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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6.18 [18:03]
한국적 느와르의 실험영화, '짝패'를 보고
류승완, 류승범 형제 크리스천 짝패가 되어주길
 
정원철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언론이나 방송 모두가 분주했던 2000년 그 당시, 한국 영화계에 선전포고격의 영화 한 편이 떨어졌다. 16mm로 찍은 저예산 독립영화를 통해 충무로 영화계에 적잖은 충격파를 안겨주었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 영화를 통해 감독 류승완과 동생 류승범의 이름이 동시에 세간에 떠오르게 된다. 신인감독상(제21회 청룡영화상)과 신인남우상(제38회 대종상 영화제)을 거머쥠을 통해서...

그리고 2006년, 영화계 입문 전부터 액션느와르에 푹 빠져 있던 류승완 감독은 이번엔 감독과 배우 제작 각본이라는 1인 4역의 멀티 플레이를 감행했다. “2006 세상은 여전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고 외치며... 거기다 한국 영화계 무술감독의 1인자로 뽑히는 정두홍과 함께 한국적 액션 활극을 펼쳤다.
   
▲ 짝패의 감독, 주연, 제작, 각본의 1인 4역을 맡은 류승완 감독
영화를 움직이는 축에는 태수(정두홍 분), 석환(류승완 분), 필호(이범수), 왕재(안길강 분)라는 사춘기 단짝 친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사춘기 시절 싸움에서도 한패를 이루어 의리를 과시하던 절친한 친구들이었으나 십여 년이 흐른 후 친구 왕재가 의문의 살해를 당하게 되고 형사가 된 친구 태수와 왕재에게 친동생과 다름 없는 석환이 한패(짝패)가 되어 실마리를 풀어가게 된다.

영화 초반에 10년 전 네 친구(물론 석환은 동생이다)의 얼굴과 현재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각자의 캐릭터를 비교시켜 준다. 특별히 10년 전 사춘기 시절 이들이 집단 패싸움을 하며 도망치는 가운데 흘러나오는 나미의 영원한 친구란 노래는 80년대의 정서를 잘 보여주면서 사춘기 어린시절의 패싸움이 폭력이 아닌 애틋한 기억으로 떠오르게 하는 장치로 쓰인다. 당연히 어린 그들의 모습은 전혀 잔인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귀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솔직히 짝패에는 소위 잘나가는 배우도, 그리고 스케일이 장대한 것도 아니지만 cg 기법이나 와이어 액션을 배제하고 순수 배우들의 무술실력을 뿜어낸다는 데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 정두홍은 자타가 인정하는 무술감독이니 그만의 액션은 기대에 상당히 부응하고 있다. 그런데 감독으로 시작한 류승완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보여 주었던 액션에서 한 단계 더 진보한 일명 ‘580도 돌려차기’ 액션을 보여준다. 1인 4역에다 고난도 리얼액션까지 선보이니 관객의 한 명으로선 감탄의 감탄을 내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 짝패의 두 주인공, 류승완, 정두홍

특히 인상깊었던 장면은 도심 상가일대에서 펼쳐진 고등학생 패거리들과 태수의 대결이었다. “내가 왠만하면 말로 할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라며 자신을 둘러싼 몇 백명의 잡기(?)를 집어든 고딩들을 헤치워버리는 정두홍의 액션, 인해전술(?)에 몰리게 되자 주차된 승용차 위로 뛰어넘는 고난도 액션(물론 어디서 본 듯하다)은 과히 장관이었다. 궁지에 몰리게 된 태수 앞에 “너희들은 집에 삼촌도 없냐?”며 실소를 터뜨리게 만들며 등장한 석환. 드디어 이들은 짝패가 되어 고딩 패거리들을 도심의 스포트라이트 불빛과 작열하는 불꽃을 뒤로 하고 그곳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장엄한 스케일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도심 한가운데서 힙합 무술을 선보였던 고딩들, 2대 몇백으로 맞붙어 리얼액션을 선보였던 태수와 석환의 액션연기는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듯하다.

그리고 가장 압권인 장면은 아무래도 태수와 석환이 필호를 찾아들어간 일본식 요정에서의 액션이었다. 배경이나 액션장면에서 마치 쿠엔틴 티란티노의 ‘킬빌’을 연상시켰지만 이것마저 아직은 실험단계라는 차원에서 이해하고 넘어간다. 손에 보기만 해도 살벌한 주방용 식칼을 든 요리사들을 모조리 제압해 버리는 태수와 석환, 이들이 실내로 진입하니 이제는 스크린 도어처럼 차례대로 열려지는 요정 룸 속에 가득 들어찬 조직원들. 그들 앞에 태수와 석환은 아연질색하지만 여기서도 그들의 액션은 멈추지 않는다. 손과 다리를 베어가며 이들을 헤치우고 결국 필호 앞에까지 등장하게 된다.

여기서 필호로 등장하는 이범수는 현재 충무로에서 주가를 인정받고 있는 배우인데 이번에는 주조연급으로 등장하여 친구의 의리마저 배반하고 마는 카리스마 있는 악역으로 살벌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어린시절 친구들과의 의리 가운데서도 억눌린 감정이 있었던 필호는 마치 매트릭스에서 네오를 쫓는 요원들 같은 고단수 무술실력의 부하들을 거느린 작은 보스다. 자기의 야망을 위해 주위의 사람들을 살해하기까지 마음 속에 날선 검을 지닌 매정한 필호는 결국 친구 왕재를 살해한 장본인임이 밝혀지게 되고 그 또한 믿었던 카지노 사업자에게 배반을 당하게 된다.

사면초가에 갇힌 필호는 스스로 자멸의 길을 택하게 되고 사춘기 단짝 태수의 배에까지 칼날을 집어넣지만 결국 마지막 죽을 힘을 다해 일어선 석환에게 끝을 맞게 되고 눈을 감지 못한채 죽음을 맞게 된다.

태수와 필오의 엇갈린 운명을 보며 다시금 영화 ‘친구’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배신은 또 다른 배신을 낳고 결국 절친했던 친구마저 죽음으로 몰게 되는 변질된 우정의 비열함이 안타까웠다. 최근에 개봉예정인 조인성 주연의 ‘비열한 거리’란 영화도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걸로 안다.

여기서 하나 짚고 가고 싶은 것은 우리 나라의 액션 영화 내지는 조폭영화에 대한 문제점이다. 2001년 당시 영화계의 비수기 가운데서도 800만의 흥행대박을 터뜨리며 신드롬을 낳았던 영화 ‘친구’는 자극적인 대사와 장면으로 많은 유행어와 패러디를 만들어내며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했었다. 하지만 영화계의 반응은 냉엄했다. 그 어떤 영화제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내놓지 못하고 오히려 원색적인 대사와 폭력성을 미화시킨다는 이유로 작품성에서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 이후로 한국 영화계에 한동안 조폭영화가 붐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작품성을 담보하지 못한 영화는 흥행과는 상관없이 역시나 영화계의 따가운 시선을 비껴갈 수 없었다.

2000년 단칸 비디오방에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봤을 때도 역시 그 폭력성에는 부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달랐던 것은 치밀한 기획력과 저예산을 통한 리얼한 액션신 등 일종의 작품성을 담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영화가 마무리되며 자막이 올라갈 때 기독교인인 내가 눈여겨 봤던 것은 욥기 말씀이었다(지금 그 구절이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그것을 보며 감독이 혹시나 크리스천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마음속으로 하게 됐다. 몇 년이 흐른 뒤, 아니 최근에서야 류승완과 류승범 형제가 크리스천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동생 류승범은 최근 cbs의 ‘새롭게 하소서’ 코너에 출연해 자신이 모태신앙임을 고백하였으니 영락없이 내 추측이 맞아 떨어졌다.
   
▲ 고난도 액션신을 선보인 정두홍 무술감독


본인이 타인의 신앙을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일단 외견상(영화)으로 볼 때 류승완 감독과 류승범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그들이 장르를 넘나들며 영화를 만들고 출연하는 것은 좋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크리스천이지만 연예인이기에 이해되고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지는 생활방식들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보다 바람직한 것은 본인들의 신앙을 영화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유대인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렸을 때부터 호될 만큼 신앙교육을 철저히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보면 신앙적 메시지들이 녹아들어가 있다. et가 주는 ‘인간애와 사랑’, 쥬라기 공원이 보여 주는 자연파괴에 대한 경각심, ‘쉰들러 리스트’가 보여 주는 기독교적 장치들(십자가, 교회, 인간에 대한 구원) 등은 관객들의 마음 한구석에 충분히 파고들어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양의 문제가 아니다. 주제나 배경, 주인공 등이 기독교와 상관없어도 좋다. 3퍼센트의 소금이 바다의 짠맛을 내듯이 어떤 영화 가운데서도 자신의 신앙적 가치관은 녹아들어갈 수 있다.

류승완 감독에게 아쉬운 점이 이것이다. 물론 아직 젊은 나이이고 숱한 시행착오와 실험과정을 거쳐 나오게 될 앞으로의 작품들이 더 기대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기독교적 메시지들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때까지 류승완, 류승범 형제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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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6/07 [15:06]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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