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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정겨운 나팔소리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09/26 [19:42]

 

내가 사는 마을은 1949815일 순천시로 편입이 되었다. 덕분에 시민이란 말을 듣고, 주소를 쓸 때도 시민 행세를 한다. 누가 뭐래도 주민등록 주소가 나를 시민이라고 증명해 준다. 나는 어엿한 시민이다.

 

하지만 우리 마을은 여전히 농촌의 티를 벗지 못했다. 주민들의 생업은 대부분이 농업이다. 마을 골목에서 만나는 분들도 노인들이고, 마을 승강장에서 버스 타고 내리는 분들의 옷차림에서도 시골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 오늘도 동네 나팔 소리가 시골스럽지만 정겹게 들려온다  © 공학섭


어쩌면 전봇대에 달린 나팔이야말로 농촌 마을임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마을 주민들에게 공지 사항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도구다. 태풍이 불거나 비가 많이 올 때도 스피커를 통해서 주의 사항들을 전달한다. 독감 접종 소식을 알리기도 하고, 퇴비를 신청하라는 말도 전하고, 젓갈 구매 안내도 해준다.

 

어느 집 결혼 잔치나 초상을 당할 때도 이 스피커를 통해서 알려준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마을 소식은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다. 지난주엔 마을 청년들의 주관으로 주민을 위한 잔치를 벌이게 되었으니 많은 참석을 부탁한다는 마을 통장님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 마을 방송을 통해 전해주는 공지사항을 귀담이 듣지 않으면 낭패를 겪기도 한다.   © 공학섭


이 나팔 스피커를 통하여 주민들이 들어야 할 소식이 전달되기 때문에 잘 들어야만 한다. 어쩌다 방송을 듣지 못하면 낭패를 겪기도 한다. 단수 안내를 했는데 지나쳐 버렸다가 온종일 불편을 감수했던 적이 있다.

 

예전에는 국가에서도 나팔을 이용했다. 군대를 소집하기 위해, 적의 공격을 받을 때 나팔을 불어 아군의 생명을 보존하게 한다. 나팔을 불어야 할 때를 놓치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또 나팔을 불었는데도 듣는 사람이 대비하지 못하면 역시 동일한 화를 입는다.

 

나팔은 국가만 아니라, 교회에도 있다. 하나님은 교회를 자기 뜻을 세상에 알리는 나팔수로 삼으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믿는 신자들의 입을 천국의 나팔수로 사용하여 온 세상에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게 했다.

 

교회는 오늘도 온 세상을 향해 나팔을 분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며,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하셔서 외아들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주신 분임을 증거합니다. 또 그를 믿는 자는 누구든지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입니다. 그러므로 주 예수를 믿으세요. 그러면 당신과 당신의 집이 구원받을 것입니다.>

 

마을의 나팔 소리를 듣지 못하면 약간의 손해를 입는다.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나팔 소리를 무시하면 치명적인 손해를 입는다. 복음의 나팔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듣고도 못들은 체하면 게헨나의 불을 면할 수 없다. 듣지 못한 이가 없도록 나팔수가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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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26 [19:42]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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