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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길에서 만난 녹색 십자가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09/26 [19:20]

 

이웃 홍내 마을을 방문하여 잠시 도로 곁 인도를 따라 걸었다. 마을이 적으니 걷는 사람도 드문 탓인지 보도블록 틈새마다 파란 이끼가 촘촘하게 자라고 있다. 늘 보는 사람은 익숙하여 데면데면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처음 보는 사람의 눈에는 잘 띄기 마련이다.

 

어딜 가든 그 마을의 문화를 배우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해온 나이기 때문에 다른 동네를 가면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있다. 오늘은 마을길에 있는 녹색 이끼가 한눈에 쏙들어온다. 정해진 틀을 따라 깔아 놓은 보도블록 틈새를 따라 자라는 이끼라서 모습들이 어슷비슷하면서도 실답다.

▲ 보도블록에 만들어진 다양한 녹색십자가 참 아름답다.   © 공학섭


하지만 멈추고 찬찬히 살펴보니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다른 면들이 있다. 특히 나의 시선은 셀 수 없이 많은 녹색 십자가에 머문다. 내 눈에는 가로 세로가 겹치는 곳은 전부가 십자가다. 부엉이곳간처럼 이 세상 모든 십자가는 다 모여 있는 것 같다.

 

반듯한 십자가도 좋으나 약간의 곡선 십자가여서 더욱 좋다. 본래 곡선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우리의 뇌는 직선보다 곡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또한 곡선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빠르다. 빨간 십자가에 익숙해진 나이지만 녹색 십자가도 친근감이 간다. 

▲ 녹색에다 곡선의 십자가라서 한결 부드럽게 보인다   © 공학섭


자연과 친구가 된다고 해서 쌀 한 톨, 물 한 모금 나오는 일은 아니지만, 내 나름은 수천 년 된 고분을 발굴하는 진지한 심정이었다. 세월과 함께 이끼가 만들어 낸 여러 가지 형상들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먼 동네에 얻은 게 아니고 엎어지면 코 닿는 이웃 마을에서 발견한 것이어서 더욱 옹골차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보도블록의 이끼 속에서 다양한 십자가의 보물들을 발견해 내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며, 보람차지 않겠는가?

  © 공학섭


본디 십자가는 로마인들의 사형 도구다. 성경에 의하면 나무에 달려 죽는 것은 저주의 죽음이었다. 그러니 십자가에 죽은 예수님은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일이었고 헬라인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었다.

 

하지만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은 유대인이나 헬라인과 이 땅에 모든 사람들을 죄에서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다. 바울 형제는 이렇게 말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 받을 자에게는 미련하게 보이지만, 구원을 받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 된다.” 

▲ 십자가의 은혜가 우리의 가정과 영혼까지 미쳤으면 한다.  © 공학섭


십자가의 은혜가 페이스북 친구들의 삶과 가정과 영혼까지 미쳤으면 한다. 구원의 십자가로 보이지 않거든 그렇게 보일 때까지 더하기로 삼아도 된다. 사랑을 더하고, 친절도 더하고, 건강도 더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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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26 [19:20]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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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목사는 1982년 로마한인교회를 부임하여 지금까지 목회하고 있으며, 1993년 유럽목회연구원을 설립하여 선교사와 목회자들의 영적 재충전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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