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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꽃은 빨리 핀다고 좋은 게 아니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4/02/11 [07:55]

 

아직 봄꽃 이야기를 꺼내기엔 이른 때다. 요사이 날씨가 포근한 데다가 봄비처럼 상온에서 뿌려지니 매화의 움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몇 밤 지나고 나면 꽃망울을 터칠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이미 홍매화는 꽃을 피웠다는 소식도 접했다.

 

이른 꽃 소식이 반가울 수만은 없다. 제철보다 먼저 꽃을 피우면 벌들의 활동이 원활하지 않아서 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열매를 얻을 수 없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꽃이 피니 봄이 온 줄 알고 집 밖을 나온 꿀벌들은 날씨가 변덕을 부려 기온이 내려가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 공학섭


세계 도처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벌들은 아직 한 겨울인데 꽃을 보고 봄이 왔다고 착각하여 집을 나섰다가 떼죽음을 당한다. 식물의 80%가 벌들의 수분을 통해 열매를 얻는데 벌들의 개체수가 줄어들면 농산물 생산이 감소하고 만다.

 

오늘 우리나라 과일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조간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꽃이 제철보다 빨리 핀 까닭에 과일 생산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채소도 두 주간에 걸쳐서 비가 오니 농부는 생산이 줄어서 울상이고 소비자들은 비싸서 아우성이다.

 

  © 공학섭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가 예상된다. 기후 위기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섰다. 생물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매년 1여 종의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생물의 다양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남아 있는 생물들까지 영향을 받는다. 먹이사슬 중에 한두 개가 중간에서 끊기면 도미노처럼 나머지의 생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모기는 사라져도 좋을 거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모기의 유충을 먹고 사는 다른 생물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 공학섭


도심에 멧돼지가 출현하는 것도 그들의 살 수 있는 숲이 사라지고 야생 열매들이 없으니 경작지를 파헤치고 민가에까지 내려온다. 중국 남부지방에, 열대지방에 살던 박쥐들 40여 종이 이동해 왔다. 열대 박쥐에는 한 종마다 평균 2.7개 정도의 코로나 균을 지니고 있다. 그들도 삶의 터전을 잃으니 사람 사는 곳까지 접근하여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을 지으실 때 다양한 동식물들을 지으셨고 다양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를 원하셨다. 다양하신 하나님은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시며 획일주의를 거부하신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도 제한받지 않고 다양한 표현되기를 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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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11 [07:55]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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