화 될 수 있으니).

특히 재미났던 장면은 현이 포장마차에서 맹물을 마시면서 술 취한 듯 자신의 속내를 문희(서정 분)에게 드러내는 장면은 심지호라는 배우의 귀엽고 순수한 캐릭터를 잘 보여주면서 현과 문희의 사랑에 진지성을 더해 준다. 그리고 현을 떠나 보내고서 다시금 “왜 나를 정말 사랑했다면 억지로라도 날 붙잡지 않았느냐?”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항변하는 문희 앞에 등장한 현의 모습 또한 오버랩되며 이들의 사랑이 단지 가벼운 사랑놀음(?)이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녹색의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301, 302>(1996), <학생부군신위>(1997)등의 작품으로 실험적이면서 작가주의적인 감독 박철수는 이번 영화에 대한 변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지탄받고 마는 문희


“이 두 남녀를 통해 내 마음의 샘을 파보고자 한다. 법정드라마로 끌고 가거나 사회비판 드라마를 만들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또 다른 사랑의 기호를 제시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이 제도 안에서 단죄 아닌 단죄를 받고 난 뒤부터 시작된다. 둘의 이야기를 ‘사랑’이라는 말로 한정시키고 싶지는 않다. 여성의 파행성 성심리를 다룬 <오늘여자>나 가장 소박한 두 여자의 얘기를 알음알음 풀어놓았던 <봉자>와는 또 다르게 이 영화는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즐거운 영화가 될 것이다.”

역시나 녹색의자는 기대를 저 버리지 않고 2005년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부문,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 제7회 바르셀로나 아시아영화제, 제7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의 잇따른 초청을 받아 국내보다 세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점에서는 마치 박철수 감독이 김기덕 감독을 닮았다. 김기덕 감독 또한 폭력과 섹스 등을 파격적인 소재로 다루어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더 알려진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의 일련의 작품들 <섬>, <나쁜남자>, <사마리아> 등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다시 돌아와서 녹색의자가 진정으로 보여 주고자 했던 것은 현의 스무살 성인식을 위한 파티 장면에서 드러난다. 현의 부모와 문희의 전 남편, 그리고 문희를 취조했던 형사, 현과 문희의 뒤를 스토커했던 기자, 그리고 현을 짝사랑 하는 여학생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은 자신의 캐릭터와 대사를 통해 현과 문희의 사랑에 대한 사회적 찬반몰이를 진행해 나간다. 하나의 축소된 재판장이었다.

현은 둘의 사랑을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의 질문에 지적이고 당당하게 해명해 나가고 문희의 전 남편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힘과 열정에서 앞선 모습을 보여줌으로 자신의 사랑의 정당성을 획득해 나간다. 현의 어머니는 여기서 오히려 현의 사랑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대변자의 역할을 한다. 형사는 법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둘의 사랑이 불법적이고 그릇된 것임을 인식시키려고 힘쓰지만 자정이 지나 현이 성인의 신분을 획득하자 자리를 얼른 뜨고 만다. 제도 안에서만 자신의 권위를 지키고자 하는 빈껍데기의 권위층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치매 할머니는 현의 옆에 각자의 여성을 비교해 보며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중도자의 역할을 보여준다. 또 문희의 친구와 여자 사회복지사의 캐릭터는 여권을 보호하려는 일종의 페미니스트로서의 역할을 보여 준다.
   
▲ 법과 제도를 올려놓기 어려운 현과 문희의 사랑의 녹색의자


여기서 연상 연하라는 사랑의 설정에는 별 하자가 없을 듯하다. 문제는 사회적 범주를 벗어나 역원조교제라는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둘의 사랑방식이었다. 이는 남녀의 성인기준을 어디서부터 봐야 되는가라는 논점에서부터, 법적 테두리로 사랑의 진의를 훼손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까지 이어지게 된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형편에서는 이 둘의 사랑은 선을 넘은 일탈적 사랑일 수밖에 없다.

원조교제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또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나 또한 원조교제를 절대 지지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원조교제라 함은 돈을 벌기 위한 일종의 성적 거래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허나 녹색의자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이슈거리를 논하자는 것도 아니고, 성적 환타지를 보여 주고자 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결국은 두 남녀의 제도의 그물 안에 갇힌 사랑방정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따지면 둘은 범죄를 지었다. 그래서 문희는 사회봉사라는 죄값을 치러게 되었고 세인들 앞에 손가락질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나 또한 이의를 달지 않는다. 사랑이 제 아무리 순수했더라도 제도를 벗어나면 그것은 하나의 범법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현과 문희의 사랑 앞에는 어떠한 선도 긋고 싶지 않다. 단지 이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 그 사랑을 잘 지켜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죄 없는 자 있으면 나와서 돌로 쳐라” 하시고 땅바닥에 무언가를 쓰셨던 예수님은 아마도 ‘나 또한 너희들을 인정하노라’고 그들의 마음바닥에 새겨주시고 있을 듯하다. 그들이 녹색의자에 예수님 당신을 모시기를 간절히 바라시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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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6/18 [08:21]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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