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초라도 부르는 개구리밥은 물이 고여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이름 그대로 물 위에 떠서 살고 있다. 잎이 하나나 두 장이 떠 있고, 뒤집어 보면 잎 뒤로부터 뿌리가 나와 있음을 볼 수 있다. 잎에 뿌리가 달린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씨앗을 만드는 고등식물 중에서는 가장 크기가 작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풀이다. 하지만 아직 판단을 내리기엔 이르다. 보기와는 달리 개구리밥은 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잎이 아닌 줄기다. 줄기는 잎 양쪽 기능을 겸하는 기관을 만들어 냈다. 식물학에서는 이를 엽상체(葉狀體)라고 한다.
엽상체 속에는 공기를 담을 수 있는 공기 방이 있다. 개구리밥이 물에 뜰 수 있음은, 이 공기 방이 튜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뜰 수 있다고 해도 이런 작은 크기로는 작은 물결에 뒤집힐 수 있다. 그래서 개구리밥은 엽상체 뒤로 길게 뻗은 뿌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개구리밥은 물 위에 있기 때문에 물을 찾을 필요가 없다. 떠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잎사귀를 많이 만들 필요가 없다. 물 위에 있으니, 뿌리도 길게 뻗을 필요가 없지만 긴 뿌리를 갖고 있음은 닻의 역할을 맡기 위해서다.
또 뿌리 끝에는 뿌리 모자라고 부르는 두툼한 추까지 갖추고 있다. 그뿐 아니라 엽상체 표면에 가는 털이 무수히 돋아나 있어서 물을 튕겨내고 엽상체 뒷면은 물을 빨아들이기 쉽게 만들어져있다. 그 덕분에 뒤집히지 않고 물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개구리밥은 마치 세포가 분열하여 늘어나듯이 엽상체를 만들어 가며 자신의 세력을 키워간다. 햇살이 뜨거워지면 증식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순식간에 논 전체를 뒤덮기도 한다. 100일 동안 400만 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논 전체를 덮어버린 개구리밥은 햇빛을 막아 물 온도를 떨어뜨리고, 식물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가로막아 물속 산소량을 줄인다. 비록 몸이 작아도 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개구리밥도 물 위에서는 마음대로 살 것 같으나 어려움도 있다. 겨울이 되면 수면이 얼음으로 뒤덮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때는 물 위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개구리밥은 겨울이 오기 전에 싹을 만들고 물 밑으로 가라앉는다. 겨울엔 차라리 물속이 따뜻하다. 물속에서 겨울을 난 후에 봄이 오면 물 위에서 다시 삶을 시작한다.
부평초의 삶도 가볍지만은 않다. 나름 물 위에 긴 뿌리를 내려서 자신을 고정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다고 버틸 힘이 얼마나 되겠는가? 흐르는 물 위에서도 몸을 붙잡아 두지 못하거늘 큰물과 큰바람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만다.
인생은 어떨까? 인생도 부평초처럼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내 인생을 굳게 붙잡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돈, 권력, 건강, 학력을 갖추면 된다고 여기는 자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사람들이 뿌리로 삼고 있는 것들은 믿을 수 없다. 인생의 회오리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다윗은 블레셋과 많은 전쟁을 치렀고 죽음의 위협을 당하였고, 아들에게 반역을 당하는 등 부침이 많은 생애였다. 그때마다 다윗은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니 내가 요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다윗을 도우신 하나님이 사람의 몸을 입으시고 우리에게 오셨다. 죄와 죽음의 권세를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반석이시다. 그분이 우리를 굳게 붙잡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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