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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6.20 [09:01]
[칠뜨기의 결혼행진곡] 13. 박 초시의 외도
13. 박초시의 외도
 
안형식
13. 박 초시의 외도

새벽부터 한 줄기 소나기가 세차게 내려 칠복의 가슴을 뒤집어 놓더니 30분이나 내렸을까. 동구 밖 먼 산등성이에 무지개를 걸어 놓고는 잦아들었다. 단비였다. 날씨가 꾸물꾸물한 터에 딸들이 출근과 등교로 모두 빠져 나간 썰렁한 집안에 박 초시는 마루에 걸터앉아 무엇을 생각하는지 대꼬바리에 봉초 담배를 꾹꾹 야물게 눌러 담아 불을 붙이고는 뻑뻑 빨았다.

칠복은 혹시나 박 초시가 무엇 심부름이라도 시킬 것이 있는가 해서 마당 한 편에서 짐짓 여러 가지를 돌아보며 대기하고 있는 중이다. 한참 동안을 무료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던 박 초시가 일어났다.

“칠복아 이원 장터 우시장에 쇠 값이 어찌 되는지 알아보고 올 터이니 집안 단속 잘하고 있그라”

“야 걱정 말고 댕겨 오셔유”

잠시 후에 박 초시는 입성을 반듯하게 입고 댓돌에서 신을 신었다. 칠복은 가까이에 와서 손을 모으고 있는데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간 마당은 축축했으나 더위는 한 풀 수그러들었다. 박 초시의 기척을 느끼고 제 집에서 나온 누렁이 독구가 주인을 향하여 꼬랑지를 바삐 움직이며 인사를 하고 있다.

누렁이가 며칠 전에 새끼 7마리를 낳았다. 박 초시는 7마리나 새끼를 낳아 준 누렁이 독구가 대견해서 여간 흐뭇한 게 아니다. 미역국에 쇠고기를 듬뿍 넣어서 정성을 다해 산구완을 했다.

“올해는 운수가 좋은 해인 모양이여. 짐승이 새끼를 저리 쑴뿡쑴뿡 잘 낳고 다복하니 낳은 것을 보니 올해는 운수가 대길인 모양이여 에흠”

박 초시는 자신에게 좋은 운수가 정해진 해라고 믿었다. 벌써 집이 되려면 집안에 들이는 식구가 복이 있는 식구가 들어 와야 하는데, 칠복이 복을 몰고 들어 왔다고 굳게 믿는 박 초시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5마리를 넘기지 않았던 진도견 독구가 올해에는 암놈만 5마리에 실한 수놈 2마리를 낳지 않았더냐. 박 초시는 턱수염을 쓸며 여간 대견한 것이 아니다. 복덩이가 들어오면 만사에 복이 든다 하더니 내가 그 경우가 아닌가 말이다.

“에험”

뒷짐을 지고 박 초시는 큰 기침 소리와 함께 대문을 나섰다. 쇠금을 알아본다는 양반이 송아지를 안 끌고 나가는 것이 어째 수상쩍다.

“잘 댕겨 오시유”

칠복은 허리를 굽혀 박 초시의 뒷모습에 깍듯이 인사를 드렸다. 박 초시는 잠시 뒤를 돌아 칠복을 향해 고개를 끄떡인다. 뒷정까지 가는 아이. 박 초시의 마음은 칠복을 볼 때마다 새삼스럽고 흐뭇하다. 든든한 아들이 업동이로 들어 왔다고까지 생각하며 총총 발걸음을 재촉했다.

부러 영동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박 초시의 얼굴에 주모의 발그레한 얼굴이 떠오른다. ‘그려 오날은 주모를 좀 봐야 쓰것네.’ 주모의 뽀얀 젖무덤과 뜨겁게 달궈졌던 샅이며 보드랍게 착착 감기던 팔을 생각하면서 박 초시의 마음이 바빠졌다.

박 초시가 영동장터에 도착한 시각은 점심이 가까워서였다. 하지만 장이 서지 않는 날인데다 소나기의 여파도 있고 해서인지 장터는 시늉만 있을 뿐 사람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는다.

“주모 있는가. 국밥 되는가.”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박 초시를 보고 주모는 옷매무새를 고치고 머리를 매만지며 담뿍 웃으며 정지에서 나왔다. 정지 안에는 김치를 담그고 있던 중인 모양으로 씻겨진 배추와 무가 바구니에 담겨져 있고 대파는 바닥에 놓여 있는데 한 단이 넉넉한 대파는 벌써 절반이나 다듬어져 있다. 통나무를 켜서 만든 도마는 어지간한 무게가 나갈 터인데도 정지바닥에 놓여져 있고 거기에는 잘 벼린 무쇠식칼과 잘리다 만 고추와 마늘이 놓여져 있다. 아마 이제 양념거리를 버무릴 차례인 모양이다.

주모는 박 초시를 보고는 쌩긋 웃으며 짐짓 교태를 떨며 말한다.

“박 초시 어른 오랜만에 뵙구만유, 그래 얼마나 재미가 좋으면 이년을 잊어버리고 이제사 오신단 말유. 야속하게끔”

“그려 주모 상거가 멀었네. 그려 장사는 잘 되는가.”

“어른 덕분으로 이럭저럭 밥술이나 먹고 있서유. 오날은 손님도 없고 하니께 방으로 들어 가셔유.”

“그려? 방도 있었던갚

자리에서 일어나 주모의 뒤를 따르며 박 초시는 짐짓 방이 있느냐고 묻는다. 주모가 박 초시의 속내를 모르는바 아닌지라, 쑥스럽게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오는 박 초시를 보며 방긋 웃으며 자리에 앉는 박 초시 손을 덥썩 잡으며 박 초시의 품으로 파고든다. 박 초시는 안겨드는 주모의 어깨를 바짝 끌어안으며 댓바람에 주모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잠시 긴 떨림과 함께 긴 입맞춤으로 흥을 돋구던 주모가 퍼뜩 일어났다.

“왜 그려?”

“애고 이년의 정신 좀 봐유. 문을 닫아걸어야 하는디, 그걸 깜빡 잊었시유.”

“그려? 그럼 빨리 닫고 와”

주모는 아예 밖에 나가 네 짝이나 되는 양철 문짝을 죄다 닫고 쪽대문으로 들어와서 안쪽으로 잠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채비를 마쳤다.

“아이 옷 벗고 계시지 그러셨서유. 지가 벗겨 드릴까유?”

“아니네 내가 벗을라네, 임자도 벗게”

“야~~”

박 초시가 천천히 저고리를 벗는 동안에 주모는 저고리와 치마를 활활 벗어 내던지더니 속곳마저 훌러덩 벗고는 벗은 몸으로 자리를 폈다. 박 초시는 주모가 차례로 벗겨지며 드러내는 뽀얀하고 탱탱한 나신에 고만 넋을 빼앗겼다. ‘그려 지접의 맛은 이래야 일품인겨.’ 하고는 자리를 펴고 쩌억 벌리고 누운 주모를 보며 마지막 속옷을 벗어 내렸다. 동시에 할망구 얼굴이 떠오른다. ‘하으음, 할망구 미안허이’

주모의 팔과 박 초시의 팔이 얽혀 들었다. 주모의 활짝 벌린 두 다리와 박 초시의 두 다리가 얽혀 들었다. 주모의 배와 박 초시의 배가 마주치고 주모의 탱글한 젖가슴이 박 초시의 가슴을 받쳐준다.

“하아 하아” 박 초시의 몸짓이 빨라지면서 입에서 가쁜 숨도 몰아치며 주모의 신음소리와 결합되었다.

“하아악 하악” 짙은 숨과 비명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주모의 두 손과 두 팔은 박 초시의 몸을 향하여 최대한 열렸다. 한치의 빈틈도 없이 얽힌 두 사람의 나신이 일순 부르르 떨며 정지했다. 주모는 온몸을 떨며 우짖었다.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공중에 올랐다가 떨어지는 낙엽처럼, 두 사람의 가쁜 숨도 허공에 떠 올랐다 이윽고 잠잠해졌다. 주모는 어깨를 떨며 나지막한 소리로 느껴 우는 것으로 미처 처리하지 못한 희열의 잔재를 처리했다. 깔린 자리에는 두 사람이 흘린 땀으로 후줄근해 졌고 온 방안은 두 사람의 체취로 단내가 진동을 하고 있다. 박 초시는 그제야 방안을 휘휘 둘러보았다. 다락이 딸린 자그마한 방에는 반짓고리와 다용도 궤짝이 놓여져 있고 그 위에는 구리무 두 통과 분통 그리고 색경과 빛바랜 사진이 놓여 있고 장부책이 놓여 있다. ‘살림살이 몇 개 들여 놔 줘야것다.’ 속으로 생각하면서 주모에게 눈길을 준다.

주모는 아직 자리에 누워 있는 대로 내놓고는 큰대자로 누워 눈을 감고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다. 살짝 얽은 곰보이기는 해도 바탕이 미인 축에 속하는 얼굴이다. 살짝 눈길이 내려가니 풍만하고 탱글한 젖가슴에 눈이 박힌다. 마치 우유를 흘려 놓은 듯 박속과 같이 뽀얀 젖가슴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기름진 하복부에는 갸름한 선으로 찍어 놓은 듯 배꼽선이 선명하고 앙증맞다. 배꼽선이 아래로 흘러내리며 아직까지 흥분의 여운으로 떨고 있는 주모의 샅은 당당하고 눈이 부시도록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박 초시는 아직까지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음 놓고 여인의 샅을 본 적이 없었다. 주모의 샅은 치골의 충분한 발달로 불쑥 튀어 나와 있었으며 도톰한 살이 입혀져 있는 두덩의 경계선이 확실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그녀의 숱이 많은 거웃은 박 초시의 눈길을 빼앗기에 충분하게 야물었고 당찼다.

박 초시는 자신의 눈길을 빼앗는 주모의 당당하며 황홀하기 까지 한 비경의 당당함에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 지접이란 그저 품에 넣고 적당히 주무르다가 자신의 욕정을 배설하고 나면 효용이 마치는 적당한 존재쯤으로 알고 있던 박 초시는 일순 경직되었다. 그것이 아니었다.

여인의 샅은 남성의 욕정을 풀어주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단 시간에 남성의 지친 영혼과 정신을 안식시켜 줄 수 있는 안식처였다. 그것은 그 당당한 모습만큼이나 남성을 받아 들여 포근하게 감싸주는 고향이었다. 그것은 천한 것이 아니라 경건한 것이었다. 거기에는 욕정만 머무는 곳이 아니라 생명도 깃들었다. 무려 10달 동안 머물러 성장하며 박동질을 계속하도록 동력을 주는 생명이 자라나는 곳이었다. 판박이로 하는 짓이나 외양이나 성격까지 심지어 병까지도 아비와 똑같은 판박이로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그 신비로움이야 말로 다 할 수 없는 곳이다.

새삼 경건한 마음으로 눈이 시리다. 박 초시는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긴 한숨을 주모가 눈치 채지 못하게 서서히 내뱉었다. 그리고 그토록 당당하고 신비스럽고 경건하기까지 한 샅을 달고 있는 주모가 불쑥 다시 보여 졌다. 박 초시는 손을 뻗어 주모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표정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자신의 품안으로 깊숙이 끌어안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아직 여인을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직 젊음이 왕성하고 어디에 내어 놓아도 당당하다. 박 초시는 주모의 당당함과 비견하여 자신의 당당함과 대견스러움도 주모에게 인정받고 싶어진다. 초로의 나이를 잊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을 맞이해 준 주모가 더없이 사랑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박 초시이다. 박 초시는 자신의 옆 자리에서 쭈욱 뻗어 있는 주모를 보며 자신의 남성이 대견스러웠다.

문까지 때려 걸었으니 주모가 작심을 한 것이 분명했다. 박 초시는 주모가 일어나서 살가운 표정으로 정성을 다해 차려준 밥을 맛나게 먹었다. 세발짜리 양은밥상에 정성껏 차려 내온 밥상은 아껴 두었던 알배기 굴비까지 연탄불 석쇠에 잘 구워 내어 놓았는데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기름이 잘잘 흐르는 것이 냄새마저 감동을 주었다. 겨우 몸을 가린 주모는 옆 자리에 붙어 앉아서 굴비 살을 발라 박초시의 수저 위에 놓았다. 나물하며 시원한 나박김치하며 그 맛이 일품이며 입에 쩍쩍 붙는다. 이것저것 반찬을 놓아주는 주모에게 식사를 권하지만 주모는 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오직 박 초시 수발에 몰두하고 있다.

박 초시는 이렇듯 살갑게 감겨 오는 주모가 사랑스러워 어쩌지 못하겠다. 늙어가면서 주책이라더니 이게 웬 꼴인가 싶다가도 수저에 올라오는 보드라운 손과 주모의 아양에는 고만 생각마저 길게 가지 못하겠다. 배고픈 김에 맛있게 식사를 하던 박 초시의 눈이 주모의 아랫도리에 박혔다. 글쎄 주모는 속옷도 입지 아니하고 치마만 두르고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터라 그녀의 샅이 고스란히 비쳐 보이고 있지 아니한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입에 가져오는 숭늉을 한 모금 마시고는 박 초시와 주모는 다시 얽혀 들었다. 상은 저 멀리 고리짝 쪽으로 밀쳐놓고 둘은 반쯤 개켜 놓았던 자리를 펴고 얽혔다.

주모가 퍼 주는 물로 정지에서 대강 씻고 난 후에 박 초시는 주모에게 문을 열어 둘 것을 명하고는 이내 휘적휘적 장터를 지나 역전 옆에 있는 전파상에 들렀다. 거기에서 신식 텔레비전 한대를 보고 값을 물었다. 거금 3천원을 달라한다. 박 초시를 알아보는 주인은 박 초시에게만 이 값으로 드릴 수 있다는 말로 들러붙는다. 쌀 두 가마 값이다. 흥정을 하는 체 하고 뒤로 물러 나와 역에서 좀 떨어진 가구점에 들러 자개 미닫이장(서랍장)을 흥정했다. 주인은 가구점을 낸지 얼마 안 된다고 첫 마수 값으로 싸게 드린다고 엄살을 부리며 들러붙는데 여간내기가 아니다. 자개 미닫이장 하나에 쌀 다섯 말 값이나 달라 한다. 둘러보니 옻칠을 한 네발짜리 원형밥상이 눈에 들어온다. 쌀 두말 값이나 달라한다. 둘을 합쳐 쌀 여섯 말로 흥정을 해 놓고는 역시 들러 보겠노라고 하고는 물러 나왔다.

혹시나 해서 주막 밖에 나와 기웃기웃 하던 주모가 무척이나 반긴다. 박 초시는 쌀 세 가마 값을 내어 놓고 자신이 다녀온 전파상과 가구점에 들러 흥정을 다시 하여 값을 깎아 보고 가구를 들이라 했다. 박 초시의 말과 내어 놓은 돈을 보고 주모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옷을 새로 입고는 치장을 하고 부리나케 박 초시가 들렀던 전파상에 들러 쌀 두 가마 값을 후려쳐서 쌀 한가마 반값으로 깎았다. 물론 안테나를 달 나무까지 전파사에서 알아서 해 주기로 하고는 소니 텔레비전을 들여 놓았다. 당시 쌀 한 가마로는 두 칸짜리 방이 있는 집을 전세로 얻을 수 있는 거금이었다. 희희낙락하여 가구점에 들른 주모는 역시 후려쳐서 흥정하여 쌀 다섯 말로 구입하여 배달해 달라 했다. 홍조까지 띌 정도로 기쁨으로 흥분되어 돌아온 주모는 쌀 한가마 값을 박 초시에게 도로 내어 놓았다.

“박 초시 어른 흥정이 잘 되어 쌀 한 가마 값이 남았서유. 거두어 넣으셔유. 몽땅 내일 배달해 달라고 주문해 놨시유. 오늘은 일이 있으니께유”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꼬는 주모의 아양에 고만 박 초시의 간장이 녹는다.

“아닐세 임자 것이네. 흥정을 잘 해서 좋은 값으로 샀다니 얼마나 기쁜 일이것는가. 고맙네”

“흥정이 잘 되어서 지두 감사하구요. 박 초시 어른께 어찌 보답을 해야할지 막막헙니다유. 어서 넣으셔유”

“아니야. 임자가 나를 그리 진한 맘(참된 맘)으로 대우해 주니 고마우이. 이것 넣게. 그리고 가게 운영하는데 두고 써. 긴한 일이 있을 때에 조력이 될거네”

“어머 박 초시 어른. 그러면 다음에는 안 오신다는 말씀이여유? 서운혀유”

“아니여 그런 말이 아니네. 서운해 하지 말게. 혹시 내게 연락이 안 되는 때에 긴한 일이 생기면 어쩌겠는가. 넣어두고 요긴할 때에 쓰란 말이네”

“박 초시 어른.”

주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박 초시의 품 안으로 와락 안겨들며 울음을 터뜨렸다. 비록 가끔은 정이 가는 단골손님에게 몸을 내어 줄 때도 있었다.

주모의 이름은 최연지라고 했다. 10년 전에 지금은 대청호로 변해버린 신탄진 읍내에서 떨어진 곳에서 자라 간신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죽도록 갈포를 하고 누에를 쳤지만 가난을 도무지 벗어날 길이 없는 집이었다. 산등성이에 띄엄띄엄 갈아 놓은 밭뙈기에서 푸성귀를 얻었으나 변변한 농토가 없는 탓에 아무리 등골이 빠지게 일을 해도 명절 때와 제삿날에나 간신히 입쌀밥을 얻어먹을 수밖에 없던 살림살이였다. 부모님은 신탄진 읍내에 살고 있다는 것 하나와 신탄진역전 철도 공무원이라는 말 하나 듣고 서둘러 시집을 보냈다. 적어도 식구들의 입 하나 줄일 수 있는 것이고 공무원이라니 밥은 안 굶게 생겼으니 천만 다행인 혼처라고 결혼을 서둘러 신랑의 집에 양가 부모가 모여 밥 먹으며 부모 합의 하에 신방을 차려 놓고 올린 결혼이었다.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층층시하에 시동생 건사하는 것이며 남편의 공무원 월급으로는 어떻게 해 볼 재간도 없을뿐더러 남편 월급은 고스란히 시어머니 손에 건네졌다. 오히려 친정에 살던 때보다 형편없으면 없었지 나은 것이 없는 고통스러운 삶이었다.

겨우겨우 꾸려가던 결혼생활은 1년이 지나고 나도 잉태를 못하자 허구헌날 구박과 멸시를 받기에 이르렀고 더 이상 미래를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깊이 상심한 새댁은 우울증에 걸렸고 쥐약을 먹고 죽으려 했으나 친정 부모가 눈에 밟혀 도무지 생목숨을 끊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절망의 세월과 한숨 그리고 눈물로 보냈다. 자연히 쇠약해지고 생리가 불순해지면서 하혈까지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밑이 하도 따끔거려서 손으로 만져보니 밑자바리가 빠져 있었다. 마침 남편은 교대근무로 밤 근무를 한다 하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철도 공무원 가족에게 지급되는 패스가 있었고 그것만 있으면 열차를 타고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어린 새댁은 처연한 표정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단을 내렸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어디가 되었던지 도시로만 가면 살아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지금 이 시간에 떠나는 열차로는 김천까지 가는 완행열차가 있고 남편이 근무 중인 시간에 서울로 올라가는 완행열차가 있다. 이 패스로는 하위 공무원이 사용하는 패스이기 때문에 완행열차 밖에 탈 수가 없으니 완행열차를 타고 가야 했다. 새댁은 김천으로 가는 완행열차를 타기로 하고 보퉁이 하나에 갈아입을 입던 옷을 싸고 슬며시 집을 빠져 나왔다.

김천까지 가는 완행열차는 오랜 시간을 영동에서 지체하고 있다. 특급을 대피하기 위하여 오래 기다리는 것이라는데 벌써 30여분을 지체하고 있으나 도무지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새댁은 차창 너머로 불빛이 가득한 영동역을 내다보았다. 자그마한 역이지만 영동역을 통해 왔다 갔다 하는 행인들의 모습이 활발하고 정이 간다. 새댁은 여기까지가 충청도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김천에 간다 해도 누구하나 아는 이가 없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충청도는 고향이니 말이라도 통할 것이 아니겠는가. 새댁은 잠깐 눈에 힘을 주고 감았다가 뜨고는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으로 꽉 움켜쥐고 왔던 보퉁이를 들었다. 손에는 땀이 배어 있었고 보퉁이에는 손에 묻어 있던 땀이 배어 있는 듯 하다.

새댁이 일어나서 나오는데 열차에서 기적이 울렸다. 이제 곧 출발한다는 신호이다. 새댁은 서둘러 열차에서 내려 영동역을 빠져 나왔다. 며칠 동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새댁은 자연스럽게 밥집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 밥집이 현재의 주막이며 당시에 노부부가 오고 가는 열차의 승객과 닷새마다 서는 장꾼들을 대상으로 간신히 밥만 먹고 있던 주막이었다. 국밥을 시켜 놓고 밥을 먹고 있던 새댁에게 먼저 할머니가 물어왔다.

“새댁인 듯 한디 혹여 소박맞고 집 나온 것 아니유? 잘 데도 없는 듯 한디 괜찮다면 우리와 함께 자던지 불편하다면 의자 붙이고 여서 자도 괞잖유”

“그래도 되겠슈? 돈이 없어서 잠 잔 값도 드릴 수 없는디유”

“괜찮유. 혹시 갈 데가 없으면 우리 늙은이들 심부름이나 해 주면서 있어도 되구유. 근디 밥은 먹여 주는디 월급은 따로 줄 수가 없슈. 그저 간신히 밥만 먹고 사니께유”

“밥만 먹여주신다면 시키시는 일 잘 할 수 있슈. 고마워요. 할머니”

“그려 젊디젊은 사람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지 얼굴에 수심이 가득 혀. 그래서 내가 알아 본겨. 새댁 별로 힘든 일은 없을테니께. 그저 심간이나 편히 가지고 살아 보자요.”

이렇게 하여 새댁은 주막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바삐 움직여 주는 젊은 손길이 있으니 자연 손님은 조금씩 단골이 늘어났는데, 과수 새댁이라는 소문과 함께 한량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자연히 새댁은 스스로 경계하는 일이 많아졌고 주인 노부부에게는 한량들이 꾀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밤이면 덥던지 춥던지 간에 반드시 문을 걸어 잠그고 자야 했다.

1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새댁의 건강은 날로 회복되어져 빠져 나왔던 밑자바리는 제 위치를 찾아 들어갔고 하혈은 멈춘 지 오래 되었다.

그해 추석명절이 되어 주인 노부부는 하나 뿐인 외아들 집으로 추석명절을 보내러 갔고 새댁은 그 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친정집을 찾아 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동에서 보급열차표를 끊어 대전까지 가서 밤이 이슥한 시간에 대전에서 신탄진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갔다. 친정집은 발칵 뒤집혀져 있었으나 어차피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결혼인지라 들이닥친 남편 식구들로부터 애 낳지 못한 소박댕이라는 욕을 얻어 듣고 한번 발칵 뒤집혀 지고 난 뒤에 끝이라고 했다. 패스를 훔쳐간 도적년이라고 했는데 그 패스 하나를 다시 내는 데에는 어지간히 절차가 복잡했던지라 분풀이를 한 것이다. 새댁은 얼마간의 돈을 친정어머니께 드리고 걱정하며 만류하는 부모님의 손길을 뿌리치고 다시 영동으로 돌아왔다.

친정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밤이 이슥한 밤길에 시외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새댁을 보고 정류장에서 빙글거리고 있던 장정 셋이 달려들어 야산으로 끌려가 세 놈에게 차례로 강간을 당했다. 새댁은 강간의 후유증으로 하혈을 했고 며칠 동안이나 끙끙 앓았다.

5년 세월이 다 되어갈 즈음에 노부부의 건강이 시원치 않았다. 소식을 듣고 외아들이 달려 왔는데, 부모의 안위 보다는 얼마 되지도 않는 세에 목적이 있는 듯 보였다. 그 밤에 노부부와 함께 자고 있던 아들이 홀에서 자고 있던 새댁을 덮쳤다. 새댁은 밑을 파고드는 예리하고 두꺼운 쇠방망이와 같은 감촉에 질려 사지를 벌벌 떨며 고통과 괴로움에 비명을 질렀으나 작심하고 수건까지 준비하여 입을 틀어막은 장정의 힘에는 도무지 당해낼 수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노부부의 아들은 당시 미군이 사용하던 인조페니스를 사용하여 새댁을 덮쳤다 했다.

새댁은 혼절하고 말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챈 아들은 그길로 줄행랑을 쳤다. 병원에 입원하여 진찰한 결과 질과 항문 사이에 있는 회음부까지 찢어져 질과 항문의 경계가 사라져 버렸다 한다. 새벽에 일어난 노부부는 하혈을 하고 기절하여 늘어져 있는 새댁을 병원에 입원시켰고 할아버지는 화병까지 겹쳐 뇌출혈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질 봉합 수술을 받고 병실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새댁에게 주인 할머니가 찾아왔다. 그리고는 링거 주사를 맞고 있는 새댁의 다른 손에 가게의 계약서를 쥐어 주었다.

“새댁 작은 가게지만 잘 운영해서 훗날 부디 좋은 신랑감 만나 결혼해서 잘 살어”

할머니는 새댁의 손을 잡고 오열했다.

“아녀유. 지 같은 것을 여지껏 맥여 주시구 살펴 주신 것이 얼만디유. 지는 이것 받을 수 없구만유.”

“아녀, 아녀 내가 자식새끼를 잘 못 키운 벌은 내가 받을테니께 못난 아들놈과 이 못난 에미를 용서혀”

“아녀유 지는 절대로 받을 수 없시유. 이건 안 되는 일이유. 다 내가 잘 못한 벌인디유”

못내 사양을 해도 눈물바람을 하던 할머니는 눈물을 떨구며 일어나 병원 문을 나섰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찾아와 주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는 그 아들이 사기죄로 감방에 갔고 할머니는 그 아들이 갇혀있는 교도소 옆에 작은 방을 얻어 수발을 든다고 했는데 그 다음은 어찌 되었는지 모른다 했다.

연지 그녀는 퇴원을 하자마자 졸지에 주모가 되어 지금의 가게를 꾸려 나갔다. 장사가 잘 될 때에는 친정에도 넉넉하게 보냈다. 장사가 잘 안 되는 때는 동생들 공부하는 학비 정도는 충분히 보내 줄 수 있었다.

주모는 젊은이들을 아주 싫어했다. 그것은 입술에 피멍이 들도록 이를 악물고 강간당했던 후유증 때문이었다. 3년 전, 겨울에 잠시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 있었다. 주모의 아버지뻘이 되는 분이었다. 그 분은 영동역의 역장이었는데 주모가 마음속으로 사모하는 사람이었다. 손맛이 소문이 나서 역무원 식사를 대놓고 먹게 되었는데, 역무원들은 식사 시간에 교대로 와서 식사를 했으나 차장과 여객전무 그리고 역장은 높은 분인지라 역무원들과 함께 식사하기도 뭐하고 해서 주모가 따로 배달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처음 만난 역장에게 깊이 마음을 주기 시작했고 사모했다. 역장은 주모가 자신을 사모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으나 체면 때문에라도 자제를 하고 있었다.

하늘이 험악하게 어두워지더니 폭설이 내렸다. 온 역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돌입하여 철로에 가득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있는 힘을 다 쏟았다. 퇴근을 하지 못한 역장은 저녁을 가지고 온 주모에게 넌지시 야식을 준비해서 역장실로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폭설이 그치지 않고 있다. 연지는 폭설을 맞으며 눈길을 빠대며 겨우 역무실에 도착했고 역무실 옆에 있는 역장 집무실로 정성껏 준비해 간 야식을 가지고 갔다. 야식을 받쳐 든 쟁반에는 소주도 한 병 따로 준비해갔다.

역장은 연지가 준비해간 야식을 맛나게 먹었고 연지는 역장이 야식을 하는 동안에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아무래도 야식을 시켜 먹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으면 냄새가 날 뿐 아니라, 쟁반을 찾아오는 것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속내로는 역장과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역장은 야식을 먹으며 가지고 온 소주를 땄다. 그리고는 흘깃 연지를 보고는 한 잔 따라 줄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기다렸다는 듯 연지는 역장의 술잔에 소주를 쳤다. 역장은 가까이에 앉으라 했고 연지는 역장이 잔을 비우는 대로 술잔에 술을 따랐다. 세잔 째의 술잔을 비운 역장은 술잔을 채우려는 연지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연지를 끌어 당겨 품에 안았다. 연지는 다소곳이 안겼고 역장의 목을 끌어안았다. 역장은 집무실 안쪽에 있는 침실로 연지를 이끌었고 연지는 자신이 사모하는 역장에게 자신을 내어 주었다. 몇 년 동안 수절한 연지의 샅은 마치 처녀의 몸과 같이 역장의 몸에 반응하며 적당한 탄력과 저항이 있었다. 역장은 연지의 몸에 지극히 만족했으며 역장이 승진하여 김천역으로 발령을 받는 3개월 동안 역장과 연지는 연애를 했다.

그리고 3년 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 박 초시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박 초시는 역장과 연지의 첫 정사에서 맛보았던 그 쫄깃한 감각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아니면 젊은 사람과의 정사에서는 기억하기도 싫은 좋지 않은 기억만 있어서일까. 자신과 나이 차이가 훨씬 많은 차이가 있는 지긋한 나이의 남성에게만 정감이 가고 안기고 싶다고 했다.

역장과의 관계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역장 이하의 사람에게는 눈길이 가지 않는다 했다. 역장 이후로 박 초시가 처음인데 가끔 들러 식사를 하고 가는 박 초시의 묵직한 권위적인 면과 양반만이 가지고 있는 흉내 낼 수 없는 선비적인 그 무엇 때문에 박 초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노라고 고백해 왔다. 그 무엇이란 문화권을 말함이겠다.

남자를 알고 난 뒤 10년 동안의 세월에 단 한 남자도 박 초시와 같이 진정으로 자신을 아껴 주고 사랑해 준 남성이 없었노라고 했다. 과연 양반은 보통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했다. 참으로 연지는 박 초시에게 감동하고 있었고 박 초시는 연지의 고백에 기쁨이 백배가 되었다. 연지는 온 몸과 마음을 다 열어 박 초시에게 서비스를 했다. 박 초시의 온 몸을 혀로 핥아 주었고 귓불과 입술은 자근자근 깨물어 자극을 주었다. 민감한 부분은 혀로 핥기도 하고 빨아 주어 박 초시의 생애 처음으로 맛보는 황홀경을 선사했다.

이윽고 한 몸이 되었을 때에는 박 초시가 가장 힘이 덜 들면서도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체위로 박 초시의 남성을 감쌌다.

“어르신 일주일에 하루는 꼭 들러 주셔유. 안 그러면 알지유”

섹스 중에 연지는 박 초시의 귀에 뜨거운 숨결을 토해 내며 비음으로 속삭이며 박 초시의 답을 채근했다. 도무지 견디지 못하고 박 초시는 답했다.

“그려 내 꼭 들릴 것이네. 임자나 딴소리 말어”

“약속하셔유”

“시방 꽉 잡혀 있는디 어찌 약속하란 말이여” 가쁜 숨을 쉬며 박 초시가 말했다.

“여기를 꽉 물어 주셔유. 그럼 약속한 거란 말이여유”

은지는 자신의 젖가슴을 내어 밀며 제 손으로 젖꼭지를 꼭 눌렀다. 박 초시는 내어 밀고 있는 은지의 젖가슴을 앙 하고 물어 버렸다.

돌아오는 길. 밤이 이슥하여 달빛을 받으며 돌아오는 박 초시의 등은 꼿꼿하게 펴져 있었고 두 다리에는 힘이 넘쳐 났으며 가슴은 포만감과 만족감으로 가득 차 있다. 박 초시는 자신이 대견했다. 넉넉하고 낫낫한 기분으로 돌아가는 길. 자신에 대한 대견함과 자랑스러움으로 한껏 고무되어 있는 박 초시의 머리와 어깨 위로 달빛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달려가고 있다.

목사, 작가, 한국기독교목회자협회 대표, 한국학술재단 학술연구자, 정책비평가, 뉴스타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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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4/06 [08:19]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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