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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갯벌, 게들의 영토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4/07/07 [07:06]

 

마을 갯벌에 나가보았다. 한낮의 시간이어도 구름이 끼고 바람이 살랑거리니 갯벌 친구들 짱뚱어, 농게, 칠게 등이 놀멍 쉬멍 중이다. 요란한 전쟁을 벌여놓고 싸우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평화롭게 흥겨운 향연을 벌이고 있다.

 

발소리를 듣고 순식간에 줄행랑을 친다. 게들은 자기 집 부근에서 놀다가 외부 세력이 접근하면 일단 집으로 몸을 숨긴다. 그들은 다급해도 남의 집으로 들어가는 법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농게 한 마리가 실수로 자기 몸집보다 작은 동료 집에 들어갔는지 발을 밖에 내놓은 채 몸만 숨겼다.

 

  © 공학섭


갯벌은 숨 쉬는 생명의 땅이다. 갯벌의 품은 어찌나 넓고 큰지 셀 수 없는 생명체들이 거처로 삼는다. 장어, 대갱이, 갯지렁이, 고동, 꼬막, 바지락 등이 쉴 새 없이 꼼지락거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은 더더욱 많다.

 

갯벌은 소중하다. 어류의 생산, 오염 정화의 역할, 홍수조절과 태풍 완화, 생태적 기능, 심미적인 가치가 더해진다. 서울의 강남땅은 없어도 세상은 굴러가지만, 갯벌이 없으면 수많은 생명체들의 호흡은 정지되고 말 것이다. 육지에서 사는 생명체들까지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다.

 

  © 공학섭


이렇게 소중한 갯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유럽에서는 갯벌의 소중성을 깨닫고 복원하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는 갯벌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 갯벌을 메우고 있다. 새만금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눈앞에 있는 개발이익만 보았지. 갯벌의 궁극적인 가치를 소홀히 여기고 있다.

 

갯벌은 본래 사람에게 준 땅이 아니라, 갯벌에 사는 게들과 짱뚱어들의 몫으로 하늘이 내려준 땅이다. 그들의 영토를 사람이 점거하는 것은 침략이다. 일본이 우리나라 영토를 침략할 때 나쁜 나라라고 욕하듯이 짱뚱어와 게들이 인간을 향해서 그러할 것이다.

 

  © 공학섭


게들은 자기들 살 집 외에는 두 채의 집을 갖지 않는다. 갯벌에 집을 만들기 위해 구멍을 뚫는 일마저 훼손이 아니라 갯벌에 산소를 공급하여 건강하게 해준다. 건강해진 갯벌은 그들에게 더 많은 먹을거리를 내어준다.

 

사람은 갯벌에서 나오는 이익은 취하면서 갯벌을 위하여 아무것도 내어주는 것이 없다. 훼손과 오염만 시킬 뿐이다. 갯벌은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훼손만 하지 않으면 자기 몫을 다하고 인간에게 많은 것들을 내어줄 것이다.

 

  © 공학섭


우리 마을에 와서 갯벌 체험을 할 때 생명체들을 구경거리로 삼지 말고, 하나님이 지으신 소중한 생명으로 여겨주길 부탁한다. 게들의 영토에 잠시 방문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갈대숲이나 갯벌에서 만나는 생명들을 행해 무례하지 않아야 한다. 따뜻한 시선과 부드러운 말로 응대함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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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07 [07:06]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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