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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창문에 담긴 한 폭의 그림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11/27 [12:19]

 

 

담쟁이가 교회당 창문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놓았다. 어쩌면 저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봄엔 순한 연보라색, 여름엔 녹색, 가을엔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봄부터 지금까지 창문에 남아 있음이다.

 

여러 갈래의 담쟁이가 창문을 뒤덮으면 자연스럽게 뜯어낸다. 다행히 한 줄기만 가늘게 차지하고 있으니 떼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창문을 주시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누구든 아무 생각 없이 걷어 낼만 한데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니.... 

▲ 창문에 한 폭의 그림이 된 담쟁이 덩굴   © 공학섭


덕분에 담쟁이의 한해살이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아름다운 변신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줄기의 담쟁이를 글의 소재로 삼기에 이르렀다. 그대로 두기를 정말 잘했다.

 

지금 담쟁이는 절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일이라도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불면 잎사귀를 지탱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 잎새를 연출하며 얼마간 간신히 버틸 수도 있을 것이다.

 

며칠 후면 창문에서 아름다운 그림이 지워질 것이다. 겨우내 화려한 그림 대신 잎사귀를 떨궈낸 빈 줄기만 덩그러니 남게 될 것이다. 그래도 섭섭해 하지 않을 것이다. 줄기만 남아 있어야 혹독한 찬바람을 견뎌내고 새봄을 기약할 수 있기에. 

  © 공학섭


어쨌거나 담쟁이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봄부터 지금까지 교회당 창문을 장식해 주었으니 말이다. 담쟁이가 창문에 그려낸 그림은 비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 비하여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퀄리티 있는 그림이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머물러 있으므로 아름다울 수 있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세상을 놀라게 할 위치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한 줄기의 담쟁이처럼 작고 미미해도 내게 어울리는 곳이면 된다. 내게 가장 어울리는 곳은 어디일까?

 

하나님께서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라고 물으셨다. 머물러야 할 위치를 벗어난 아담을 향해 꾸짖는 음성이다. 사람이 머물러야 할 곳은 어디일까? 타락 전 머물렀던 창조주의 품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나님의 품으로 우리를 돌이키시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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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27 [12:19]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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