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으로부터 풀려나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석방자 19명이 마침내 가족들과 상봉했다.
봉사활동을 위해 한국에서 아프간으로 떠난지 51일, 피랍된 지 45일 만이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석방자들과 가족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아침 8시쯤 석방자들은 건강검진을 위해 경기도 샘안양병원에 도착한 뒤 가족들과 감격적인 해후를 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냐는 듯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얼굴만 어루만지던 가족들은 이제는 다시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김윤영씨 남편 류행식씨는 "엄마가 돌아오자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엄마 품에 계속 안겨있다가 잠깐 떨어져있는데 그새 또 보고싶다고 그런다"며 감격해 했다.
자식 걱정에 잠 못 들었을 부모님에게 여성 석방자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했고 딸을 안은 어머니는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이들의 야윈 어깨를 두드렸다.
건강한 모습으로 떠났던 석방자들이 눈에 띠게 수척해진 걸 보니 가족들의 마음은 찢어지는 모습이었다.
유정하씨 어머니 곽옥강씨는 "아이가 너무 달라졌다"며 "몸이 지치고 마음이 불안하다보니 말을 길게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눈물 흘리면서 위로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눈물을 삼켰다.가족들과 상봉을 마친 19명의 석방자들은 병원 3층에 마련된 입원실로 옮겨졌으며 이날 중 혈액 검사 등 간단한 건강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샘 병원 차승균 원장은 "석방자들이 혈액검사와 방사능 검사 등 기본적인 검진을 받을 예정"이라며 "내일부터는 산부인과와 내과, 피부과 등에서 본격적으로 정밀 검진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석방자 가족들도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힘을 모아 준 정부 등 관련 기관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석방된 피랍자 19명이 1일 오후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를 출발해 2일 오전 6시 34분 드디어 고국 땅을 밟았다.
임현주씨 등 19명의 석방자들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가족 대표들과 시민들은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큰 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살아 돌아온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석방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긴장감이 흘렀지만 임씨 등 19명은 모두 건강해보였다.
가족 대표들과 상봉을 마친 석방자들은 간단한 입국절차를 거친 뒤 평상복에 슬리퍼 차림 등으로 'a'입국장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우선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석방자 대표로 나선 유경식(55)씨는 "아프간에 봉사하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피랍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정부에 부담이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씨는 이어 "저희가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과 염려해주신 국민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또 국정원의 김만복 원장과 외교부 박인국 외교정책실장, 국방부 전인범 준장을 거명하며 "이들의 신중하고도 목숨을 건 구출작전이 아니었다면 저희 봉사팀 모두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국민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석방자들의 뜻을 전했다.
유씨 등 석방자들은 특히 "함께 돌아오지 못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형제의 유족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석방자들은 또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소상하게 밝혀야 하겠지만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주면 국민 여러분께 모든 것을 소상하게 밝힐 것"이라고 부탁했다.
한편 이날 인천공항에는 석방자들의 입국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석방자들이 샘 안양병원으로 가려 인천공항을 빠져나가는 순간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한 남성이 이들을 향해 계란을 던진 것. 경찰은 이 남성을 붙잡아 계란을 던진 이유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뉴스파워 제휴사 cbs사회부 조기호 기자 / 윤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