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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단순한 삶에 대해 부들이 답한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4/07/01 [09:24]

부들은 열매가 특이하여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치 핫도그, 아이스 캔디, 소시지를 연상케 한다. 먹을 것을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곳에서는 여우의 촛불이라 부르기도 한다. 동화에라도 나올 듯한 멋진 이름인데, 실제로 부들 이삭에 알코올이나 석유를 적셔 불을 붙이면 마치 촛불처럼 예쁜 불꽃이 생긴다.

 

독특한 모양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부들의 열매는 실은 부들의 암꽃이다. 자세히 보면 부들 열매는 작은 꽃들의 결합체다. 열매 위로 튀어나온 꼬챙이와 같은 부분은 수꽃이다. 수꽃이 꼭대기에 있는 것은 멀리 날아가기 위함이다.

 

  © 공학섭


부들은 자가 수정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수꽃과 암꽃이 너무 가깝다. 수술과 암술이 위아래에 있으니,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묻기 쉽다. 이를 피하고자 수꽃이 먼저 피고 진 다음 암꽃이 핀다. 시간차 전략을 쓰는 것이다.

 

부들 씨앗의 아래에는 이삭 털이라 부르는 흰 털이 붙어 있다. 때가 되면 이삭 안으로부터 부들 씨앗이 솟아오르듯 나타나 흰색의 이삭 털을 이용하여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간다. 열매 하나에 씨앗은 몇 개나 될까? 놀랍게도 대략 35만 개의 씨앗이 들어 있다.

 

  © 공학섭


작은 열매 속에 35만 개의 생명이 담겨 있다니 놀랍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도시 인구에 해당하는 숫자다. 하나의 열매 속에 여러 개의 꽃이 하나로 뭉쳐 있기에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수의 씨를 맺을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번식력을 뽐내고 있다.

 

아무튼 열매 하나에 35만 개의 꽃이 모여 피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부들은 다른 것은 일절 생략하고 수술과 암술만의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졌다. 오밀조밀한 공간에 35만이 모여 산다. 불필요한 겉치레 공간은 바늘 끝만큼도 없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공학섭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단순한 삶을 요구하셨다. “배낭이나 두 벌의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예수님은 온 우주가 자신의 것이지만 머리 둘 것이 없어 노숙자의 삶을 사셨다. 예루살렘 들어가실 때에도 나귀를 빌렸고, 만찬 장소도 빌렸고, 죽을 때 무덤까지 빌리셨다. 자신은 가난한 삶을 사시면서 우리를 위하여 화려한 천국 집을 마련해 주셨다.

 

지구는 하나뿐이다. 80억 인류의 설 자리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 부들의 단순한 삶에서 우리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함의 가치를 배웠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도 단순해질 때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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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01 [09:24]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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