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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섭 생태칼럼] 나무는 틈새를 이용할 줄 안다
공학섭목사(순천대대교회 담임, 수필가)
 
공학섭   기사입력  2023/08/28 [08:54]

 

틈새라는 말이 두루 사용되고 있다. 축구할 때 ‘틈새를 노린다’는 말을 자주 반복한다. 무역에서도 틈새시장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요즘엔 ‘틈새라면’까지 등장했다.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얼마 전 길을 가다가 옹벽 틈새에서 자라는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씨가 작은 틈에 떨어져서 움이 트고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었을까? 아슬아슬한 담벼락 작은 틈새에서 도담도담 자라나는 어린 나무가 대견스럽다.

▲ 담벼락에 빈틈에서 자라는 나무  © 공학섭


비록 말을 알아들을 줄 모르는 나무이지만 아낌없는 박수와 칭찬을 해주고 싶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작은 틈새에서 의젓하게 서 있는 나무에게 응원가를 불러주고 싶다. 누구든 그 모습을 보았다면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틈새에서 자라는 나무는 아무 말도 없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부모 탓, 환경 탓 잘하는 자들을 향해 “그런 말은 그만해도 된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지금 척박한 환경에 있더라도 ‘틈새를 노려보라’는 가르침으로 여겨도 될 것 같다.

▲ 옹벽 빈틈에서 자라는 고사리  © 공학섭


성경에는 요셉이란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복형들에게 미움을 받고 노예로 팔렸다. 종살이하면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았지만, 해몽을 해주는 작은 틈새를 통해 총리가 되고 이집트와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을 기근에서 구원하는 큰일을 이루어 냈다.

성경에는 입지전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노아는 온 세상이 죄악으로 넘쳐났지만, 그 틈에서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을 가졌다. 욥도 사방팔방이 막혔지만 그 틈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을 드러내는 견실한 믿음을 보여주었다. 이삭은 적성 세력들로 에워싸인 곳에서 거부가 되었다. 엘리야는 모든 사람이 바알을 숭배했지만, 그 틈에서도 홀로 여호와를 섬겼다.

▲ 빈틈에서 자라는 풀  © 공학섭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죄악으로 충만한 세상에 살고 있다. 불신앙의 척박한 환경 속에 있지만, 그 틈에서도 군계일학처럼 고고한 삶을 살아내야 한다. 주어진 상황이 최악이라 해도 틈새를 이용하여 최선을 창조해 내는 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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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28 [08:54]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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