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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인동초 꽃이 피었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4/06/27 [09:13]

 

정원 한구석에 인동초가 피어났다. 씨앗을 뿌리거나 줄기를 심은 적이 없는데 덩굴이 생기고 예쁜 꽃까지 피워냈다. 아마도 바람에 씨가 날려 오거나 새들이 옮겨다 놓았을 것이다. 들꽃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씨가 퍼트려진다.

 

지난해 이맘때 이웃집 울타리에 인동초가 피어 있는 것을 보고 향기를 맡으면서 중얼거렸다. “우리 교회 울타리 한구석에도 인동초가 자라고 있는 것 아닐까 한번 살펴봐야겠다.”라고 말이다. 깜박 잊고 살았는데 정확하게 한해를 지난 후 인동덩굴과 꽃을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 공학섭

 

인동덩굴의 꽃을 보면 저절로 생각나는 분이 있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알려진 김대중 대통령이다.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독재자들과 싸우면서 옥살이했고,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고, 납치되어 죽을 뻔한 일도 겪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가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다. 그분의 생애가 인동초를 닮았다.

 

인동덩굴은 강하기로 이름이 나 있다. 겨울을 견뎌내는 힘만이 아니라, 숲에 여러 가지 식물들 사이에서 엉켜있으면서도 뿌리를 내리고 왕성하게 번식을 한다. 줄기식물이어서 주변의 듬직한 나무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 공학섭


인동초꽃은 처음엔 하얗다가 차츰 노랗게 변한다. 그래서 금은화(金銀花)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동초 꽃은 벌들이 즐겨 찾는 밀원식물이기도 하지만, 밤에 달콤한 향기를 내뿜어 야행성 나방을 꼬여내어 수정하기도 한다. 2세를 얻기 위한 완벽한 시스템을 구동하는 것이다.

 

교회 정원에 또 하나의 들꽃이 추가 되었다. 한동안 마삭줄 꽃향기가 진동하더니 이제 인동초가 피어나 향기를 발하니 야생화의 맥이 이어지고 향기가 마를 새가 없다. 조금 지나면 3년 전부터 해마다 땅에서 갑자기 솟아난 듯이 피는 상사화가 다음 차례일 것 같다.

 

  © 공학섭


그렇다고 저절로 나오는 꽃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간 작은 맨드라미와 백일홍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하얀 꽃을 심었다. 지난겨울부터 지금까지 무려 7개월 동안 꽃을 피워내던 팬지를 뽑아낸 자리에 심었다. 덕분에 1년 내내 꽃이 마르지 않는 정원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처럼 더운 날에 겨울을 견뎌낸 인동초 얘길 하려니 어색하지만, 인고의 삶을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그리스도인은 필연적으로 고난을 견뎌내야 한다. 예수님께서 우리보다 먼저 고난의 길을 걸으셨다. 십자가에서 고난과 죽음이 없이는 우리를 죄에서 구원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고 하나님의 보좌우편에 앉으시는 영광을 얻으셨다. 신자들이 고난의 길을 걷지만, 고난과 비교할 수 없는 영광이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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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27 [09:13]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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