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란 색깔의 은행잎을 좋아한다. 그래서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곳이 있다. 작년엔 때를 놓쳐 단풍이 다 지고 말았는데 올핸 최적의 시간을 맞춘 탓에 산드러지게 단풍이든 은행잎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오감만족이라 했던가? 단풍잎을 본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마음의 배부름이 있고 한결 여유로워진다. 조용한 아침이어서 새소리, 바람소리가 맑게 들려온다. 숨을 마시니 심장까지 들어온 기분이다. 눈으로 누리는 호사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 조계산에 있는 산사 입구에서 만난 은행나무 © 공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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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인 탓에 인적이 거의 없다. 사람들이 섞이지 않으니 가을이 더욱 예뻐 보인다. 형형색색으로 채색된 나뭇잎들은 자기만의 색깔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가 느끼기엔 사방이 나를 위해 차려놓은 잔치 상 같다. 온 산천이 진수성찬이다.
다음 스케줄 때문에 두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을 냈을 뿐이지만 많은 것을 보았고 누렸다. 틈새 시장만 있는 게 아니라 여가를 즐기는 것도 얼마든지 틈새가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가을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
나무에서 자기 몫을 다한 노오란 은행잎, 땅 아래에서 떨어져서 다시 한 번 자기 존재를 과시한다. 나무 위에 붙어 있는 잎도 아름답지만 땅 위에 내려앉은 단풍잎도 그림처럼 예쁘다. 마치 Yellow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하다. 땅의 굴곡지고 지저분한 흔적들을 가리니 온통 노란 세상이 되었다.
요한 사도가 밧모 섬에서 보았던 새 하늘 새 땅의 수도인 새 예루살렘의 성곽은 맑은 유리 같은 정금이었다. 성의 길도 맑은 유리 같은 정금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의 모습은 노란 정금으로 덮여 있다. 천국은 황금의 나라이며, Yellow City다.
▲ 노란 은행잎이 하나님 나라 황금 길을 연상하게 한다. © 공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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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으로 된 새 하늘과 새 땅을 걸을 수 있는 자는 누굴까?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죄가 가려진 자다. 우리 죄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 황금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베드로는 성령의 감동을 입어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 하였더라,”라고 했다.
깊어가는 예쁜 가을, 은행잎으로 덮힌 길을 걸으며 정금으로 만들어진 천국의 길을 미리 맛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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