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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뱀허물쌍살벌의 자식 사랑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11/28 [09:27]

지인들과 이웃 마을에서 식사하고 부근에 있는 산책길을 걸었다. 쉼터에서 숨을 고르는 중에 평범하지 않은 벌집을 여러 채 발견했다. 처음 보는 것이어서 신기하여 일단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

 

두어 달 후 잊힐 만했을 때 벌집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어쩌다 아이들이 보는 책을 뒤적거리게 되었는데, 산책길에서 보았던 벌집이 눈에 쏙 들어왔다. 궁금해 했던 것이라서 신속하게 나의 지식으로 정리가 되었다. 뱀허물 쌍살벌 집이란다. 

▲ 뱀허물처럼 생긴 뱀허물쌍상벌집의 모양  © 공학섭


뱀허물쌍살벌은 이름과는 달리 자식 사랑이 남다르다. 이슬이 내린 아침이나 비가 오는 날 바빠진다. 이는 애벌레가 사는 벌집에 물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새끼들이 물에 젖으면 죽을 수 있다. 고인 물을 작은 입으로 물을 뽑아낸다. 그리고 벌집 앞에서 마를 때까지 날개로 부채질한다.

 

자식 사랑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애벌레 때엔 꿀을 먹인다. 갓난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처럼 말이다. 점차 자라면 새끼들을 위해 다른 곤충의 애벌레를 물어다가 잘게 씹어서 먹인다.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이유식을 마련하는 엄마처럼.

 

 

자식을 얻기 위한 수컷 쌍상벌의 희생은 더욱 큰 감동이다. 수컷은 여왕벌과 짝짓기를 마치고 나면 곧바로 죽는다. 자식을 얻을 수 있다면 이 한 몸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투다. 쌍살벌의 자식 사랑과 종족 보존의 본능은 한 마디로 눈물겹다. 

  © 공학섭


자식 사랑은 뱀허물 쌍상벌만이 아니다. 온몸이 가시로 둘러싸인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가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럽게 여긴다고 하지 않던가? 탁란하는 뻐꾸기 빼고는 모든 동물은 제 새끼를 끔찍이 사랑하는 것 같다.

 

문제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자식들이 보는 데서 부부 싸움을 하면 자녀들은 전쟁에서 경험하는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부모의 이혼과 가출을 경험하거나 부모로부터 신체적, 성적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의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 공학섭


과잉보호도 문제다. 동물들은 스스로 사냥하는 법도 가르치고 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요즘 어린아이들은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것이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길이 아닐까.

 

경제적 독립, 의사결정의 독립이 필요하다. 시집가는 여자만 부모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남자도 부모를 떠나 스스로 빵을 얻고 자기 삶을 책임져야 한다. 부득이 부모와 함께 살더라도 책임 있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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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28 [09:27]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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