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공학섭 목사의 생태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공학섭 생태칼럼] 이끼를 우습게 보지 말라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10/04 [15:10]

 

시인 더글러스 맬럭은 <만일 당신이 산꼭대기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소나무가 되라. 골짜기에서 제일가는 소나무가 되라. 만일 나무가 될 수 없다면 덤불이 되라. 덤불이 될 수 없다면 풀이 되라. 그리고 만일 풀이 될 수 없다면 이끼가 되라.>고 했다.

 

모처럼 집을 떠나 지리산 자락의 숲길 걸었다.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쉬엄쉬엄 걷는 일도 즐거운 경험이다. 숲길 좌우에 많은 볼거리가 있는데, 그중에 이끼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 소나무에 붙어 생장하는 이끼   © 공학섭


이끼는 일종의 스펀지와 같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며 공기를 정화해 준다. 이끼가 물을 흠뻑 머금을 땐 지표면의 5m 깊이까지 머금을 수 있다고 하니 홍수 조절 능력이 대단하다. 고립된 지역에서는 귀중한 물의 공급원이 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의약품 개발 및 생물공학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바위나 나무에 달라붙어 생장하는 이끼는 우리에게 심미적인 즐거움을 선물해 준다. 또 이끼의 열매는 동물들에게 먹이는 제공하고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 바위에 붙어 자라는 이끼, 탄소를 흡입하고, 공기를 맑게 한다. 많은 물을 머금음으로 생태조절 기능을 해낸다.   © 공학섭

 

풀이 되지 못해서 이끼가 되었다는 시처럼 하찮아 보이지만 환경지표를 가늠케 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끼는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 소중한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이끼를 우습게보지 말라. 이끼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끼는 세상 속에서 관심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의 메시지가 된다. 후미진 곳에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자라 해도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 <강아지 똥>도 민들레를 꽃 피우게 하는 데 쓰임새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 죽은 나무에서도 고운 이끼가 자란다. 이끼는 오염된 곳에서 생장이 멈추거나 퇴화되고 만다. 이끼는대표적인 환경지표 식물이다.   © 공학섭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격려가 될 만한 뜻을 암시해준다. 신자들은 이끼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바울은 유대 사회에서 만인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았지만, 예수님을 믿은 후 박해와 비방을 받았다. 세상의 쓰레기와 만물의 찌꺼기같은 취급을 당했다고 했다.

 

하지만 예수 믿는 자들은 질그릇 같이 보잘 것 없지만, 보배를 담은 그릇이라고 했다. 속이는 자 같으나 참되고,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라고 했다. 

▲ 이끼는 의약품 개발에도 큰 관심을 끌고 있으며, 사람에게 평안함을 주는 심미적인 효용가치를 지니고 있다.  © 공학섭


누구나 거창하게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행복은 높고 위대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 온 마음을 다해 나의 몫을 다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3/10/04 [15:10]   ⓒ newspower
 
광고
광고
인기기사 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