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
교계뉴스문화/교육국제/NGO/언론파워인터뷰생활/건강오피니언연재정치/경제/사회한 줄 뉴스
전체기사보기
편집  2019.06.18 [18:03]
좋은 기자는 좋은 질문을 준비한다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14)
 
신평식
기자들의 질문은 흔히 ‘정곡’을 찌른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사건 관련자를 포토라인에 세우고 그 사람에게 묻는 질문은 예리하지만 참 공허하다.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어떤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다고 치자. 그 사람에게 우르르 몰려든 기자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회삿돈 100억 원을 횡령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회장의 경호원들은 카메라 기자들을 가로막고 TV 화면이 흔들린다. 회장이 차에 올라 눈을 지그시 감는 모습이 비치고 기자의 리포트가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는 뉴스에서 자주 보지만 이것은 대화를 위한 질문이 아니다.

흔히 기자들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 하지만, 내가 경험한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기자는 취재 계획이 나오면 그 사건과 배경, 현재 진행 과정 등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이 사건의 핵심은 무엇일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났을까?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될까? 같은 수많은 내적 질문을 통해 사건을 파악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그 사건과 관련된 어떤 사람을 취재해야 한다면 그 사람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를 연구한다.

신입기자들은 대부분 신방과를 전공했거나 관련된 공부를 한 친구들이다. 그러나 실제 취재현장에 나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수습기간을 막 마친 K기자가 상당히 명성이 있는 어떤 분을 취재하겠다고 해서 내가 그에게 물었다.

“인터뷰 준비는 잘 되었는가?”
“예.”

K기자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러나 초보 기자들은 대부분 의욕만 앞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덤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중요한 취재원과의 인터뷰였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질문지 좀 볼 수 있을까요?”

기자는 머뭇거리더니 질문이 적힌 취재수첩을 내게 건넸다. 나는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질문지에는 기자기 묻고 싶은 질문들이 차근차근 정리돼 있었다. 그러나 어떤 질문은 피상적이거나 다른 매체에 실린 내용들도 더러 보였다. 나는 다시 그에게 물었다.

“오늘 인터뷰에서 들어야 하는 핵심이 뭔가요?”

K기자는 멈칫 대답을 망설였다. 나는 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처음부터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면 그 분이 순순히 대답해줄까요? K기자 같으면 처음 보는 기자에게 그 핵심적인 내용을 순순히 말해 줄까요? 그리고 이미 기사화된 내용을 다시 물으면 우리 신문을 어떻게 볼까요? 뒷북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나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약간 책망하는 내용이었으므로 K기자는 내게 “어떻게 할까요?” 묻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터뷰를 하려면 첫째, 이미 기사화 된 모든 내용을 다 찾아 읽어라. 그의 이력을 살피고 저작물이 있다면 대략이라도 살펴라. 그리고 아직까지 말하지 않는 내용이 무엇인지 연구하라.

이것은 일반적인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상대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대화의 자리에 앉기 전 상대가 이미 말한 것, 상대가 관심 있어 하는 것, 상대의 구상 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은 예의다.

둘째, 대답하기 좋은 내용부터 질문하라. 처음부터 말하기 거북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형식적인 대답만 하고 넘어갈 수 있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결론만’ 들었으면 좋을 때가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이 만났을 때 진행하는 모든 대화는 상대가 대답할 수 있는 일, 대답하기 좋은 질문부터 하는 게 좋다.

셋째, 끝까지 듣고 긍정하면서 추가질문을 해라. 누구나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이 상대에 의해 끊긴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상한다. 그러면 더 이상 대화를 그만두고 싶다. 내가 상대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까운 시간을 더 이상 할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기자는 자기주장을 하면서 싸울 필요가 없다. 때문에 상대의 논리를 따라가며 그이 편에 서서 긍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의 진전된 생각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 하게 되는 추가 질문은 취재원의 신뢰를 얻고, 심도 깊은 내용을 얻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화에서도 상대와 다툴 필요가 없다면 상대로 하여금 더 말을 많이 하도록 소위 ‘장단을 맞춰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상대가 더 많은 내용을 털어놓으면서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이 곧 남을 대접하는 것이다
 
기자가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실제 취재원을 만났을 때의 상황은 항상 다르다. 기자들이 관심을 갖는 정도의 취재대상이라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나름대로 사람을 대하는 노하우와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어서 초보 기자는 주눅이 들기 쉽다. 그래서 어떤 매체에서는 기자들에게 상대를 거칠게 대하도록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자가 취재원에게 주눅이 들 필요도 없지만, ‘내 손에 당신의 목숨이 달렸다’는 식으로 오만하게 덤비는 것도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만일 상대가 기자에게 감추고 싶은 것이 있거나 만나는 것을 꺼린다면 기자는 두뇌 싸움을 해야 한다.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수많은 자료를 가져야 하고, 내용의 핵심을 분명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질문할 순서까지 짜맞춰가며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기자가 이용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모든 준비에도 불구하고 범죄사건의 취재라면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기자가 드러난 협의를 기정사실화하여 취재원을 공격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서는 좋은 내용을 얻을 수 없다. 끝까지 우호적 자세로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어떤 당사자가 있었다고 치자. 어떤 기사를 보면 재판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그를 판결하여 사회적으로 매장하는데 앞장선다. 그러나 이것은 좋은 기사가 아니다. 그는 아직 피의자일 뿐이어서 혐의를 받고 있으나 법정에서 소명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설령 유죄판결을 받아 감옥에 갇혔다 하더라도 그 범법자 한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고 비방할 권리가 기자에게는 없다.

기자는 벌어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를 같은 눈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기자가 가진 권력을 오용하여 오만한 자리에 서지 않는 길이다. 기자는 매체의 권력이나, 필력, 혹은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그 모든 상황을 관찰하고 바라보며 질문하고 기록하는 사람일 뿐이다. 만일 정의의 이름으로 어느 한편에 서서 상대를 죽이는 기사를 쓰게 된다면 이 기자는 이미 정치기자의 길로 가고 있다. 정치 기자는 자신이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여 객관적인 사실마저 무시하고 자기 생각에 옳은 대로 주장하며 선동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모든 사건은 세월이 지나야 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결국 기자가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 끊임없이 좋은 질문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질문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고, 방향과 심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상의 대화에서도 우리는 상대에게 내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질문할 것인지를 늘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야, 생산적이며 발전적인 대화를 이끌 수 있다. 예수님은 산상설교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 7:12).

남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질문하고 그로 하여금 더 충분히 말하게 하는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구글+
기사입력: 2013/07/19 [09:29]  최종편집: ⓒ newspower
 
관련기사목록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대화와 관심이 자살도 줄인다 신평식 2013/10/17/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의견이 충돌될 때 신평식 2013/10/01/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그곳에서도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 신평식 2013/08/30/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아부도 경쟁력이다? 신평식 2013/08/27/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감동을 느끼고, 그 감동을 전달하라 신평식 2013/08/16/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성공한 사람도 자녀 때문에 힘들어 해 신평식 2013/08/13/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묵비권을 행사하는 아들 신평식 2013/07/23/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좋은 기자는 좋은 질문을 준비한다 신평식 2013/07/19/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삼성, 폭언문화 바꿀 수 있을까 신평식 2013/07/09/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상대의 감정을 따라가라 신평식 2013/07/03/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정보공개사회의 역습 2 신평식 2013/06/26/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정보공개사회의 역습 1 신평식 2013/06/24/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마음에 간직할 말을 붙잡으라 신평식 2013/06/15/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열린 마음이 대화를 이끈다 신평식 2013/06/11/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우리 아이가 '우선관리대상’이라네요" 신평식 2013/06/10/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자살예보의 핵심은 ‘언어’다 신평식 2013/06/01/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비난 받을 수 있음을 알게 하라 신평식 2013/05/28/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갑을전쟁, 업신여김의 문제 신평식 2013/05/18/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엄마를 미친×이라고 부르는 아이 신평식 2013/05/10/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폭력 언어, 습관인가 선택인가 신평식 2013/05/01/
뉴스
연재소개
신평식의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
연재이미지1
대화와 관심이 자살도 줄인다
의견이 충돌될 때
그곳에서도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
아부도 경쟁력이다?
감동을 느끼고, 그 감동을 전달하라
성공한 사람도 자녀 때문에 힘들어 해
묵비권을 행사하는 아들
좋은 기자는 좋은 질문을 준비한다
삼성, 폭언문화 바꿀 수 있을까
상대의 감정을 따라가라
정보공개사회의 역습 2
정보공개사회의 역습 1
마음에 간직할 말을 붙잡으라
열린 마음이 대화를 이끈다
"우리 아이가 '우선관리대상’이라네요"
자살예보의 핵심은 ‘언어’다
비난 받을 수 있음을 알게 하라
갑을전쟁, 업신여김의 문제
엄마를 미친×이라고 부르는 아이
폭력 언어, 습관인가 선택인가
광고
인기기사 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개인정보취급방침회사소개후원 및 광고 만드는사람들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136-5) 본관 107호 TEL 02-391-4945~6| FAX 02-391-4947,
Copyright2003-2019뉴스파워. all right reserved. mail to newspower@newspower.co.kr 등록번호 서울 아 00122 등록일 2005.11.11 발행 및 편집인 김철영. 청소년보호책임자:김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