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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23 [08:04]
성공한 사람도 자녀 때문에 힘들어 해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16)
 
신평식
일반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은 자녀 교육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학교수나 의사, 변호사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부모들은 당연히 공부를 잘했고, 또 좋은 대학을 나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녀들의 교육과 대화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부모들은 자녀양육이 힘들다고 말한다.

유명 대학에서 근무하는 P교수의 고민을 들어보자.


“우리 아이는 지금 고 3인데 어느 대학을 가야할지 답답하네.”


그 교수의 말인즉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교 성적이 상위권에 있었는데 고2를 지나면서 중위권, 하위권으로 떨어져 이제는 서울시내 대학은 물론 수도권 대학에도 들어가기 어려운 성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든지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다.

나는 유학은 극구 만류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장기간 외국여행이라면 모를까 유학이라는 명분으로 보내는 것은 아이를 망치는 일일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은 그 아이가 공부하는 것,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데 또 다시 공부하는 과정에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전개되자 나는 그 교수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그 아이하고 대화를 해봤다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을 거 아닌가?”

교수가 대답했다.


“나는 열 받아서 손이 먼저 올라가니까 대화를 못했고, 엄마한테는 ‘요리사’ 같은 거를 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참 나!”


P교수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알기로 이 친구의 자란 환경이나 성향으로 보아 아들과 고분고분하게 이야기를 나눌 성격이 아니다. 학창시절부터 상위권에서 경쟁을 즐기며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며 명성을 얻었기 때문에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면 다 된다’는 것이 이 친구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P 교수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왜 공부를 안 해? 머리도 좋고, 환경도 좋고, 지가 하고 싶은 거는 다 밀어주는데 왜 안하려고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어. … 아무래도 지 엄마를 닮았는지?”

“무슨 말이야? 엄마를 닮았다니?”

“엄마가 감상적이잖아? 의지도 약하고.”

“나는 아들이 요리사를 하겠다고 하면 지지해주고 지원해주면 좋을 거 같은데. 일은 안 하고 놀려고만 하면 모를까 하려고 하는 일이 있다면, 목표가 있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아니 자네까지 왜 이래? 내 자존심에 어디다가 내 아들이 주방에서 음식 만든다고 말하겠어? 난 그렇게는 못하겠네.”


이러한 사례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자녀가 원하는 공부를 하게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신이 걸어온 길이나, 자신이 얻지 못한 것을 얻도록 과도하게 밀어붙이는 경우들이다. P교수 부인은 지난 연말 모임 때 나와 이런 대화를 나눴었다.


“아이가 공부를 잘했는데, 사춘기를 지나면서 아빠처럼 직장에 매이고, 조직에 매여 늙어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 철이 들면서 아빠가 직장에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게 됐거든요. 대학에서 보직을 두고 다투는 일이나, 학내정치문제로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치열하게 다투며 살려면 나는 머리 써서 공부하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차라리 몸으로 일하면서 속편하게 살고 싶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요리사로 성공한 프로그램을 보고, 요리경연대회 같은 데를 갔다 오더니 요리사가 되겠다는 거예요.”

“요리는 잘합니까?”

“뭘 잘하겠어요? 아직 학생인데.”

“엄마가 부엌일을 시키기는 합니까?”

“시키지는 않지만 나도 밖에서 일을 하니까 아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먹기는 하지요.”

“엄마는 요리사가 된다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빠가 하도 완강하니까 말은 못하지만, 나는 나쁘지 않게 생각해요. 고생은 하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좋지요.”

“힘든 일인데 견뎌낼 수 있을까요? 수련기간도 그렇고 실제도 현장도 만만찮은 일인데?”

“건강하고, 좋아하는 일에는 집중력이 좋으니까 할 수는 있겠죠. 나중에 후회할까 염려는 되지만.”


나는 다음에 기회를 봐서 친구 P교수에게 ‘아들의 생각을 들어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조언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들의 경우는 아들이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이 제대로 대화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아버지들이 자녀들과의 대화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대개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완벽주의적인 고집이요, 둘째는 하면 된다는 식의 성취 지향적 성격이며, 셋째는 자기 주도적인 상대와의 공감능력 부족이다.

이들은 자신이 열심히 공부해 성공했기 때문에 그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누구나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자녀에게 그대로 적용하려한다. 또한 자신은 좋지 않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공부했으므로 모든 환경이 완전히 꾸며졌는데 왜 노력하지 않느냐고 공박한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공부만으로 성공하던 그런 세대가 이미 아니다. 성적으로 말하면 훨씬 더 치열하게 공부해도 우수한 성적을 내기 어려운 세대이며, 그 과정에서 자녀들의 상실감과 패배감은 상처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들과 마음을 열어 충분히 들어주는 대화를 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훈계하고 가르치려는 방식의 대화가 아닌, 그들의 생각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답이다.

남편은 일반 직장에 근무하고 있고, 자신은 고등학교 교사로 있는 어떤 학부모의 예이다.

서울에서는 부부가 직장에 다닌다 해도 치솟는 주거비와 고물가 때문에 경제적으로 넉넉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어머니를 남매를 키우면서 중학교 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가계부를 공개하고 자녀들의 의견을 물었다. 처음에는 별로 반응이 없다가 2년 정도가 지나면서 자신들의 과외비용이 전체 수입가운데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스스로 조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진로와 성적, 친구관계들까지 스스럼없이 엄마와 상의했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대부분 엄마가 다 알고 있다. 그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특별하게 대화의 방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스스로 부모를 걱정하고, 집안일을 염려해주는 상황이 되니까 너무 대견하잖아요?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대부분의 문제를 서로 공감하고 응원하죠. 그래서 요즘은 집안일이나, 제 직장에서의 어려운 일까지 자녀들과 상의하면서 제가 힘을 얻는 경우도 많아요.”


자녀들을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인식하면 대화에 성공할 수 없다. 아직 어리더라도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면서 그 생각이 자라가는 과정을 같이 밟아가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부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자녀들이 집안에서 부모들에게 존중받고 인정받는 것을 배우지 못하면 밖에서는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어렵다. 처음에는 누구나 자신의 견해나 주장이 서툴고 여리며,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에 거부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가정에서의 대화를 통해 그 여리며 서툰 가슴이 자신감과 작은 성취감을 얻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몫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니면 학교나 사회 그 어느 곳도 우리 자녀들의 여린 가슴을 보듬어 키워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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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8/13 [14:55]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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