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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6.27 [22:01]
폭력 언어, 습관인가 선택인가
<생명을 살리는 대화법>(1) 신평식 박사(문인, 전 언론인)
 
신평식
한국사회에서 거친 언어 즉 욕설의 사용을 보는 시각은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그 하나는 당연히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관대하게 수용하는 입장이다.
 
과거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군대가 얼마나 심각하게 거친 욕설을 담고 있는 폭력언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잘 안다. 신병교육대에서부터 자대 배치 이후에도 교관들을 비롯한 선임자들의 언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욕설로 엮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는 각급학교 학생들의 언어생활이 거친 욕설로 가득 차있어서 교육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거친 언어는 그것이 인간의 감정 깊숙이 파고들어 폐부를 헤집고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심각한 폭력행위이다. 최근 몇 년간 자살한 연예인들 가운데는 상당수가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달린 악풀(악의적인 리플) 때문에 자살을 결심했다. 또한 대구에서 일어난 모 중학교 학생의 자살도 또래 친구들로부터 받은 언어폭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자살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해도 언어폭력을 당한 사람들은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의식 속에 욕쟁이 할머니로 기억되는 ‘맛집 할매’들의 거친 입담은 그것이 거친 욕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주거나하는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정겨운 느낌을 준다. 물론 맛집 할머니들의 욕설은 그것이 ‘나’를 향해 적대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나, 말하는 그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감정도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욕설’에 대한 관대한 정서가 우리 가운데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보통의 사람이 표현하는 거친 말, 즉 욕설이나 폭력적 언어는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그 인간성을 말살하는 결과를 빚기 때문에 우리사회 전반의 안전과 행복한 사회를 위해 분명히 사라져야 할 일이다.

악담이 유발한 폭력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B군의 이야기다. B군은 지방에서 학기 초에 맞춰 서울로 전학을 왔다. B군의 부모들은 그의 학교 적응을 위해 각별히 고민한 끝에 1학기 개학 전에 일정을 조절하였다. B군은 학교 성적도 좋고, 교우관계도 원만했기 때문에 부모들은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여 동안 B군의 어머니는 B군에게 적응은 잘 하고 있는지, 새로 사귄 친구들은 있는지 꼼꼼히 물으면서 아들의 적응을 도왔다. 덕분에 B군은 표정도 밝고 이야기도 잘 했다.
 
그러나 그러한 평안은 4월이 되면서 달라졌다. 어머니는 ‘이제 아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일 때문에 대화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 ‘별 이야기가 없으면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으로 지내는 사이 담임선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B군이 학교에서 다른 아이를 때렸으니 학폭위(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전학와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학폭(학교폭력배)이 된 것 같았다. 어머니는 놀란 가슴을 억누르며 학폭위에 참석했다.
 
학폭위에는 피해자의 부모도 와 있었다. 담임교사와 학생부장 등 학교 당국자들은 말을 아꼈다. 파출소에서 나온 경찰관은 이렇게 말했다.
 
“두 분이 잘 합의하십시오.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이런 저런 일이 많습니다. 남자애들이니 잘 합의보고, 서로 화해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피해자측 어머니가 말했다.
 
“아니요. 우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내 아들,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폭력배와 같이 학교에 다닙니까?”
 
B군의 어머니는 할 말이 없었다. 아들이 폭력배라니 죄지은 심정으로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측에서 강하게 나오자 위원회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학폭위를 마친 B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학교 밖으로 나갔다. 남편과 퇴근 후에 밖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B군의 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전,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들의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폭력을 쓰는 아들이 아니거든요.”
 
나는 B군의 어머니가 신중하다고 생각했다. 아들 편에 서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아들의 마음을 살피려는 태도가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들에게는 잘 하셨네요. 그냥 나무라거나 하면 좋은 대응이 아니지요. 그럼, 아버지께는 어떻게 하셧습니까?”
 
“모처럼 아들에게 고기를 사주더니, ‘잘했다’고 했어요. ‘네가 참지 못하고 주먹질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남자가 그럴 수도 있다. 살다보면 모욕을 당하고 수치를 당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참아야 한다. 세상은 모두 다 나를 좋아해주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의 세계는 그렇게 부딪치면서 친구도 되고 적이 되기도 하면서 사는 거다.’라고 하더라구요. 나는 가슴이 덜컹 했습니다. 학교에서 잘릴 판인데 아들에게 잘했다고 하니. 그리고 그게 무슨 격려라고하면서.”
 
“그래서, 아들의 반응은 어땠는데요?”
 
“아빠가 그렇게 나오니 얼굴을 펴고 밥을 먹었죠.”
 
“그러고는 끝인가요?”
 
“아빠는 학교 얘기는 더 이상 하지도 않고 아들놈에게 이런 저런 농담을 했어요. 마치 왜 아들이 화가 났는지 다 아는 눈치더라니깐요, 부자지간에 어찌나 죽이 잘 맞든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니의 얼굴도 밝아졌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거 같아요?”
 
“아들의 이야기로는 피해자 학생은 학급에서 나름 짱인데, 그동안 계속해서 우리 아들을 괴롭혔다고 하더라구요. 서로 주먹질을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이들을 시켜서 가방을 뒤진다거나, 심하게 모욕적인 말을 한다거나 하는 일이 많았다네요.”
 
“모욕적인 말이라면?”
 
“우리 아이가 촌에서 와서 사투리를 쓰는데, 그 사투리 흉내를 낸다거나 말투로 말꼬리를 잡으며 놀렸다고 해요. 그러다가 그날은 사투리로 말꼬리를 잡아 ‘니네 아빠도 조폭이지? 양아치.’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먹으로 피해자 명치를 때린 것이 그렇게 됐답니다.”
 
“그래서 서로 때리고 싸웠나요?”
 
“아니요. 그냥 한번 때렸는데, 숨을 못 쉬고 넘어지는 바람에 어떤 학생이 119에 전화를 해 앰블란스가 왔다가 그냥 돌아가고. 학생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억울한 것은 학교에서 그 피해자 학생이 놀리고 그동안 폭언을 한 것은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고, 우리 아이와 ‘그냥’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폭력을 휘둘렀다는 거예요. 그게 말이나 되나요?”
 
어머니는 내게 동의를 구하며 말했다.
 
“학교야 그렇겠죠. 결과만 가지고 말하니까. 그리고 말로 하는 것에는 신경도 안 쓰겠죠. 처벌할 근거도 없고. 요즘 학교 생태계가 그렇게 어렵답니다.”
 
내가 ‘학교 생태계’라는 말을 쓴 것은 요즘 학생들이 처한 환경과 결부시켜 하는 말이었다. 학교, 또는 학급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함께 생활한다. 그곳은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서로 사이좋게 친구로 지내는 아이들이 편안하게 지내는 데가 아니라, 서로 경쟁하고, 겨루면서 나름의 질서를 잡아가는 환경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성적순으로 1등에서 꼴등도 있지만, 완력으로 1등도 있고, 그가 만일 폭군이라면 그 밑에 눈치를 살피며 줄을 서야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서로 뭉개고 짓밟으면서 서로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것이다. 그것이 학교라는 사회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생존의 방법을 배우고, 세상에 나가서도 자기가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그래서 아이들을 그곳의 생태계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B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B군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학교에서 처벌을 받겠지만, 학급 아이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B군 아버지의 대응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아버지는 아들에게 믿음을 주고 아들로 하여금 그 안에서 인내하고 이겨내야 하는 법을 익히도록 등을 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 피해 학생은 많이 다쳤나요?”
 
“아니요, 병원에도 갔는데, 2주 진단서를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2주면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닌데, 아버지는 뭐라고 하던가요?”
 
“학교 가면, 피해자 부모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만일 학교에서 전학이라던가 그런 거를 요구하면 동의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들에게는 걱정하지 말고 처벌을 당하더라도 참으라고 했고. 그러면서 다른 친구들하고 잘 지내라며 용돈도 주던데요.”
 
“아버지가 세상사는 법을 아시는 분이시네요.”
 
“뭐라구요? 나는 불안해 죽겠는데.”
 
“폭력을 휘둘렀으니 처벌을 받아야지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B군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사투리 때문에 무시받는 것도 참아야 하고, 새로 친구들도 사귀어야 하고, 성적도 따라가야 하니 상당히 어렵겠지만. 아빠가 그렇게 든든하게 아들 편을 들어주시니 잘 될 거 같습니다. 학폭위에 가시면 피해 학생이 B군을 언어로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을 잘 말씀 하십시오. 위원들이 듣든지 말든지 충분하게 말씀을 하시고 아들 편에 서서 대응하십시오. 이번 일이 지나면 B군이 훌쩍 성장할 것입니다.”
 
B군 어머니는 뭔가를 다짐하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1년 후 B군은 자신이 쓰는 사투리로 하는 욕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여럿 사귀었고, 나름 좋은 성적을 내면서 학교생활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습관적으로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

우리는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사상과 감정을 교환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우리가 거친 말, 예를 들어 저속한 욕설이나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말은 곧 내 마음의 생각과 감정이 고르지 못하거나 거칠다는 말이다.

이러한 연유로 이철우 선생은 EBS와 함께 학생들의 언어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마친 후 학생들의 언어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소년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4명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4시간 동안 나눈 대화 속에서 욕설은 평균 194.3회가 등장했다고 한다. 시간당 48.3회, 대략 75초에 한 번씩 욕을 한 셈이다. 이들은 싸움을 하지 않았지만 그저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에서 거친 언어를 사용한 것이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상대방을 비하하는 욕설과 친숙해지는데,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65.98점으로 OECD 23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으며,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스페인의 113.6점보다 47점 정도가 낮고, OECD 평균보다도 34점이나 모자란 수치였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권인 일본과 중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행복도는 크게 낮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은 욕설을 특히 많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학생들의 행복도를 높여줄 수 있도록 삶의 질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학생들이 그 처한 생활환경에서 습관적으로 익숙해진 언어생활이라는 말이다. 그러기에 단순히 말하는 습관만을 고친다고 욕설을 비롯한 언어폭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폭력언어도 선택이다

일반적으로 폭력언어는 말하는 사람이 그 속에서 일어나는 화(분노)의 표출이라고 봐야 한다. 말이 빨라지고, 감정이 거칠어지면서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표현을 찾아낸 것이 바로 적나라한 욕설이고, 상대의 심장을 헤집는 폭력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모든 것이 그냥 입으로 나오는 것이며, 화를 내는 것도 습관일 뿐일까? <행복도 선택이다>를 펴낸 아주대 이민규 교수는 우리가 화를 내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울하고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진다면 그건 우리가 슬퍼하고 분노하고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생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날씨는 선택할 수 없지만 옷을 입을지 벗을지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화가 나는 일을 당해서도 맞부딪쳐 화를 낼지 휘파람을 불며 흘려보낼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남이 욕했을 때 화를 낼지 말지, 지금 낼지 1분 후에 낼지, 말로 할지 이메일로 할지 모두 다 선택하는 거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선택하면 된다.”
 
이러한 주장은 논리적으로는 분명 맞는 일이지만 실제 우리의 생활에서는 긍정하기 쉽지 않는 면이 있다.
 
우리 스스로가 평안하고 싶지만, 처한 환경이 거친 광야와 전쟁터 같은 곳이라면 그곳에서 평정을 유지하며 내가 화를 낼 것인지 말 것인지, 아니면 욕설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 일에 대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이다.
 
이러한 우리네 입장에 대해 성경은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도망하는 일이 겨울에나 안식일에 되지 않도록 기도하라”(마24:20). 이것은 환난의 때가 오는데 그 일이 가장 피난이 어려운 겨울이나, 종교적으로 움직이는데 제약이 있는 안식일이 아니기를 바라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떠한 상황 즉 육체적으로 위협을 받고, 심리적으로 공황상태에 놓인다면 상대를 향해 젊잖게 고상한 말을 할 수 없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설과 폭력언어는 선택이다. 과거의 습성을 핑계하든 아니면 자신이 처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핑계하든 입으로 말하는 이상 그것은 언어로 선택하는 살인행위이다.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라가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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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5/01 [12:17]  최종편집: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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