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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올챙이가 사는 마을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4/03/15 [11:12]

 

경칩이 지났지만, 땅속에서 잠자다 뛰어나올 개구리들이 없다. 개구리의 삶의 터전인 물과 토양이 폐수나 농약 때문에 오염된 탓이다. 많은 도로개설과 건물 신축 때문이기도 하다. 개구리가 없으니, 올챙이도 만나보기 어렵다. 그런 중에 교인 정원에서 개구리알을 덩어리째 보았고, 부화된 올챙이 떼를 만났다.

 

어릴 적 농촌에서 살았기에 흔하게 보았던 개구리알과 올챙이인데, 이젠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구경하듯이 희귀한 일이 되었다. 그래도 우리 마을은 생태 마을답게 개구리 울음 소릴 들을 수 있다.

 

  © 공학섭


징그러운 개구리 사라지면 어때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개구리가 사라지면 상위 포식자들의 먹이사슬이 끊어지게 되어 생명을 부지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개구리가 사라지면 개구리가 먹이로 삼는 하위 생물들의 벌레들이 번성하여 생태계의 교란이 일어나게 된다.

 

개구리의 개체 수는 그 지역의 환경지표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개구리가 살 수 없는 곳은 사람도 살기 힘든 곳이란 뜻이다. 올챙이가 있는 마을, 어디에서든 개구리를 볼 수 있는 곳이면 사람 살기에도 좋은 곳이다.

 

우리 마을은 겨울이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철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봄이 깊어지고 여름이 가까워지면 철새들은 가고 그 빈자리를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로 채운다. 개구리 울음소리는 자연의 소리여서 요란해도 듣는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시킨다.

 

  © 공학섭


어쨌거나 순천만의 늦은 봄에서 초여름 밤은 개구리의 합창으로 심심치가 않다. 개구리의 라이브 콘서트에 참여하려거든 오월의 어느 멋진 날 밤 논둑길을 걸으면 된다. 개구리의 노랫소리는 우렁차다. 개구리는 목청도 좋다. 밤새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다.

 

그런데 개구리는 밤에만 노래한다. 개구리는 피부로 숨을 쉰다. 낮엔 햇볕에 의해 피부가 마르니 호흡이 어렵고, 노래도 부를 기분이 아니다. 밤엔 피부가 마르지 않고 촉촉이 젖어 있어 호흡하기가 편하니 기분이 좋아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뜻도 담겨 있다. 

 

매년 33일은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이다. 이미 멸종된 동식물도 많거니와 지금도 멸종의 위기에 놓인 동식물들이 많다. 20년 전 스위스 여행 때 도로변에 그물망을 쳐놓은 것을 보았는데 이는 개구리의 로드 킬을 방지하기 위함이라 했다. 우리도 이런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생명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은 인류의 생존에도 직결되어 있다. 농업, 어업, 삼림에서 얻는 먹거리는 모두 생태계의 자원에서 비롯된다. 문화적인 면에서도 산, , , 풍경, 동물, 식물 등의 다양한 생물들이 있어야 예술가들과 작가들에게 창의력과 영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생물의 다양성이 유지될 때 지속 가능한 세상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전철역이 통과하고 도로가 뚫려야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역세권, 숲세권의 아파트는 비싸게 거래된다. 현실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말 좋은 곳은 올챙이와 개구리가 사는 곳이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멈춘 곳은 사람도 노래 부르며 살 수 없는 곳이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세상을 만드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반복하셨다. 그러나 마지막 날엔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했다. 이는 사람을 보고 한 말이 아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라고 했다. 이는 엿새 동안 만든 모든 창조가 함께 어우러지니 심히 아름다웠다는 뜻이다.

 

꽃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올챙이가 있고 개구리가 있어야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사람과 동식물이 어울려야 좋은 세상이 된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함께할 때 행복한 세상이 열린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救贖)의 범위는 사람만 아니라, 모든 피조의 세계까지 포함한다. 예수는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구속주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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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15 [11:12]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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