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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마삭줄 꽃향기는 저장할 수 없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4/06/02 [07:32]

 

 

마삭줄의 번식력은 놀랍다. 강력한 번식력을 지닌 대나무밭 한 귀퉁이를 잠식해 버렸다. 전망을 가린다고 대나무 우듬지를 잘라 주었더니 그사이에 마삭줄이 일취월장하여 대나무밭 한 편을 덮어버렸다.

 

마삭줄 아래에 갇혀 있는 대나무와 아카시아 그리고 여러 잡목은 숨통이 조여 옴을 느끼며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공존이 최상이지만, 정원 한 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갈림길에서 자기를 지켜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 공학섭


마삭줄꽃이 한창 피어 있는 장면은 초록의 잎사귀만 없다면 소복하게 쌓인 눈으로 착각을 일으킬 것만 같다. 순백의 새하얀 꽃이라서 그런지 해가 지고 어둑어둑할 시간인데도 주변이 환하다.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아도 될 정도다.

 

마삭줄 꽃향기는 강렬하다. 유전 무전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최고급 향수다. 마침, 남풍이 부는 계절이라서 정원 끝에서부터 시작한 향기는 집안은 물론 골목과 이웃집까지 전해준다. 이른 봄부터 지금까지 매화꽃 향을 필두로 천리향, 금목서, 은목서의 향기에 흠뻑 취하며 산다.

 

  © 공학섭


바람결에 흩어진 향기를 병에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웃에게 선물도 하고 늦가을부터 겨우내 꺼내어 쓰게 말이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혹적인 향기가 흩어지는 게 아까워서 해본 말이다.

 

K. 슈뢰겔 저서 <제국의 향기>에서 향기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역사는 저장할 수 있어도 향기의 아카이브는 존재하지 않는다. 향기는 사라진다.”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영원히 저장되는 꽃향기는 없다.

 

  © 공학섭


꽃향기는 저장할 수 없지만 사람의 향기는 그렇지 않다. 특히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간 사람은 떠난 후에도 그 향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향기는 마음속 깊숙한 곳에 저장이 된다. 향기로운 사람은 떠난 지 오래 되어도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무명의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교회를 섬기면서 교우들에게서 맡았던 향기를 글로 저장하는 중이다. 교회 카페에 <기억의 전당>이란 코너를 마련하여 천국에 가신 100여 명의 교우들 이야기를 기록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넘어지기도 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선 이야기. 마침내 승리의 개선가를 부르며 생을 마감한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 공학섭


천국에 간 교우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꽃향기는 사라져도 사람 냄새는 지워지지 않음을 배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 냄새는 더욱 향기롭게 풍긴다. 그중에서도 돈독한 믿음을 따라 산 자들의 향기로움은 사그라질 줄을 모른다.

 

 

성경에도 인간의 업적은 다 불타 사라질 것이지만, 구원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의 일들은 영원토록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 했다. 믿음의 향기는 영원하다. 천국에서도 그 향기를 계속된다. 그래서 바울은 신자를 향해 그리스도의 향기다.”라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영원하니 그를 믿는 자들의 향기도 영원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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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02 [07:32]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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