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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철새를 위한 놀이터,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작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12/07 [13:45]

 

최근 들어 우리 마을에서 볼 수 없었던 밤 풍경이 생겨났다. 해마다 이맘때면 겨울 철새인 흑두루미의 노랫소리가 새벽부터 밤까지 계속되는데, 올해부턴 흰뺨검둥오리들의 노랫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을 앞 추수를 마친 논에 무논(水田) 습지를 새롭게 조정하였다. 축구장 두세 개 정도의 넓은 철새들의 놀이터가 마을 앞에 생긴 셈이다. 무논은 철새가 최고의 놀이터다. 그중 흰뺨 검둥오리가 주를 이루고 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왜가리, 백로들도 드문드문 섞여 있다. 

▲ 마을 앞 무논에 철새 놀이터가 생겼다. 흰뺨 검은 오리들의 합창가 정겹다.   © 공학섭


이 일이 마을의 축산 농가들에는 환영할 일만은 아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위험부담이 뒤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철새들을 위한 안전한 놀이터를 조성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초저녁 무논의 모습이 어떨까 궁금하여 가보니 장관이다. 어둑하여 분간을 제대로 못 했지만, 셀 수 없는 오리들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정신없이 놀고 있다. 놀다가 하늘로 비상하는 새들도 있다. 날지 못하여 땅만 밟고 사는 사람들 앞에서 뽐내려는 것처럼.

 

순천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기적의 놀이터가 7개가 있다. 이제 철새들을 위한 놀이터까지 만들어 주는 도시가 되었다. 과연 생태도시답다. 하기야 도심 전역까지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었으니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어떤 시대인데 놀이터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대인데 놀이터라니.... 너무 한가로워 보이고 일없는 도시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철새나 사람이나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결혼한 교회 형제들이 집에서 게임을 한다고 들었다. 요즘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학원만 빙빙 돌았기 때문에 놀 줄을 모른다. 해본 놀이가 게임뿐이었으니 어른이 되어서도 게임을 놀이로 삼는 것이다. 제대로 놀 줄 모르는 것도 큰 병이다. 

▲ 교회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 만들어 주었다. 잘 놀아야 잘 살 수 있다.   © 공학섭


도박에 빠진 사람들, 정선 카지노에서 인생을 망친 사람들은 대부분 어릴 때 건전하게 놀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잘 놀아야 잘 살 수 있다. 따라서 교회는 설교만 아니라, 교인들의 놀이문화까지 선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

 

새들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듯이 사람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고, 학원에만 아이들이 붐비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교회 마당을 마을에서 가장 안전한 최고의 놀이터로 가꾸는 것도 장려할 만한 일이다. 우리 교회 잔디밭은 약을 뿌리지 않고 손으로만 가꾼다. 아이들의 놀이터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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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2/07 [13:45]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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