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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용산에서 맞는 해넘이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10/15 [00:07]

 

지난 주말 용산전망대에 올랐다. 일부러 맞춘 게 아닌데 일몰시간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황혼을 덤으로 보았다. 저무는 해가 참 곱다. 해넘이의 아름다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일몰을 감상하려고 미리 와 있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돌아갈 시간에 쫓겨 넉넉한 마음으로 머물지 못하고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다시 돌아갈 걱정이 없는 나는 행운아가 된 기분이 든다. 

  © 공학섭


그렇다고 오래 머물 생각은 없다. 잠시 사방을 번갈아 가며 응시한 후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는 길이라서 한결 수월하다. 금방 온 세상이 어둑어둑해진다. 올라올 때 밝았던 세상이 내려올 땐 이렇게 어두워지다니...

 

이럴 때 시인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해를 삼킨 어둠, 잠을 자러 간 태양, 아쉬운 듯이 남아 있는 붉은 빛의 여운 등등. 사이비 시인 흉내를 내며 중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집 가까이에 와있다. 

 

  © 공학섭


태양은 오늘도 자기 몫을 다했다. 예정된 시간에 정확하게 떠올랐고, 일초도 늦추거나 서두름이 없이 정해진 시간에 사라졌다. 매일 반복되는 일몰 시간이지만 갇힌 공간 서재에서 경험해 볼 수 없는 느낌이다.

 

내일의 태양도 어김없이 떠오를 것이다. 슬픔 가운데서 잠이 든 자에게도, 병고 중에 신음하던 자에게도 밝은 빛이 내려올 것이다. 전쟁을 일으켜 많은 사람을 피 흘려 죽게 하는 악인들에겐 태양을 감추어 버리면 좋으련만. 해는 선인과 악인을 구별하지 않고 비추어준다. 

  © 공학섭


태양은 변덕 부리지 않는다. 세상이 열린 이후로 하루도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다. 아침마다 태양은 기어이 떠오르고야 만다. 태양의 위엄과 성실함에 매료된 이들은 신으로 모시겠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도 그중 하나다.

 

태양이 주는 혜택이 참 많다. 그렇다고 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피조물에 불과하다. 태양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이를 질서 있게 운행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태양이 귀하면 태양을 만드신 하나님은 더욱 귀하다. 하나님을 앞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공학섭


성경 시편에 보면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신방에서 나온 신랑처럼 당당하고 달리기를 잘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또 태양의 온기가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두루 퍼짐과 같이, 햇빛을 받는 곳마다 그분이 다스리고 계신다. 햇빛의 온기가 느껴지는가? 하나님의 부드러운 손길로 여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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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15 [00:07]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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