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새바람 부니 사방이 가을이다. 꽃과 열매로 가을은 더욱 예쁘게 꾸며지고 있다. 열매들의 이름은 서로 달라도 노란색과 빨간색이 주를 이룬다. 열매마다 자기만의 멋을 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래저래 가을은 부엉이 곳간처럼 없는 게 없다.
시골에서 사는 덕분에 어렵지 않게 가을 열매들을 볼 수 있고, 무한정 사진을 담을 수 있어 좋다. 매혹적인 석류, 작지만 얄쌍스러운 구기자, 노란 물감을 들인 탱자, 빨강으로 채색한 파라칸사스 열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익어가고 있다.
▲ 깊어가는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석류가 붉게 익어간다. © 공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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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은 어떤 계절을 닮았을까? 분명 여름과 겨울은 아닐 테고, 꽃만 피는 봄도 아니었으리라. 꽃과 열매로 충만한 가을의 정취를 풍기지 않았을까. 각기 다른 생각을 가졌을 테지만, 나는 가을의 풍요로움에서 에덴을 떠올려 본다.
아담에게 경작의 과정을 거치게 했었지만, 동산에는 언제나 각종 열매로 풍요로웠다. 첫 인류는 에덴에서 배고플 일이 전혀 없었다. 동산의 열매들을 언제든 임의로 먹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 이웃집 울타리에서 달려 있는 노오란 탱자가 아름답다. © 공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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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단풍 구경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또 사진으로 가을의 모습을 보았다고 해서 배부를 수 없다. 익어가는 오곡백과를 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입에 넣어보아야 한다. 이 가을, 밤, 대추, 감을 먹으며 에덴을 연상해 봄도 좋으리라.
우리가 먹는 모든 열매들은 어떻게 얻는 것인지 곰파보라. 성경은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라고 했다. 이 아름다운 가을의 주인공은 꽃과 단풍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이시다. 가을을 주신 그분께 감사를 올려드려야 한다.
▲ 가을하면 역시 감이다. 보암직하고 먹음직하게 익어가고 있다. © 공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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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에덴이 회복될 때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이 하나님과 및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와서 흐를 것이다. 강 좌우에는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열매를 맺을 것이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치료하게 될 것이다.
가을은 에덴의 기쁨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계절이다. 가을은 산의 단풍잎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들녘에서 시골집 울타리와 텃밭에서도 온다. 주저리 맺힌 열매들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혀로 맛을 보면서 창조주의 지혜와 솜씨를 느껴보는 가을이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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