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공학섭 목사의 생태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공학섭 생태칼럼] 별사탕을 닮은 고마리꽃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4/08/27 [16:08]

 

고마리는 꽃이 무척 아름답다. 분홍색과 하얀색이 섞인 꽃으로 별사탕을 닮았다. 작은 꽃이 열 개 스무 개 모여서 하나의 꽃처럼 보인다. 꽃 몇 개로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벌들을 불러 모을 수 없다. 많은 꽃이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지혜다.

 

  © 공학섭


고마리는 오염된 하천에서도 잘 자란다. 고마리는 몸의 서너 배나 되는 뿌리를 갖고 있다. 물속으로 뻗은 무성한 뿌리를 이용해서 생활하수나 온갖 더러운 물을 정화한다. 공교롭게도 고마리꽃의 꽃말은 <꿀의 원천>이다. 고마리는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 곤충들에게 꿀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밀원식물이다. 더러운 물을 정화하면서 깨끗한 꿀을 생산한다.

 

고마리의 꽃은 지상에만 아니라 땅속에도 있다그러면 수분을 위해 땅속까지 찾아오는 벌레가 있기나 할까? 걱정할 것 없다. 땅속의 꽃은 자신의 꽃가루로 가루받이를 한다. 스스로 하는 가루받이를 하는 꽃을 폐쇄화(閉鎖花)라고 한다.

 

  © 공학섭


대신 땅속에 있는 씨는 멀리 가지 않는다. 고마리는 일년생이기 때문에 부모는 씨앗을 남기고 그해에 시들어 죽는다. 부모가 죽은 자리에서 그 뒤를 잇는 것이 이 씨앗이다. 흙 속에서 생긴 씨앗은 멀리 가기보다 부모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분신처럼 자란다.

 

한편, 땅 위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고마리는 부모와 다른 씨가 섞여 있어 부모와 다른 유전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 부모가 가진 능력이 결여되어 있을 수 있다. 부모와 같은 환경이더라도 성공할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부모 곁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편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 공학섭

 

그럼, 발이 없는 씨가 어떻게 신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고마리 줄기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있다. 이 가시로 큰 동물에 붙거나 사람의 옷에 얽혀들어 활동 범위를 넓혀 간다. 그것이 전부 다가 아니다.

 

고마리 씨를 좋아하는 물새의 배에 들어가 새로운 세상을 찾아간다. 고마리 씨앗은 견고하여 소화되지 않은 채 똥과 함께 물새의 몸 밖으로 나온다. 똥으로 뒤범벅이 된 이 작은 모험가는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 도착하여 뿌리를 내린다.

 

  © 공학섭


고마리가 자기를 닮은 씨앗을 땅속에 두는 것은 사랑이 지나쳐서도 아니고, 땅 위에서 열리는 씨앗을 멀리 보내는 것도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고마리도 나름의 깊은 이유가 있고, 사랑의 표현 방법이 다를 뿐이다.

 

고마리 생명의 전략에서 자식 사랑의 법을 배운다. 표현의 방법은 조금씩 다르나 자식을 향한 사랑은 동일하다. 하늘의 아버지의 사랑은 더욱 그렇다. 내게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든지 하나님 사랑의 크기와 넓이를 헤아릴 수 없다. 죄인과 원수에게까지 미치는 사랑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4/08/27 [16:08]   ⓒ newspower
 
광고
인기기사 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