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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들꽃에 마음이 끌린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10/08 [22:31]

 

억만 송이 국화를 식재한 정원을 둘러보았으면 놀라워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꽃을 마주하는 나의 태도가 겸손하지 못하다. 예쁜 꽃들을 보면서도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데면데면 지나치고 말았으니 말이다. 

▲ 유홍초 꽃이 많은 잡풀더미 속에서 앙증맞게 피었다  © 공학섭


그런데 산책하면서 들꽃을 볼 땐 다른 감정이 생겨났다. 화려하지 않지만, 어지러운 잡풀들 속에서도 소박하게 피어나는 들꽃에 마음이 끌린다. 눈도 쉽게 떼어내지 못하고 다가가서 유심히 보고 또 보았다.

 

사람의 돌봄을 일절 거부하고 자연 속에서 온새미로 피어난 들꽃들이어서 암팡지다. 홀로 싹을 틔우고 물 한 방울 부어준 적이 없지만 가뭄과 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워냈으니 어찌 대견스럽지 않겠는가? 

▲ 메꽃에 나비가 꿀을 열심히 빨고 있다.   © 공학섭


산책길에서 몇 종류의 들꽃들을 만날 수 있을까? 숙제라도 하는 것처럼 30분 걸으면서 보이는 대로 사진에 남겼다. 얼추 20여 가지는 넘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작고 깜찍한 빨간 유홍초 꽃이 가장 야지랑스럽다. 흰 메꽃도 참말로 귀엽다. 박하 꽃은 아주 당당하게 불쑥 내밀고 있다.

 

물가에서 피어난 고마리가 이렇게 예쁜 줄 오늘에야 알았다. 털여뀌도 매우 고고하게 보인다. 괭이밥도 샛노란 색깔 탓에 눈에 쏙들어온다. 갈대도 이겨 먹는다는 귀화식물인 미국미역취 간간히 눈에 띤다. 며느리밑씻개는 부끄러운 듯이 억새 아래 보일 듯 말 듯 어느새 열매가 맺혔다. 

▲ 물가에 피어난 고마리 꽃이 참 아름답다.   © 공학섭


들꽃은 이름은 다르고 모양은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자라는 강인함이다. 꽃이 피기까지 많은 풍파를 견뎌왔다. 지금도 여전히 사방으로 에워싸고 있는 야생풀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야만 한다. 특히 덩굴 식물의 공격은 치명적이다.

 

들꽃은 예쁘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들꽃은 인위적으로 가꾼 정원의 꽃에서 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들꽃은 날마다 봐도 지루하지 않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들꽃을 보면 마음까지 서그러워진다. 

  털여뀌꽃이 아름답게 피어났다. © 공학섭


사람은 꾸밈을 좋아하고, 꾸밈에 속기도 하지만 실상은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자연스러움이란 태초에 하나님께서 만드셨던 원시적인 모습이다. 하나님은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신다. 외식(外飾)하는 바리새인은 거절하시고 가슴을 두드리며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꾸밈없이 고백했던 세리(稅吏)에게 은혜를 베푸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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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08 [22:31]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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