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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색으로 물든 선비의 고장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10/08 [22:10]

 

연휴 때 선친들의 묘소를 돌아볼 겸 고향 장성엘 다녀왔다. 장성은 어딜 가나 노란색 꽃으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 꽃은 꽃대로 아름다움 눈으로 보고 향기를 흠뻑 마시며 잠시 여행의 피곤함을 풀 수 있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어도 떠나온 지가 오래되어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고향이 어디냐 물으면 장성이라 대답한다. 장성은 단풍이 예쁘게 드는 동네다. 그리고 겨울이면 온통 하얀 설국이 된다. 눈이 내리는 날 기차가 지나갈 땐 동화 속의 마을이 된다. 

▲ 옐로우시티 장성 황룡 강변에 심어진 노랑코스모스 물결  © 공학섭


장성은 겉만 아니라 내면이 알찬 도시다. 본래 장성은 학문의 고을이다. 그 상징물이 필암서원이다. 서원엔 김인후 선생의 학문적인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선생은 퇴계, 율곡과 학문의 교류를 가질 정도로 출중한 학자였다.

 

또 고산서원에는 기정진 선생의 사적이 남아 있다. 청나라 사신이 조선 사람들의 학문의 정도를 시험하기 위해 요즘으로 치면 킬러문항을 문제로 냈다. 조정의 사람들은 아무도 풀지 못했지만, 장성의 외눈박이 소년 기정진이 풀어냈다. 이에 장안(서울)에 사는 만 명의 눈보다 장성 사람 한 눈이 더 낫다는 말이 생겨났다. 

▲ 장성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 학문과 선비의 도시다  © 공학섭


이와 같은 학자들의 영향을 힘입어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이란 명예로운 이름을 얻었다. 이는 학문에 있어서 장성만한 곳이 없다.”는 뜻이다. 장성은 학문과 선비의 고장이었다. 나의 장인께서는 내가 장성 사람이라는 한 마디만 확인하고 막내딸을 내어주셨다.

 

그런데 학문으로만 살기엔 배가 고팠을까? 한때 옐로우시티라는 브랜드로 온 도시를 노란색으로 입히는데 몰두하더니, 이제 파란색 초록색도 함께 입히겠다고 한다. 색을 통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는 뜻이리라. 

  © 공학섭


장성은 인위적으로 색을 입히지 않아도 이미 백암산의 애기 단풍은 그 명성이 높다. 겨울엔 동화 같은 설국이 펼쳐진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과 장성호의 아름다움은 별도의 꾸밈이 필요 없는 자연의 색을 갖추고 있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필암서원과 우리나라 최고의 청렴의 심볼인 백비(白碑)도 대단한 자원이다. 학문을 탐방객 유치에 이용하려는 자체가 선비의 정신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이끌고 나아갈 엘리트들의 방문지로 삼아도 나쁠 것 없다. 장성은 고품격의 방문지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사람은 언제나 내면 깊은 가치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면의 가치에 무관심한 청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색을 입히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단기효과는 있지만, 내면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겉의 아름다움은 시간과 함께 누추해지기 마련이다. 

  © 공학섭


그리스도인들이 겉을 중시하는 이 세상에서 고뇌를 겪는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하나님을 경외 일이 금보다 더 귀한 것으로 믿으면서도 세속사회에서 누리는 겉의 화려함에 마음이 흔들린다. 눈으로 보는 것들은 유효기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겉보다 중심을 보라고 하신다. 신자들에게 약속된 믿음의 가치는 생명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고 마음의 눈이 밝아져서 예수 믿는 자들에게 베푸신 은혜와 복이 얼마나 풍성한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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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08 [22:10]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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