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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그릇만큼 자라는 코이의 법칙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09/12 [08:54]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지는 고기다.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cm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cm까지 자라고, 강물에서는 1m 넘게 자란다. 코이는 성장 호르몬 분비를 물의 양, 깊이를 체크한 뒤 거기에 맞게 분비하여 자기 몸 크기를 조절한다.

 

코이 물고기만 아니라, 화초인 수련도 동일한 원리가 통했다. 작은 그릇에 있던 수련 한 포기를 뽑아 큰 그릇에 심었더니 불과 두 달 후 수련의 잎사귀의 크기도 거의 두 배가 되고 분량도 그릇만큼 확장되었다. 

▲ 수련을 큰 그릇에 심으니 잎사귀도 크고 그릇만큼 퍼뜨려졌다   © 공학섭


코이의 법칙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물고기가 노는 물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듯이 사람 역시 누구를 만나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능력과 꿈의 크기가 달라진다. 특히 어린 시절 가정에서 쌓았던 좋은 추억들이 일생을 두고 영향을 미치게 한다.

 

나는 다행이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구비되어 있었다. 내 집에는 책이 없었지만, 아는 지인의 서재를 내 것처럼 이용할 수 있었다. 또 누나로부터 책을 많이 읽으라는 얘길 딱 한 번 들었는데 그렇게 했다. 

▲ 그릇이 작으니 잎도 작고 그릇만큼만 퍼뜨려진다  © 공학섭


글을 쓰는 것은 읽기로부터 시작되는 일이다. 독서의 효력은 김첨지 감투처럼 쉬 사라지지 않는 재산이다. 원고청탁을 받을 때 심사숙고의 과정이 불필요했다. 마늘각시처럼 반반한 글은 아니지만 독서가 글의 밑절미가 된 것은 분명하다.

 

지금 내가 노는 물은 다양한 생물들이 꿈틀거리는 마을이다. 그렇다 보니 생태 감수성도 다른 이들보다 덜 무디고 사물들과의 너울가지도 한 발짝 정도 앞서 걸을 수 있었다. 자연을 소재로 글을 쓰는 것이 내겐 너무도 그늑한 일이 되었다.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꿈의 크기가 달라진다. 사람도 주변의 환경과 여건에 의해서 성장하기도 하고 위축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서로 보고 듣고 배우는 가운데서 사고의 영역이 넓어지며 도전정신도 배가가 된다. 

▲ 그릇만큼 자라는 수련  © 공학섭


그런데 문제는 모든 사람이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지 않다. 어떤 이는 어항 속에 살고 있어서 좀체 클 수가 없을 것 같은 이들이 있다. 그럴지라도 시들부들하지 마시라. 모세는 왕자로 있을 때보다 광야에서 양을 치는 중에 부름을 받았다. 요셉은 옥중에 갇혀 있을 때, 다윗은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의 위협 속에 있었다. 물로 치자면 최악의 흙탕물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절망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함께 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어둠 속에서 꿈과 비전을 주셨다. 바울은 로마에 가고 싶은 꿈이 죄수로 끌려가는 것으로 대체되었지만 오히려 왕들 앞에서 복음을 전할 기회로 삼았다. 뒤틀린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넓은 품에 머무르니 큰물에 노는 사람들이 될 수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나사렛에서 자라났고, 갈릴리에서 사역했다. 하지만 그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셨다. 제자들 역시도 갈릴리 어부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천하를 복음으로 휘두르는 자들로 살았다. 예수님은 우리를 향해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또한 그보다 큰일도 하리니라고 했다. 예수님을 믿는 자들은 큰물에서 노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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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12 [08:54]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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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목사는 1982년 로마한인교회를 부임하여 지금까지 목회하고 있으며, 1993년 유럽목회연구원을 설립하여 선교사와 목회자들의 영적 재충전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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