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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18 [04:02]
열린 마음이 대화를 이끈다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8)
 
신평식
내가 상당히 늦게 받아들인 말씀 중 가장 흥미로운 명제는 ‘자기 부인이란, 자기를 믿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자랐기 때문에 제법 많은 성경구절을 암송했다. 그 가운데 참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눅 9:23)는 말씀이었다. 이 평범하고 익숙한 말씀이 내게 어렵게 받아들여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는 아마도 모태신앙으로 나름 완벽하게(?) 교회생활을 한 이유였을 것이다. 항상 하나님을 믿고 섬기면서 늘 그분의 말씀을 따르며 그분 편에 서 있었다고 생각한 나는 ‘나를 부인한다’는 말씀의 뜻을 헤아리지 않은 것이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뜻과 나의 뜻, 혹은 나의 뜻과 하나님의 뜻은 항상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지한 태도였겠는가?
 
우리가 하나님을 신앙한다는 것은 나를 믿지 않고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다. 나의 의지와 나의 실력, 또는 판단과 능력에 기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일상생활에서 나를 부인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주장하고, 내 앞길을 열어가며, 내 판단대로 글을 쓰고 일을 추진해나가는 나는 별로 ‘내 생각의 오류’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제야 철이 들어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유를 갖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인터뷰는 상대에게 듣기 위한 것

사람들이 내게 당신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할 말이 궁하다. 젊었을 때는 잠깐 목회를 했고, 실제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는 십 수 년 동안 신문기자로 살면서 지금도 모 잡지에 글을 쓰고 있으니 글쟁이 혹은 기자라 해야 할 것이며, 실제로 지금은 근무처에서는 행정업무를 취급하고 있으니 행정가(?)라고 해야 할 것인가?
 
그러나 내 살아온 날에 있어 기자로 살았던 시절이 가장 많았으니 기자로 살면서 터득한 삶의 기술과 깨달은 지혜, 그리고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은혜가 가장 많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도 여전히 내 몸에는 기자로 살았던 시절의 사고방식과 습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기자를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기록하여 기사화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볼 때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그 질문하는 상대가 사람이든,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든 항상 그것에 의문을 갖고 질문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다면 그것이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일어났는지 정황을 살피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 머리에서 일단의 판단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 가면 그 일의 당사자들에게 일의 정황을 계속해서 묻는다.
 
특히 어떤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할 때는 더더욱 질문에 신경을 쓴다. 어떤 기자들은 미리 짜놓은 각본에 따라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불필요한 많은 질문을 하여 그 가운데 자기 입맛에 맞는 내용만으로 편집하여 당사자를 함정에 빠트리기도 하지만, 선량한 기자라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전문적인 생각을 듣기 위해 질문에 심혈을 기울인다. 질문이 좋아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 질문이 깊이 있는 대답 끌어내

그러므로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내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당신의 입으로 말해주시오.’ 하는 식의 태도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기자의 일이 아니라, 뭔가를 조사하는 사람들의 일이다. 그들은 그 대답을 근거로 논쟁하고, 말문을 막거나 다른 어떤 사실을 자백하게 하기위한 방법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기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근거해서 그 다음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질문해야 한다. 그래서 기자는 인터뷰 전 그 사람에 대해 그동안 기사화된 것들이나, 그가 쓴 글들을 미리 살펴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다른 내용을 얻어 새로운 기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인터뷰를 진행하면 상대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고, 긍정으로 화답하면서 할 수 있는 대로 그 사람이 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그때에는 기자의 생각이나, 의지, 관념과 주장은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의 더 깊이 있는 생각과 견해를 이끌어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인 사람들은 보통 대화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려고 한다. 내 생각을 상대에게 주지시키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말을 많이 하면서 강한 주장으로 상대에게 다가가면 상대는 내게 거부감을 보이며 아무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할 말을 다했으니 상대가 내 말에 따르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 착각이다.
 
이것은 우리가 기도할 때 내 생각을 말하고, 내 요구를 하나님께 아뢰지만 그것을 이루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므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묵상하고, 하나님의 뜻에 따른 응답을 기다려야하는 이치와 같다.
 
내가 그 많은 세월동안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나를 부인하고 내 십자가를 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 내 뜻(의지)과 다른 하나님의 뜻과 수많은 내 상대들의 뜻(의지)은 무시를 당했다는 말이다. 관계에서 이런 송구함과 미안함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현대는 모든 사람이 자기 좋을 대로 행한다. 이것을 자율(自律)적 인간이라고 부르는데, 곧 스스로 법이 되어 판단하므로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말이다. 그 자기주장은 외부의 어떤 압력에 의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부에서 생겨난 어떤 깨달음이나 각성 같은 보이지 않는 자극에 의해 바뀌거나 굳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렇게 스스로 수긍하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져보면 그것마저 속고 있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속고 있다는 것까지 속으면서 자기가 결정했다고 생각해 자기주장을 앞세운다. 그래서 기업들에서는 상품을 광고할 때 그 상품에 대한 직접광고 대신 회사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방식의 간접광고를 많이 한다. 이것은 소비자 스스로가 그 제품이 좋다고 직접 판단해 선택했다는 착각에 빠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자기 스스로 선택했으므로 당연히 그 제품에 대한 만족도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가진다.
 
우리의 대화도 그래야 한다. 자녀들에 대한 대화나, 전도와 같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있어서 어떤 성취해야 하는 목표를 정해두고 그것을 주입하여 굴복시키려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일단 그에게 자기 마음과 생각, 감정을 말하도록 질문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그와 소통하는 것이 바로 좋은 대화이다. 그래야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이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여지가 생긴다. 그 사람을 얻고,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열린 마음으로 질문하라. 그리고 상대가 말하는 것에 호응하고 경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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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6/11 [09:57]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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