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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갈대숲엔 게들이 살고 있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4/08/02 [18:52]

 

비가 개인 후 갯벌에서 놀던 게들이 갈대로 올라온다. 갈대의 높이는 2m 전후다. 게가 2cm라면 신장의 100배 높이 되는 곳에 올라온 셈이다. 사람으로 치면 롯데월드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과 같다. 아무런 보조물도 없이 맨발로 올랐다.

 

게들도 귀가 있어서 발자국 소리가 나면 잽싸게 갈대숲으로 몸을 숨긴다.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굴러 떨어져도 부상을 입은 게들은 없다. 배짱이 두둑한 몇 놈들은 여전히 갈대에 매달려 있다. 태평하게 포즈를 취해준 덕분에 몇 컷을 카메라에 담았다.

 

  © 공학섭


게들이 갈대에 오르는 이유는 밑바닥보다는 습도조절을 하는데 더 나은 환경이어서 그렇고, 번식기엔 짝짓기 상대를 찾기 위한 몸짓이기도 하고,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비온 후라면 습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게들은 갯벌 속 미생물과 생물들의 사체를 먹으며, 갈대 잎사귀도 섭취한다. 게들이 배설한 똥은 갯벌 속 미생물들의 먹이가 된다. 갯벌 속은 보이지 않지만 생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 공학섭


갈대숲에는 게들만 사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새들이 갈대숲을 서식지로 삼고 있으며, 특히 개개비들의 전용 놀이터와 둥지 터전이 된다. 갈대숲은 나무숲 못지않게 많은 생물들의 거처다.

 

갈대는 온종일 바람에 춤추며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생물들의 서식처와 은신처 역할을 하고 있다. 갈대밭은 밤낮 생명의 향연이 펼쳐지며, 셀 수 없는 생명들이 꼼지락거린다.

 

  © 공학섭


탐방객들은 재미삼아 게를 포획하는데,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사람들에게는 놀이처럼 보이지만, 게들에게는 침입자의 공격으로 인식되어 공포를 느낀다. 포획된 경험이 있는 게들은 트라우마를 겪는다.

 

순천만 갈대숲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수많은 생물들이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그들의 땅이다. 사람들은 생물들이 주인인 영토를 방문하는 것이므로, 방문자의 예절이 필요하다.

 

  © 공학섭


탐방을 계획하고 있다면, 게들의 생태에 대한 사전 정보를 익히는 것이 좋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게들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만 있어도 갈대숲 탐방은 매우 흥미로워질 것이다. 구경꾼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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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02 [18:52]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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