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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7.22 [21:36]
죄인인가, 생명인가?
<기독교 문학산책>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
 
김승옥
역설적(逆說的)인 작가 나다니엘 호손

미국이라는 나라는 3백여 년밖에 안 되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조국의 종교적 박해를 피하여 이민 가서 개척하기 시작한 것이 미국역사의 시작이다. 자연을 개간해야 하는 고통, 원주민인 인디언과의 투쟁,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하여 영국과 투쟁한 독립전쟁, 민주적 법치국가를 확립시키기 위한 남북전쟁 등으로 미국역사의 초창기는 문화를 창조할만한 여유가 없이 격동적인 시대를 겪어야만 했다. 19세기에 들어와서 사회가 안정되고 미국 독창적인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1804-1864)은 미국적 문학을 창출한 대표적 초창기 작가이다. 마치우리 나라의 춘원(春園) 이광수와 같은 작가인 셈이다. 호손의 개인적 환경이 유럽문화의 흉내가 아닌 미국 특유의 문학정신을 창출하는데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의 소지주였다가 미국으로 이민 온 그의 조상은 철저한 청교도로서 주 의회 하원의원이며 시민군 대장을 지냈고, 비폭력을 주장하며 병역을 기피하는 퀘이커 교도들을 박해하는데 앞장선 사람이었다. 그 다음 고조할아버지도 마녀사냥이라는 이단분자 처형 사건의 󰡐재판관으로서 무고한 사람들까지도 박해한 광신적인 청교도였다. 이러한 엄격한 청교도 가풍 속에서 호손은 오히려 무엇이 진정한 죄인가 하는 문제를 탐구하는 작가가 되었다. 조상들의 율법적 신앙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hathprne이라는 가문의 이름을 hawthorne으로 고치고 교회도 나가지 않고 소외되고 고립된 생활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생을 살았다.
  
그리고 문학작품을 통해서 뉴잉글랜드(초창기 청교도 거주지) 지방의 청교도 사회에서 변절돼 가는 종교와 인간의 참모습을 예리하게 통찰하며 그것을 낭만주의적 색채 속에 상징적 수법으로 표출했다. 조상들의 광신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기독교적 가치관을 추구하는 작가로 그를 만들어 갔던 것이다. 청교도가 세운 미국의 독특한 문화가 역설적인 과정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호손 문학의 대표적 소설이 바로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이다.


주홍글씨 줄거리

17세기, 청교도들이 유럽에서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으로 이민 오던 무렵, 어느 여름날 아침, 보스턴의 감옥 옆 잔디밭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여인들은 잠시 후 옥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낼 헤스터 프린의 불륜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고 남자들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헤스터는 2년 전에 암스테르담에서 이민 온 젊은 부인인데 남편은 나이 많은 학자라고 한다. 학문적 연구 때문에 남편은 나중에 오기로 하고 그 여자만 혼자 이곳에 왔다. 남편은 어쩌면 여행 중에 죽었다는 소문이 들려올 지경으로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고, 헤스터에게는 어떤 사건이 생기고 말았다. 어떤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딸을 낳은 것이다. 간음죄는 사형 받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남편의 행방이 모호하기 때문에 사형하지는 않고 시민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오늘 그 고백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옥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한 여인이 가슴에 아기를 안은 채 간수에게 떠밀려 있었다. 가슴에는 주홍글씨로 쓴 a(adultery:󰡐간음 표시)자를 붙이고 있다. 처형대 위에 올라서서 3식간 동안 불륜의 자초지종을 고백하고 반성해야 한다. 처형대 위에 선 헤스터의 눈에는 군중들 속에 어떤 인디언과 함께 서 있는 나이 든 남자의 모습이 선뜻 눈에 들어왔다. 남편인 것이다. 이 때 교구의 지도자 존 윌슨 목사와 헤스터를 담임하는 목사인 딤즈데일 목사 그리고 벨링엄 장관이 나타나 헤스터에게 불륜의 대상인 남자가 누구인지 고백하라고 추궁한다. 헤스터는 끝까지 고백하지 않는다.
  
율법적인 눈으로 보면 죄악의 상징인 아기를 품에 안고 죄인이라는 a를 가슴에 붙인 채 사회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헤스터에게는 자기가 사랑한 남자에게서 받은 사랑스러운 아기와 함께 살아간다는 생명의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불륜의 대상은 사실은 지금 자기를 추궁하고 있는 딤즈데일 목사였다. 그는 장래가 촉망되는 유능한 젊은 목사였다. 헤스터를 사랑하지만 그 여자는 유부녀이다. 자신은 순결한 청교도 사회의 성스러운 목사요, 정신적 지도자이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지 못하고 깊은 죄의식에 사로잡혀 지낼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존 윌슨 목사는 헤스터가 끝내 고백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죄에 대해 긴 설교를 하고 일정기간 동안 헤스터에게 구금생활을 마치게 한 후 석방한다고 판결했다. 감옥에 들어있는 동안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헤스터에게 의사가 방문했다. 그 의사는 남편이었다. 틸링워드라고 이름을 바꾸고 헤스터의 남편임을 감추고 있었다. 남편임을 드러내면 헤스터와 아기는 사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본색을 감추어야만 불륜의 상대방 남자를 찾아내 복수할 수 있다. 다른 남자와 만나 아기까지 가진 여자를 아내라고 할 수는 없다.

틸링워드는 오직 복수할 집념에 사로잡힌다. 구금기간이 끝나자 헤스터는 변두리 오두막에 정착하여 바느질로 생활한다. 검소하게 살며 다른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에 힘쓴다. 딸 펄은 영리한 소녀로 자란다. 펄이 일곱 살쯤 됐을 때는 헤스터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 졌다. 헤스터가 워낙 겸손하고 가난한 이들을 가족같이 돌보고 관대한 마음으로 살기 때문이다. 죄인의 형벌로서 가슴에 붙이고 다니는 a라는 글자는 더 이상 수치의 표시가 아니라 영광의 표시로 탈바꿈한 것 같았다.
  
남편이었던 틸링워드는 딤즈데일 목사의 주치의로 친분관계를 가지며 한 셋집에서 살게 되었다. 어느 날 목사에게서 그가 바로 복수의 대상임을 틸링워드는 눈치채게 된다. 그는 서서히 죽어 가는 독약을 목사에게 먹게 함으로써 복수하기 시작한다. 틸링워드의 복수를 알고 헤스터는 더 이상 목사에게 독약을 먹이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틸링워드는 자신을 악마로 만든 목사에게 복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목사에게 일러바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헤스터는 목사에게 틸링워드에 대해서 얘기하고, 또한 자기와의 관계로써 더 이상 죄의식으로 괴로워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목자로서 정진할 것만을 부탁한다. 헤스터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 목사는 오랜만에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맛본다. 선거 축하예배가 있던 날 딤즈데일 목사는 설교를 감동 있게 마치고 언젠가 헤스터가 서있던 그 처형대 위에 올라가 마침 시민들 속에 있는 헤스터와 펄을 불러 끌어안은 채 시민들에게 자신이 바로 펄의 아버지였음을 고백하고 숨을 거둔다.

틸링워드는 어떤 배의 의사로 항해를 떠나고 1년 후엔 그도 세상을 떠나 막대한 재산을 헤스터에게 남긴다. 헤스터와 펄은 그 마을을 떠났다가 어느 날 헤스터만 돌라와 목사의 무덤 옆에 묻힌다. 검은 바탕에 주홍글씨 a라는 묘비를 같이 세운 채.

율법을 지키며 스스로 죄 없다고 자칭하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 보다 “제가 죄인입니다.”고 하나님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세리나 창녀가 차라리 더 천국 가기가 쉽다던 예수님의 가르치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 앞에 내가 죄인임을 인식하는 것이 믿음의 시작이고 또한 겸손과 관용과 성실의 시작인 것이다. a자를 가슴에 붙이고 사는 삶, 율법이 아니라 생명의 질서를 따라 사는 사람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죄인인 것이다.

김승옥님은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성장하여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62년 단편「生命演習」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1965년 단편「서울 1964년 겨울」로 동인문학상을 수상, 1977년 단편「서울의 달빛 0章」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세종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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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9/09 [16:33]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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